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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의 한국인 간호사 이영수 - 아웨일(Aweil)에서 온 편지

2014.01.15

지난 달부터 폭력 사태가 격화되어 많은 사상자가 나오고 더 많은 사람들이 피난길에 오른 남수단에 한국인 간호사가 있습니다. 바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 이영수입니다.

남수단 내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들은 지난달 부분 철수를 하고 현재 필수 인력만이 자발적으로 남아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아웨일에 있는 이영수 선생님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아웨일은 현재 분쟁에 휘말린 지역은 아니지만 앞으로 남수단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아웨일을 비롯한 남수단 내 의료 지원과 활동가들의 안전을 위해 상황을 주시하며 응급 시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따금 스마트폰 메시지로 안부를 전해오던 이영수 선생님에게 왜 철수할 수 있었는데도 현지에 남기로 결정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현장을 떠나지 않고 남수단 사람들을 돕고 있는 이영수 선생님에게, 모든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들에게 여러분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첫 파견지 남수단 이다에서, 환자였던 아기 메리와 함께

여기는 토요일 저녁 8시. 이제 일을 마치고 돌아왔어요. 내일은 정말 하루 쉴까 해요.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는 상황이라 좀 휴식을 취하자 다들 의견을 모으는 중이에요.

남수단의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 미지수인 상황이지만, 아웨일은 아직까지 조용해서 안전에 문제는 없는 상태입니다. 남은 팀원들은 대부분 경력이 많은 사람들이어서 전혀 동요하지 않고, 부분 철수 이전과 다름없이 업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지 국제 활동가가 스무 명이 넘던 큰 미션인데 8명으로 축소하면서, 업무량이 많이 늘었어요. 또한 현지 직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되도록 그들과 함께 하려고 하니 많이 피곤합니다. 하지만 환자들을 두고 떠나고 싶지 않고 아웨일에서 의료 활동을 계속하고 싶어서 팀이 자발적으로 남은 것입니다.

저는 훈련 담당 간호사라서 가장 먼저 돌아가라고 할 줄 알았는데, 프로젝트 코디네이터가 1번으로 지목해서 남아 달라고 해서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응급 상황에 잘 대처할 거라고 인정해주니 오히려 고맙더군요. 하지만 제가 남은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우리 팀이에요. 저는 팀 플레이어라 남는 팀원들이 같이 하자 하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답이 나오더군요.

한국과 미국에서 병원을 세팅하는 단계에서 훈련을 담당한 경력이 많기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첫 파견지 이다(Yida)에서도 그렇고 두 번째인 이번 아웨일 파견도 훈련 담당 간호사로서 왔습니다. 하지만 온 지 한 달 만에 이번 사태가 터지면서 원래 업무인 훈련은 일단 보류되었고, 현재는 책임 간호사를 도우며 입원 병동, 예방 접종 부서 등의 임상 감독으로서 일하도록 역할이 변경되었어요.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 중인 남수단 아웨일(Aweil) 병원

아웨일의 프로젝트는 원래 국제 활동가만 스무 명이 넘는 비교적 큰 규모입니다. 이곳은 15세 미만 아동을 치료하는 병원이고, 분만실과 수술실도 갖추고 있어요. 그런데 갑자기 팀원이 절반 이상 줄면서 업무량이 급증하고, 얼마나 이 상황이 계속될지 모르니 이전과 다름없는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많이 걱정들을 했습니다. 하지만 놀랄 만큼 차분하게 업무를 유지해가고 있어요. 단지 모두 피로가 많이 쌓여가기는 합니다. 이제는 장기화를 대비해 서로 교대로 휴식도 취해야 한다고 서로 강조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어요.

남수단 활동을 관장하는 코디네이션 팀에서 상황 전개를 긴밀하게 주시하면서 응급 요원들을 급파해주는 등 적극 지원하고 있어 크게 불안하지는 않아요. 이미 부분 철수를 하고 며칠 후에 외과의가 와서, 철수한 산부인과 의사의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어요. 남은 기존 팀원 8명 외에 단기간 머무는 응급 팀은 한 번에 4명 정도입니다. 물론 아웨일의 팀에서도 자체적으로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쓰죠. 병원 업무가 아니면 외부 출입은 당연히 다 통제되었고, 병원 출입도 차량으로만 합니다.

참, 철수된 팀원들이 더 힘들어했다는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철수된 팀원들의 대부분은 사실 남고 싶어 했어요. 아웨일이 다른 곳보다 위험한 것도 아니고, 남은 소수 인원에게 일을 넘기고 환자들과 관리하던 현지 직원들을 두고 떠난다는 것에 정말 힘들어 했죠. 지금은 철수한 팀원들은 날마다 돌아오고 싶다, 많은 일을 넘겨주고 자신들은 떠나 있어 미안하다고 메시지를 주고 받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하면서 참 행복한 것이 이런 점이에요. 인종과 국경을 초월해서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가족 같은 팀워크를 이루고 일하는 것이죠. 운이 좋아서인지 첫 임무인 이다에서도 지금 있는 아웨일에서도, 마음이 잘 맞는 좋은 동료들을 만나 참 행복하게 일하고 있어요.

이영수에게 남아달라고 부탁한 이유는 물론 경력 때문입니다. 간호 장교로 오래 일했으니, 현재 상황에 가장 잘 대처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또한 팀원이 반 이상 줄면서 업무량이 급증할 텐데 그걸 감당해 주리라 믿었기 때문이죠
아웨일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벤자민 구에딘(Benjamin Gua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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