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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 분파간 분쟁으로 고립된 지역에 의료 서비스 지원하는 일

2013.09.04

레바논의 최빈곤 지역 두 곳 사이 분파간 분쟁에 휘말린 사람들은 의료 서비스 혜택을 받기 어렵고 일상 생활을 지속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 지역을 떠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분파간 접경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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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북쪽에 위치한 제2의 도시 트리폴리(Tripoli)의 시리아 거리(Syria Street)는 두 지역 간 분쟁의 최전선이다. 이 거리를 중심으로 한쪽에는 알라위파(Alawite) 6만 명이 2.5km²규모의 자발 모셴(Jabal Mohsen)지구에 조밀하게 살고 있고 반대쪽에는 이슬람교 수니파(Sunni)가 레바논 최빈곤 지역인 바브 알 타바네(Bab al-Tabbaneh) 지구에 살고 있다.

시리아 거리 양쪽으로 수십 년간 분쟁이 계속되었음을 나타내는 흔적이 뚜렷한 상점들이 줄지어 있다. 지난 2년 동안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두 지역의 분쟁 또한 극에 달했다.

분쟁이 발생하면 많은 사상자가 생겨나고 양쪽 주민들이 교전 지역에 갇히게 된다.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있던 2011년 3월 이후로 두 지역의 분쟁은 190명 이상의 사망자와 1,200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지난 5월 가장 최근 발발한 분쟁에서도 최소 35명이 사망했고 25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분파는 다르지만 두 지역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 지역 모두 빈곤에 시달리고 있고 좁은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밀집되어 살고 있으며, 의료 서비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최근 시리아 난민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트리폴리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코디네이터 세바스찬 비달(Sébastien Vidal)은 “두 지역의 경제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인구의 80%가 하루에 4달러 미만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의료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데다 의료 보험조차도 없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시리아 난민이 대규모로 유입되며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습니다. 또, 이로 인해 취약 난민 수용지역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자발 모셴 : 기초 의료 서비스와 부상자들의 안정화

자발 모셴에서 내려다 본 모습. 중앙에 있는 지역이 바브 알 타바네이다. ©Alla Karpenko/ MSF
자발 모셴은 트리폴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위치한 밀집 지역이다. 분쟁 당시 상점과 학교가 문을 닫았고, 많은 주민들이 일을 하지 못했다. 분쟁이 일어난 두 지역의 평화를 위해 레바논 군 탱크가 시리아 거리를 봉쇄해 물리적으로 둘을 분리시켰다.
출입로가 모두 막혔기 때문에 자발 모셴으로 들어가거나 나가는 길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었다. 이 지역 사람들은 가장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 조차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고,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전선 넘어로 건너갈 수 밖에 없었다. 

비달 현장 코디네이터는 “이곳에는 병원이 전혀 없습니다. 진통이 시작된 임산부나 응급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대립 지역을 지나 트리폴리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가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고 말했다.

2012년 11월 국경없는의사회는 자발 모셴 지구의 유일한 진료소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비달 현장 코디네이터는 “의료 활동을 시작하자 환자들의 행렬이 이어졌고 의료진들은 쉴 새 없이 환자들을 돌보는 데에 힘쓰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분쟁 발생 시에도 사람들이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계속해서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안보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외부로 이송하기 전에 부상자들이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브 알 타바네 : 첫날부터 분주한 새로운 진료소

 바브 알 타바네의 모습 ©Alla Karpenko/ MSF

시리아 거리를 중심으로 자발 모셴 지구 맞은편에 위치한 바브 알 타바네 지구는 8만 명의 레바논 사람들과 점점 증가하는 시리아 난민들의 거처이다. 올해 4월, 국경없는의사회는 바브 알 타바네에 진료소를 열었다. 비달 현장 코디네이터는 “이 지역은 레바논에서도 가장 열악한 곳 중 하나로 의료서비스가 매우 취약합니다. 진료를 시작하던 첫날부터 진료소에 수 많은 환자가 몰려들었고 대부분이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여성들과 아이들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진료소에서는 2명의 의사와 2명의 간호사가 하루 평균 환자 60명에게 무료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중 20퍼센트는 취약계층인 시리아 난민이다.

비달 현장 코디네이터는 “대부분의 환자는 흉부 감염과 위장염으로 고통받는 어린 아동들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영양분이 풍부한 식사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철분과 비타민 부족을 겪고 있으며 감염에 더욱 취약합니다”라고 전한다. 올해 4월에서 7월 말 사이에 3,500명 이상의 환자들이 진료소에서 치료를 받았다.

응급 상황 대응 활동

자발 모셴 진료소에서 화상을 입은 아동을 치료하고 있다. ©Alla Karpenko/ MSF

국경없는의사회는 자발 모셴 지구와 바브 알 타바네 지구에서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도 북쪽 지역의 유일한 공공 병원인 트리폴리 국영 병원 응급실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2년 5월부터 국경없는의사회는 병원 의료진을 교육하고 응급 환자를 치료하는데 필요한 의료 보급품과 장비를 지원했다. 자발 모셴과 바브 알 타바네 지역간 분쟁 시, 약 40%가 트리폴리 국영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11년 11월 시리아 난민이 레바논으로 유입되면서 국경없는의사회는 레바논에서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고 신규 의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레바논 지역사회는 난민들을 돕고 사회에 통합시키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특히 트리폴리나 베카 벨리(Bekka Valley)와 같은 빈곤 지역은 이미 수용 능력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레바논 현장 프로그램 매니져 구스타보 페르난데즈(Dr. Gustavo Fernandez) 박사는 “시리아 난민들에게 지원을 보장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난민을 수용한 레바논 지역에도 지원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종교, 정치적 배경에 구애 받지 않고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전념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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