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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남수단 난민 캠프에서의 야간 근무

2012.10.18

17만명이 넘는 난민들이 수단의 남 코르도판(South  Kordofan)주와 블루 나일(Blue Nile) 주에서 남 수단으로 넘어와서 접근하기 어려운 외딴 지역에 있는 캠프 5개소에 모여있다. 난민 다수는 몇 주간 걸어온 탓에 아주 허약한 상태로 도착했으며 지난 몇 달 간 캠프 내 보건 상황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지난 7월 바틸(Batil) 캠프에서 사망률은 위급 시 수치의 2배 이상을 기록했으며 2세 미만 아동 절반 가량이 영양실조에 걸렸다. 그리고 국경없는의사회는 지난 8월 보건 상황이 재앙 수준과 다를 바 없다고 발표했다.

작년 11월 난민들이 처음 도착한 이후부터 국경없는의사회는 난민 캠프 의료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가장 시급한 구명 활동에 중점을 두는 응급 대응을 했다. 이런 의료 개입으로 바틸 캠프 사망자 수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난민들이 전적으로 인도주의적 지원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응급 상황이며 생명을 구하기 위한 활동은 24시간 내내 계속된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하는 의사 로베르토 스카이니(Roberto Scaini)는 바틸 난민 캠프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병원에서의 일상적인 야간 근무에 대해 알려준다.

이곳 현장 병원에서 밤 시간은 위기 상황이다.

야간 근무는 병동 회진으로 시작하는데 주간 근무 의사들이 환자에 대해 말해준다. 어젯밤에는 입원한지 얼마 되지 않은 뇌수막염 의심 환자부터 회진했다. 요추 천차를 해서 척수액 샘플을 얻었는데 결과가 확실하지 않아서 추가 실험실 테스트를 요청해야 했다. 이 환자는 아주 위험한 상태였다.

쉬지 않고 지속되는 진료

중증 영양실조 집중 치료실도 내가 알아야 하는 곳이다. 어젯밤 다른 모든 환자들은 안정된 상태였는데 한 소녀 만이 심각한 탈수 증세를 보였으며 설사도 지속되었다. 설사와 구토로 수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이를 보충하기 위한 특별 수액을 놓아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수액을 상당히 많이 투여했기 때문에 한 시간마다 체중을 재야했다. 아주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장기를 과부하 시키지 않도록 확실히 해야 했다. 이런 아동들은 아주 약해서 주사기를 통해 아주 천천히 수액을 주입해야 한다. 그리고 수액을 주입하고, 체중을 확인하고, 기다렸다가 다시 수액을 주고 체중을 확인하는 이 모든 과정을 밤 새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집중 진료

상태가 안정되지 못한 환자들은 밤에 종종 위독해지기도 하는데 이는 어려운 상황이다. 가장 위급한 환자에게 계속해서 완전히 집중해야 한다. 위독한 환자를 오랜 시간 지켜보지 않으면 상태가 심각하게 불안정해지고 사망에 이를 수 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야간 근무 시간 동안 환자와 의료진과 더 친해지는 경우도 있다. 내게는 이상하기도 하고 마법과 같은 시간이기도 했다. 정신 없이 바쁘고 시끄러웠던 낮 시간이 지난 후 모든 것이 조용했으며 발전기와 빗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수단과 남수단 출신 동료와 커피를 마시는 등 잠깐의 휴식도 즐길 수 있다. 위급 상황 사이에서 잠시 멈추고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갑작스런 응급상황

하지만 위독한 환자 혹은 안정된 상태에서 한 순간 심각한 상태로 바뀔 수 있는 환자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어느 날, 중증 뇌 말라리아 치료를 받던 아동이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는데 2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의료 활동이 뒤따랐다.

아동이 발작을 일으키면 호흡에 이상이 생길 수 있으며 즉시 발작을 중지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소 부족으로 뇌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환자가 발작을 일으킬 때 취해야 할 일반적인 위급 상황 수칙을 따랐지만 환자가 숨을 쉬지 않았다. 그래서 호흡 보조 도구로 수동 호흡을 시작했으나 환자가 심하게 경련을 하고 병상에서 온 몸을 떨며 몸부림쳤기 때문에 아주 힘들었다.

   

   

어려운 결정

발작을 멈추는 약이 환자 호흡률을 낮추는 부작용을 동반하기 때문에, 이 약을 투여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결정이었다. 발작을 중지시켜야 했기 때문에 환자 호흡에 악영향을 미친다 하더라도 약을 계속 투여해야 했다.  약 25분 후 발작을 겨우 멈출 수 있었지만 발작 증세로는 아주 긴 시간이었고 뇌 손상 위험이 높았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수동으로 공기를 넣었다. 2,3분만 공기를 넣지 않아도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찾아오는 행운

어느 순간, 이 환자가 내 딸과 같은 8살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그 사실이 내게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주어서 아주 힘들었지만 이 환자에게 40분에서 45분간 공기를 주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갑자기 환자의 가슴이 움직이기 시작해서 내가 멈췄더니 반쯤 숨쉬고 있었다. 그래서 잠시 더 호흡하도록 도와주었으며 조금씩 환자가 스스로 호흡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밤새 의식이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환자는 안정된 상태였다.

다음날 저녁 6시, 다시 병원에 갔을 때 이 소녀는 앉아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 전 날 밤에 본 나를 알아본 것이 틀림없었다. 몇 가지 간단한 검사를 했는데 소녀는 목숨을 구했고 특별한 뇌 손상은 없는 것으로 보였다. 기적을 믿지는 않지만 가끔 행운이 따를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