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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세계 여성의 날 : 피난민이 된 여성의 고통 #1

2014.03.07

“정상적인 사회적, 법적 토대가 무너지면 특히 여성의 건강이 위협받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자문, 산부인과 전문의 테인 루나(Tane Luna)

매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하지만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이 날도, 세계 수많은 여성이 분쟁이나 자연 재해 등의 이유로 살던 거주지를 떠나야 합니다. 그리고 분쟁과 피난의 과정은 여성에게 특히 위험합니다. 이들이 겪는 고통은 극심한 성폭력과 성적 착취, 피난 과정에서 일어나는 응급 분만, 산모와 신생아가 겪는 합병증 등이 있으며, 열악한 위생 환경도 여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전하는 세계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파키스탄 - 국경없는의사회는 1980년대 초부터 파키스탄에서 활동해 왔으며 현재도 여전히 아프가니스탄 난민과 실향민을 포함한 취약 집단에게 응급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라 디나(Sarah Dina), 파키스탄 국경없는의사회 심리치료 담당관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만 해도 꽤 많이 치유가 됩니다. 우리가 고통을 완전히 덜어줄 수는 없지만, 사람들 곁에 있어줄 수는 있습니다. 슬픔과 죄책감, 두려움에 빠져 있는 그들 곁에 함께 있어주는 거죠.

자신의 조국을, 자신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곳, 친지와 나의 땅이 있는 고향을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떠날 결심을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문은 잠갔지만 가구는 전부 그대로 있는 내 집을 떠난다고, 들고 갈 수 없는 짐을 그대로 두고 간다고 상상해 보세요. 걸어가야 하기 때문에 그 짐을 갖고 갈 수는 없습니다. 차를 타고 산을 넘을 수는 없으니까요. 길 상태도 좋지 않습니다. 길이 좋다 해도 언제 막힐지 모릅니다. 두려움 때문에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여동생이 강간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남동생이 총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요.
 
식구들이 죽어 쓰러진 장면을 목격했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것도 온전한 시체가 아니고 조각난 시체를요. 다리는 몸통에서 떨어져 나가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있고, 팔은 그 반대편에 떨어져 있는 거예요. 그곳에 남아 있다면 어떤 공포가 느껴질지 상상해 보세요. 떠나면서 느낄 죄책감에 대해서도 상상해 보세요. 안전한 곳을 찾아 산을 넘어 한 달을 꼬박 걷는 동안 식량과 물이 부족하다고 상상해 보세요. 처음에는 신발에 쓸려 발에 물집이 생기고, 결국엔 맨발로 걷다가 발에 베이고 긁힌 상처가 납니다. 눈길을 헤치며 걷고, 가파른 비탈을 오르고, 폭발 소리가 들릴 때마다 수풀에 숨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걷는 도중에 길에 버려진 아이들이 보인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 아이들의 부모는 길이 너무 험하고 상황이 너무 열악해서 아이들을 더 이상은 데려갈 수가 없었던 거예요. 저는 그 부모들의 심정이 어땠을지 생각해 보려고 했지만, 얼마 안 가 그만둬야 했어요. 그들의 고통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통스러웠거든요.“

남수단 - 12월 중순 이후 발생한 폭력 사태로 인해 수십만 명이 난민으로 전락했고 인도주의적 상황이 악화되었다. 임산부들과 태어날 아기들은 정기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기 힘든 탓에 위험한 상태에 처해 있으며, 응급치료 부족으로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로다(Rhoda), 24세 “저는 임신 기간 중에 항상 보르(Bor)시에 있는 보건 의료소에 다녔어요. 그 지역을 떠나 피난을 가야 했을 때 저는 살기 위해 도망쳤지만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어요. 남편은 주바(Juba)에 발이 묶여 있었고 저는 숲속에 있었는데, 정말 아이를 잃게 될 것만 같았어요.

어느 날 밤, 어머니와 저는 100명의 사람들과 함께 아웨리알(Awerial)로 향하는 큰 배를 탔어요. 배에 탄 사람들은 기본적인 생필품만 들고 이동하고 있었어요. 키우던 동물을 데리고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요. 끔찍한 여정이었어요. 동물 배설물이 섞인 더러운 물 위에 누워야 했죠. 민카만(Minkaman)에 도착한 후 어머니는 나무 몇 그루가 있는 작은 공간을 찾았어요. 우리 두 사람이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을 만한 공간이었지요. 얼마 안 있어 지속적인 진통이 시작되었고,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사내아이를 출산했어요. 이틀 후 아이는 고열이 나고 경련을 일으켰어요. 어머니는 도움을 청하러 나섰다가 우연히 국경없는의사회 구호팀을 만났고, 그분들이 저희를 진료소로 보내주셨어요. 아이는 당시 탯줄 감염으로 병균이 온몸에 퍼진 상태였어요. 지금은 괜찮아졌어요.“

필리핀 - 2013년 11월, 태풍 하이옌으로 6000여 명이 사망했고 수백만 명이 집을 잃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피해자들에게 긴급 구호를 제공하고 필리핀 주민들, 특히 임산부들과 어린 아이들을 위한 병원 시설을 재건하기 위해 활동에 나섰다. 


마가렛 버클레이(Margaret Barclay), 국경없는의사회 조산사 “태풍으로 필리핀에 있는 모든 것들은 파괴되었고, 필리핀 사람들은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타클로반에서 저희가 분만을 도운 첫 번째 산모는 진료를 받지 못했다면 사망했을지도 몰라요. 그 산모는 건강이 매우 안 좋은 상태였고 태풍 때문에 집을 잃고 천막에서 살고 있었어요. 사실상 그녀는 임신 기간 중에도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했어요. 그 산모는 폐색성 분만을 했고, 고혈압성 질환인 임신중독증(전자간증)까지 발병했어요. 심각한 임신 합병증이 생긴 것이죠. 아기의 체중은 4.1kg으로 평균보다 더 많이 나갔어요. 그래서 우리는 검사를 해보았고 실은 산모가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산모는 당뇨병에 대해 아무런 관리나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였지요. 그 때문에 몸이 아주 약한 아기를 출산할 수밖에 없었고, 아기도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어요. 어려웠던 점은, 아기가 건강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아기의 엄마와 아빠는 아이를 데리고 북쪽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는 점이예요. 왜냐하면 돌보는 사람 없이 집에 남겨진 아이들이 둘이나 더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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