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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소말리아의 출산 위험

2012.06.13

2012년 5월

하미다 샤키브 모하메드(Hamida Shakib Mohamed) 박사는 지금 막 3.6kg의 건강한 신생아 분만을 마쳤다. 산모가 하미다 박사가 있는 보건센터를 찾은 것은 잘한 일이었다. 난산이었던 데다 숙련된 조산사가 진공 흡입기를 사용해 출산을 도와야 했기 때문이다. 산모는 이곳에서 북쪽으로 약 110km 떨어진 마을에 살았지만, 산모의 아버지가 이곳까지 오자고 주장했다. 산모의 아버지는 불과 몇 달 전 자신의 아내가 이곳에서 분만후출혈로 치료받고 난 후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이 보건센터를 인정하게 되었다. 하미다 박사의 표현을 빌면 우리가 “적절한 치료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곳에 오는” 것이다.

북갈카요 국경없는의사회 외래진료소에 모유수유와 관련된 교육용 벽화가 그려져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산부인과 진료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12월 북 갈카요(Galcayo North )에서 산부인과 진료를 개시하면서 의료활동을 확장하였다. 분만건수는 월 200건 가깝게 크게 늘었고,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찾아오는 산모들도 많다. 하미다 박사는 이런 상황이 행복하다. 하미다 박사는 소말리아 출신으로 1980년대 소말리아의 수도인 모가디슈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외국여권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 20년 동안 주로 외국에서 생활 하였다. 하미다 박사는 아이들이 다 큰 지금 “자유롭고, 에너지를 소말리아 사람들에게 쏟고 싶다”고 한다. 소말리아에게 하미다 박사의 도움은 실로 절실했다.

소말리아의 불안정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와 다른 단체들은 국제인력을 장기간 배치할 수도 없고, 일부 지역은 접근도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그래서 국경없는의사회는 대부분의 사업을 소말리아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 하미다 박사와 같은 전담 인력은 집중적인 훈련, 긴급 방문시 현장 지도, 소말리아 외부 전문가의 조언 등을 통해 의료의 질을 향상시킨다. 하미다 박사는 최근 출산 중 머리가 산도에 끼어버린 태아를 분만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이로비에 있는 경험이 풍부한 국경없는의사회 의사로부터 전화를 통해 단계별 지도를 받아 처음으로 겸자를 사용한 분만을 한 것이다. 

소말리아의 모성사망과 산과적 누공

환자 대부분은 이곳 진료에 만족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어젯밤 셋째 아이를 낳은 샴소(Shamso)씨와 같은 말을 한다. 샴소씨는 “이곳에 오면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라고 말한다. 무료 진료라는 점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이곳을 선택할 때 크게 고려하는 점이다. 샴소씨는 운이 좋았다. 샴소씨는 갈카요에서 이곳까지 왔는데, 분만 전이나 분만 중에 어떤 합병증도 없었다. 소말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모성사망률이 높은 나라 중 하나이며, 샴소씨 말고 수 많은 다른 여성들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

움푹 들어간 충혈된 눈을 하고 있는 옆 방 여성은 뱃속에 아이를 가지고 있다.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는 자신도 모른다. 아는 것이라곤 얼마 전 임신중독으로 의식불명이 되었다는 것이고, 아마도 친척이 세 시간 거리에 있는 이곳으로 데려왔을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아프긴 하지만 의사는 지금 그녀와 태아 모두 괜찮다고 한다.

거실에는 아주 어리고 슬픈 얼굴을 한 여성이 유산 후 회복과정에 있다. 그녀는 자간성 발작(eclamptic fits)을 동반한 분만을 하며 이틀 전 이곳으로 왔다. 제왕절개 소견이 보였으나 소말리아 문화에서 남편의 허락 없이 그러한 수술을 할 수는 없다. 이 부부가 머물고 있는 마을 변두리 난민 캠프에서는 남편을 찾을 수 없었다. 소말리아에선 휴대전화 사용이 일반적이었지만, 아무도 그의 번호를 몰랐다. 지금 딸 아이 옆에 조용히 앉아있는 부인도 남편의 전화번호를 몰랐다. 삼촌뻘 되는 친척이 병원에 나타났지만 친정 쪽 삼촌이 동의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12시간이 지나 남편 쪽 삼촌 한 명이 병원에 나와 동의를 했지만, 그 때 이미 아이는 죽어 있었다.

또 다른 방에는 4일 동안 분만을 하다가 어제 에티오피아에서 이곳으로 온 여성이 누워있다. 나흘 동안의 분만은 너무나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기 때문에, 아이는 태어나자 마자 죽었다. 산모도 견디기 힘들었다. 산모는 착란 상태에 있고, 가슴은 불규칙하기 움직이며, 아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이 여성은 오줌을 지리고 있으며, 조산사는 이 여성이 누공(瘻孔)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고통과 실금을 일으키는 질 누공은 소말리아에선 흔하다. 누공은 여러 이유로 생길 수 있는데, 난산 후 주로 생기지만, 때로는 강간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몇 주전 한 여성이 혼자서 모가디슈에서 이곳 갈카요까지 왔다. 오는 길에 그녀는 다섯 명의 남자에게 잡혀 3일간 반복적으로 강간 당했다. 그녀는 난민 캠프에서 온 친척으로부터 이곳 진료소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닷새 후 이곳을 찾았다. HIV에 대한 예방적 조치를 취하기엔 너무 늦었지만 우리는 그녀와 상담을 하고, 임신과 성병 전염을 막고, 누공 처치를 할 수 있었다.

때로는 전통관습 때문에 출산이 어려워 지기도 한다. 소말리아에서는 여성 할례가 일반적인데, 이는 때때로 난산이나 출혈을 동반해 출산 시 위험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얼마 전 첫 아이를 낳은 산모 한 명은 전통 조산사의 도움을 받아 출산을 하였는데, 이 산파가 할례가 되어 좁아진 산도에서 태아를 꺼내기 위해 산모의 몸에 칼을 잘못 댄 일이 있었다. 이 여성이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쇼크 상태에 있었으며, 수혈과 광범위 복원수술을 받아야 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전통조산사들과 더 긴밀히 협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합병증을 조기에 인식하는 훈련과 고위험 분만의 경우 재빨리 병원으로 보낼 것을 교육하고 있다.
아기가 국경없는의사회 북 갈카요 산후조리 병동에서 쉬고 있다.   

소말리아에서 아이를 갖는 것은 위험할 수 있지만, 분만도 마찬가지이다. 하미다 박사는 치안이 불안하다고 말한다. 지난 금요일 밤 하미다 박사는 잔류태반 지원요청을 받았다. 병원으로 들어가는 길에 술에 취한 경찰관이 AK-47 소총을 흔들며 일행이 탄 차를 멈춰 세웠다.  경찰관은 일행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했지만, 다행히 병원의 응급상황 때문에 의사가 꼭 필요하다고 항변하자 경찰관은 그냥 가라고 손짓했다. 수혈을 하고 환자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 위험에도 불구하고 하미다 박사는 이곳에 있는 것이 행복하다. 바쁜 것도 “뭔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싫지 않다. 하미다 박사는 웃음을 지으며 “소말리아에 진 빚을 되갚고 있다”고 말한다.

하미다 박사와 같은 전담인력이 없으면 국경없는의사회는 소말리아 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없다. 모성관리는 소말리아 전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벌이는 수 많은 의료활동 중의 한 가지일 뿐이다. 하지만 여러 출처에 따르면 소말리아의 모성사망률은 10만 명당 약 1200명, 즉 1,000명의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산모가 1명 꼴로 사망할 정도로 극히 높은 편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91년부터 소말리아에서 활동해 왔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소말리아 활동은 민간 기부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며, 어떠한 정부 자금도 지원받지 않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1년 5월부터 12월까지 소말리아 여러 지역과 에티오피아와 케냐의 소말리아 난민 캠프에서 22개 프로젝트를 운영하였다.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이 기간 동안 국경없는의사회는 78,500명 이상의 중증 영양실조 환자와 30,000명이 넘는 중등도의 영양실조 환자를 치료하였으며, 7,200명이 넘는 홍역환자를 치료하고, 동부 아프리카(Horn of Africa)에서 255,000건 이상의 예방접종을 실시하였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6,000건이 넘는 분만을 보조하였으며, 537,500건 이상의 외래 상담을 진행하였다.

소말리아 분쟁은 21년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 해 가뭄과 큰 위기 이후 소말리아 사람들은 근근히 연명하고 있으며 여전히 감염, 질병, 영양부족에 크게 취약한 상태에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1년 10월 다답(Dadaab) 지역에서 납치되어 잡혀 있는 동료 몽셰라 세라(Montserrat Serra)와 블랑카 티에보(Blanca Thiebaut)가 가족과 재회하기 전까지는 소말리아 활동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개설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