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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를 이긴 열 살의 아티스트 - “저는 이렇게 나았어요”

2014.11.14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사 다니엘 루시(Daniel Lucey)가 그림에 소질이 있던 열 살 모모두(Momodu)가 몬로비아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의 엘와 3 에볼라 치료센터를 퇴원하던 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치료센터 직원들은 모모두를 축하하며 특별한 선물을 건네주었습니다.

올해 열 살인 에볼라 생존자 모모두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들고 있다. 모모두는 몬로비아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의 엘와 3 에볼라 치료센터에서 자신이 받은 치료 과정을 하나하나 그림에 담았다. ⓒMalin Lager/MSF

오늘 모모두가 집에 돌아간다. 올해 열 살인 우리 모모두는 3주 동안 여기서 치료를 받았다. 에볼라 치료센터에서 보내기에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어제 오후에 마지막으로 검사를 했는데, 드디어 음성 반응이 나왔다.

에볼라 ‘생존 예정자들’

모모두는 우리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텐트에 있었다. 그래서 검사 결과를 바로 알려 줄 수 있었다. 정말 얼마나 좋아하던지!

모모두는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띄우고 이리저리 팔을 흔들며 방방 뛰었다. 에볼라를 이기고 살아남아 너무 기뻤던 것이다.

치료센터에 처음 오던 날, 모모두는 많이 아팠다. 혼자서는 병상에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했다. 늘 간호사들에게 의지해야 했고, 이미 회복기를 보내고 있던 다른 환자들이 모모두가 먹고 마시는 일을 도와주었다.

나는 자신의 힘을 되찾으며 회복해 가는 환자들을 가리켜 ‘생존 예정자들’이라고 곧잘 부른다.

혈액 검사를 해보면 아직 퇴원하기에는 이르다고 판명되지만, 생존 예정자들은 혼자서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힘이 있고, 자기보다 더 약한 환자들을 돌보기까지 한다.

치명적인 에볼라 바이러스를 이긴 한 아동이 ‘생존자의 벽’에 손바닥 도장을 찍고 있다. 이 벽은 몬로비아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의 엘와 3 에볼라 치료센터 한쪽에 직원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Malin Lager/MSF

환자들의 응원

모모두는 특히 한 남성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 환자는 이미 치료를 다 마쳤는데도 병원에 남아 다른 환자들을 돕던 사람이다.

혼자 앉고, 음식을 먹고, 텐트 밖으로 걸어 나가 야외 의자에 앉게 될 때까지 누군가 밤낮으로 곁에서 돌봐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모모두에게 큰 힘이 되었다. 밖에 나가 의자에 앉았던 그 순간을 모모두는 아주 특별하게 기억한다.

회복해 가던 모모두는 치료센터에서 함께 지내던 열한 살 누나, 다섯 살짜리 동생, 그리고 자신보다 더 어린 동생 둘과 그늘 아래 앉아 있길 좋아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는 환자들은 다른 환자들과 함께 놀고, 서로 먹여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면서 큰 힘을 받는다. 아동이나 성인이나 다를 것이 없다.

모두가 즐거운 날

모모두는 특히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알록달록 예쁜 그림을 잘도 그렸다.

이탈리아에서 온 간호사 알레시아(Alessia)가 모모두에게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주었다.

모모두는 날마다 새 그림을 그렸다. 우리에게 보여준 그림만 해도 10장이 넘었다. 물론 고위험 구역에서는 그 어떤 물건도 가지고 나올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모모두가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찍었고, 이를 확대한 후 출력해서 액자로 만들었다.

오늘, 우리는 액자들을 모아 치료센터를 나서는 모모두에게 선물로 주었다.

몬로비아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엘와 3 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의사 다니엘 루시

모모두 덕분에 우리 모두가 큰 힘을 받았다. 우리 의료진들은 모모두의 그림을 몇 장 더 출력해서 사무실 외벽에 붙여 두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모모두의 그림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한다.

모모두는 아주 재능 있는 소년이다. 앞으로 15년 뒤 모모두가 어떤 모습일지 매우 기대된다. 아마 그때쯤이면 유명한 라이베리아의 예술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오늘 모모두의 모습은 여느 10세 소년과 다르지 않다. 웃고, 걷고, 이야기하고, 멋진 그림을 그리는 멋진 소년. 치료센터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행복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