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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의사회, 열대소외질병의 현황과 근절을 위한 제반 사항 담은 보고서 발표

2012.06.15

  • 보고서 “무관심에 맞서 싸우기(Fighting Neglect)”를 통해 열대소외질병 퇴치를 위해서는 보다 효과적인 진단 및 치료법에 대한 연구와 함께, 개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주장
  • 열대소외질병,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치료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더욱 심각하게 번져
  • 국경없는의사회, 열대소외질병 외에도 의약품, 진단/치료에 대한 접근성 강화 캠페인(Access Campaign)을 통해 지속적인 연구 및 제안 활동 펼쳐

국경없는의사회(Médecins Sans Frontières)는 지난 11일(현지시각) 잘 알려지지 않은 열대성질병(neglected tropical disease)의 현황 및 근절을 위해 필요한 제반 사항 등에 대한  보고서 “무관심에 맞서 싸우기(Fighting Neglect)”를 발간하고, 개발도상국 국민들을 심각하게 위협해온 열대성 질병들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보다 효과적인 진단 및 치료법에 대한 연구와 함께, 개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본 보고서를 통해 지난 25년간 중남미, 사하라 이남 지역, 남아시아, 코카서스 등지에서 샤가스병, 수면병, 흑열병을 진료해온 경험을 토대로 해당 질병의 관리에 대한 과거, 현재 및 미래를 조명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양질의 치료를 위해서는 주요 국제 기부단체와 정부 당국의 강력한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장리슈만편모충증(Visceral leishmaniasis, 흑열병)과 인간 아프리카 트리파노소마증(HAT 혹은 수면병)은 치료를 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질병이다. 이와 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열대질병들은 샤가스병(아메리카 트리파노소마증)과 함께 수백만의 사람이 감염되고 매년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주범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질병이 진단과 치료가 가능함에도 지난 수십 년 동안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해졌음을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 소외질병 자문관 젬마 오르티즈(Gemma Ortiz)는 현 상황을 ‘무관심이 부르는 끔찍한 악순환’이라고 표현하며, “정치가들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도구가 충분치 않다고 주장하며 소외질병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제약회사는 이 질병에 고통 받는 지역이 대부분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볼 수 없는 극빈국이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수단을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는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이용가능한 최선의 진단전략과 치료 선택 옵션을 확장하면 빠른 진전을 기대해볼 수 있다. 이를테면 최근 샤가스병의 주치료제인 벤즈니다졸(benznidazole) 생산회사가 한 곳 더 설립되어 벤즈니다졸의 세계적인 부족 사태를 타개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남미에는 더 많은 샤가스병 대응 프로그램이 추진되어야 한다. 지난 해 브라질에서 벤즈니다졸의 소아과 처방 용량 기준이 정해졌으므로, 아이들에게도 더욱 활발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남아시아에도 활용 가능한 개선된 치료제를 공급해야 한다. 가격과 접근성의 문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흑열병 치료에 리포소말 암포테리신B(liposomal amphotericin B) 처방과 혼합처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오지에 치료제 공급을 원활히 하고, 환자들의 필요에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진단 도구와 안전한 치료법의 개발이 촉진되어야 한다. 현재 활용 가능한 진단법과 약품은 오래 전에 개발된 것이 많다. 또, 특수훈련을 받은 의료진에 의해 장거리 수송을 거쳐야만 하므로 보급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동 아프리카의 흑열병 치료 선택지는 여전히 1930년대에 개발된 독성이 심한 약제를 수 차례 고통스럽게 주사해야 하는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 진행성 수면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이 지난 2009년, 25년 만에 처음으로 등장했지만 환자들은 여전히 병원에방문해 14차례나 주사를 맞아야 하는 실정이다. 흑열병 관리의 미래는 농촌 외래 진료소에서도 나누어 줄 수 있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경구약의 개발에 달려 있다.

더 나은 진단법과 약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위한 자원이 더 많이 필요하다. 또, 현재 의약 연구개발(R&D)이 이루어지는 방식에 대한 신중한 재고가 선행되어야 한다. 혁신은 개발도상국의 공중보건의 실제적인 필요를 충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 치명적 질병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다.

국경없는의사회 미국 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Access Campaign) 팀장 주디트 리어스(Judit Rius)

국경없는의사회 우니 카루나카라(Unni Karunakara) 회장 역시 이 질병들의 치료가 어렵기는 하지만 상당 수준까지 치료 및 완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소외된 질병은 극복될 수 있으며, 수 백만의 생명도 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에 재정을 지원하고, 해당 질병에 더 효과적인 도구를 개발할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무적인 소식은 열대소외질병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2년 1월 런던에서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후원에 힘입어 열대소외질병을 더욱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궁극적으로 추방해내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앞으로 이러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치료 프로그램에 대한 적극적인 확장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계획 수립만으로 재정지원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샤가스 병과 수면병에 대한 기존의 효과적인 대응책을 확장하는 전략이 마련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과 유럽은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가난한 국가의 요구에 우선순위를 두는 새로운 글로벌 의료 연구개발(R&D) 체계를 제안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를 입안하여, 꼭 필요한 소외질병에 대한 의학적 혁신 시도를 가로막은 바 있다.

영문 보고서: “무관심에 맞서 싸우기(Fighting Neglect)”는 http://www.msf.es/fighting-neglect/Fighting%20Neglect_ENG.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