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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유럽연합(EU)은 바다의 난민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2014.10.02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 인근 해역에서 난민선이 침몰하는 비극이 발생한 지 1년. 시리아 전쟁, 끝나지 않는 리비아의 혼란 등으로 전례 없이 많은 난민들이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시칠리아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들이 만나는 환자들의 상태가 날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중해에서 난민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이 적극적인 수색 작전을 지속할 것을 촉구합니다. 

주로 에리트레아, 감비아 출신인 이주자, 망명자, 난민들이 구출된 후 육지에 도착하는 모습. 국경없는의사회는 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이 지중해에서 수색작전을 지속할 것을 촉구한다. 많은 이주민들이 아프리카, 중동 지역의 전쟁과 박해를 피해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고 있다. ©Ikram N'gadi

세계 곳곳에서 갈등 상황이 증폭되고 있는 와중, EU는 계속해서 국경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에 들어가 국제적인 보호를 받으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바다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시칠리아 섬의 최대 항구인 아우구스타 항구와 포잘로 항구에서 응급 의료 서비스와 심리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시리아 전쟁, 에리트레아의 박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처절한 빈곤 상황 등을 피해 수천 명의 난민들이 이 항구들로 들어온다. 이를 우려하는 이탈리아 당국은 ‘마레 노스트럼’이라는 난민 구조 작전을 종료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고, EU 당국은 앞으로 이탈리아 경계 수역만 순찰하는 등 앞서 발표했던 '프론텍스 플러스' 미션을 더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이탈리아 현장 책임자인 스테파노 디 카를로는, “절박한 사람들이 이렇게 위험한 경로로 내몰리는 한, 이탈리아와 EU는 팔을 걷어 부치고 이들 앞에 놓인 인도주의적 재앙에 대응해야만 합니다. 수많은 비극적 침몰 사고가 발생하는 국제 해역에서 적극적인 수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천 명의 생명이 위기에 봉착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유럽으로 들어가는 모든 경로 중에 가장 위험한 곳은 중부 지중해 루트이다. 바다에서 목숨을 잃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루트에서는 극단적인 폭력 사건도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시칠리아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들이 만나는 환자들은 날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폭력과 고문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 장애가 있는 사람들, 임산부, 그리고 아동들이 갈등과 박해, 가난을 뒤로하고 생존을 위해 피난길에 오르고 있다.

디 카를로 현장 책임자는 “지금까지 이탈리아에서 이주민, 난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오면서 이렇게 많은 여성과 아동들을 본 적은 없습니다. 하나의 위험을 피해 떠나온 이들은, 부디 안전하게 이주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덜컹거리는 낡은 배에 올라 타 곧바로 다른 위험에 봉착합니다. 난파를 겪었거나, 익사를 목격했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라고 말했다.

리비아를 집어 삼킨 혼란을 피해 수천 명이 유럽으로 유입되었는데, 그 90%가 해안을 통해 피난을 시도했다. 리비아에서 일하는 사람들, 리비아 항구를 유럽으로 들어가기 위한 출발 지점으로 삼는 사람들은 치안 불안에 특히 취약하다. 점점 악화되는 치안 문제로 국경없는의사회도 지난 7월 중순에 트리폴리에서 실시하던 의료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디 카를로 현장 책임자는 이어 “하루는 17세의 세네갈 여자아이가 와서 자기 얘길 해주었습니다. 리비아에 살며 일하고 있는 부모님을 찾아가려고 했는데, 두 분 다 살해 당한 거죠. 국경이 닫혀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자 폭력 상황을 피하려고 선박에 올라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충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타고 가던 배가 가라앉았고, 이 세네갈 아이는 다시 바다를 볼 수 있기는 한 것인지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라고 전했다.

1월~8월에 국경없는의사회는 포잘로의 64개 선창에서 19,0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의료 검진을 실시했다. 사람들 대부분은 ‘마레 노스트럼’ 작전으로 일찍 구조된 덕분에 비교적 양호한 건강 상태로 항구에 도착한다. 주된 의료 문제는 배에 올라타기 전에 얻은 병들이었다. 정신적 충격으로 생긴 외상, 리비아 수용소의 비위생적 환경 때문에 생긴 피부질환, 기도 감염 등이 그 예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8월에 아우구스타 항구에 진료소를 세웠는데, 첫 달에만 582명의 외래환자들을 진료했다. 그런데 이 가운데 71명은 폭력 사건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디 카를로 현장 책임자는 “최근 몇 주간 발생한 치명적인 난파 사고들은 지중해에서 수색 작전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명백히 보여줍니다. 또한 유럽으로 들어가는 다른 안전하고 합법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방법을 택한다는 것도 명백히 알 수 있습니다. 우선 바다 구조 작전이 필요하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말입니다. 본국에서 발생한 위험을 피해 이미 피난을 떠난 사람들이 또 목숨을 거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라고 전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이탈리아•그리스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2002년부터 난민, 이주민 지원을 위해 이탈리아에서 활동해 왔으며, 특히 2002년~2013년에 람페두사 섬에서 활동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시칠리아의 라구사, 시라쿠사 주에서 난민, 이주민, 망명자를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탈리아 보건 당국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국경없는의사회는 그리스 북부에서도 2014년 4월까지 국경 경찰서 혹은 수용소에서 이주민, 난민, 망명자들을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 및 심리치료를 제공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그리스에서 필요 상황이 발생하면 곧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긴급상황 대비 역량을 유지하고 있다. 곧 국경없는의사회는 그리스 현지 단체 두 곳과 협력하여 폭력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아테네에서 의료 서비스 지원을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