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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외딴 산악 마을들에서 헬리콥터로 이동 진료 실시

2015.05.04

인도 비하르 주에서 여러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던 프린스 매튜(Prince Mathew) 박사는 이번 네팔 지진이 일어난 후 현장으로 급히 파견되었습니다. 프린스 박사에게서 자세한 현장 상황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이번 지진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의료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카트만두 북서부 산악 지역에서 이동 진료를 시작했다. ©Jean Pletinckx/MSF

동료 2명과 함께 델리를 떠난 것은 일요일 오전 11시였습니다. 하지만 강력한 여진이 발생해 공항을 대피할 수밖에 없어서 시내 상공을 몇 시간이나 돌다가 델리로 회항했다가 다시 돌아와, 결국 오후 8시가 되어서야 겨우 착륙할 수 있었습니다. 겨우겨우 공항에 들어와 상황을 봤는데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였습니다. 공항을 나가려는 사람들도 수천 명이었고, 구호품을 가지고 입국하는 사람도 수백 명이었습니다.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우리가 가져온 의료 물자를 꺼낼 수 있었습니다.

카트만두 공항으로 인력과 물자를 신속히 들여보내기가 매우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자, 인도 비하르 주에서 일하던 네 팀은 일요일 아침에 임시 거처 키트 1000개, 위생 키트 500개, 가족용품 키트 500개를 실은 트럭에 의료 물품까지 챙겨서 육로로 길을 떠났습니다. 국경에서 조금 지체가 있었지만, 월요일에 네 팀과 물품 모두 고르카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고르카는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200km 떨어진 도시로 이번 지진의 진앙지에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우리는 카트만두에서 서둘러 헬리콥터를 구하려고 애썼습니다. 다행히 카트만두 외곽의 지진 피해 지역 상공에서 현장 조사를 하겠다는 우리를 위해 오후 3시간 동안 우리를 태워 주겠다는 조종사를 찾을 수 있었죠. 상공에서 바라본 파괴의 모습은 참혹했습니다. 카트만두 동부, 북부, 서부 상공을 돌면서 여러 지역을 살펴 봤는데, 우리가 내려다 본 65개 마을 중 최소 45개 마을이 부분적 혹은 전체적인 파괴를 입었습니다. 주민들은 간이 대피소에 머물고 있었고, 사람들에게 임시 거처와 위생 물품, 취사 도구들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카트만두 외곽의 외딴 마을들에서 가장 심각한 부상자들은 지진 이후 며칠 안에 이송되었으나 마을에 남은 사람들은 산사태 등으로 길이 끊기면서 고립된 상태다. ©Corinne Baker/MSF

카트만두 자체는 비교적 파괴 수준이 낮았습니다. 건물과 가옥 대부분이 여전히 서 있거든요. 하지만 사람들은 여진을 우려해 건물 바깥에서 텐트나 간이 대피소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장마가 이제 막 시작된데다 앞으로 며칠, 몇 주 안에 비는 더 많이 몰아칠 텐데, 이렇게 주민들이 노숙을 하고 있는 상황은 정말 걱정스럽습니다. 카트만두 안팎에 있는 병원들도 부담이 어마어마합니다. 당장 목숨을 구해야 하는 중대한 수술, 팔다리를 치료해야 하는 큰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많거든요. 게다가 경미한 수술이나 추가 수술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고, 여러 가지 일반 질환들을 치료하려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과연 네팔 전체에 어느 정도의 지원이 필요한지 전체적인 규모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카트만두 외곽의 외진 산악 지역이기 때문이죠. 그런 곳들은 정보를 얻기도 어렵고, 얼마나 큰 피해를 입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는지는 이제 막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수송 문제입니다. 험난한 지대 위로 작은 마을들이 넓게 퍼져 있기 때문이죠. 사실 이 마을들은 이번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도 접근하기가 어려운 곳들이었습니다. 산사태 때문에 많은 도로들이 끊어져 버린데다 앞으로 산사태가 또 일어날 수도 있어서, 이런 외진 곳에 들어가는 방법은 헬리콥터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헬리콥터가 충분히 있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 한 번에 몇 톤씩 구호 물품을 실어 나를 수 있는 화물 헬리콥터는 더 찾아보기 어렵죠.

워낙 교통이 불편한 산악 지대인데다 더구나 지진으로 도로와 도보용 길이 끊겨서 이들 외딴 마을들에는 헬리콥터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Jean Pletinckx/MSF
이번에 지진이 터지고 나서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구호 단체들과 정부 구호 팀들이 네팔로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카트만두 외곽에 지진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아무도 가지 않아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는 곳에 있는 주민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최우선순위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혼잡한 공항을 통해 필요한 물자를 옮기는 데 물류적으로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가장 지원이 절실한 사람들에게 의료 지원도 하고, 임시 거처와 구호 물품을 전달하기 위한 항공편을 확보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목요일, 우리는 이동 진료소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헬리콥터를 타고 다니며 카트만두 북부 산악 지역에 자리한 외진 마을들을 방문하고 있죠. 보통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터진 후 몇 주 동안은 식수 위생 문제가 매우 중요하고, 밖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설사 질환, 호흡기 질환에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빨리 이동 진료소 수를 더 늘려서 홍역, 파상풍과 같은 전염성 질환이 퍼지지 않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또한 우리 팀들은 몇 톤에 달하는 임시 거처, 위생 물품, 취사 도구 등도 배급할 계획입니다. 장마철이 다가오고 있어서, 이런 외진 곳에 있는 주민들에게 접근할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까봐 걱정됩니다.

이번 지진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의료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카트만두 북서부 산악 지역에서 이동 진료를 시작했다. ©Jean Pletinckx/MS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