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가자지구 1년 후: 이스라엘 점령으로 여전히 숨 막히는 상황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2015.07.08

가자지구에서 51일간 전쟁이 벌어진 지 1년. 당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팔레스타인 환자 수백 명이 지금도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시설의 대기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모두들 복잡한 재건 수술과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다.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 국경없는의사회는 가자지구에 대한 봉쇄와 포위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어 마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최근 유혈사태가 이제 막 끝난 것 같은 분위기라고 밝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1989년부터 가자에서 활동하면서 현지 주민들의 필요에 맞추어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Susanne Doettling/MSF

지난 20년간 가자지구·서안지구에서 의료 및 심리적 지원을 해온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사람들이 받는 고통이 얼마나 정상으로 돌아왔는지 봐 왔고, 점령에 종지부를 찍는 것만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 해소를 위한 방법이라는 점을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최근 가자지구 전쟁으로 220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여성과 아동 약 7000명을 포함해 총 1만10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가자지구, 서안지구를 담당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책임자 에르완 그릴론(Erwan Grillon)은 “태어난 이후로 벌써 네 차례의 공격을 겪었는데, 그중 두 번은 극도로 참혹했으며 너무나 많은 민간인들이 무차별 사살되었습니다. 전쟁으로 부상을 입어 아직도 수술, 물리치료가 필요한 우리 환자들의 대부분은 18세 미만 아동들입니다.”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에 있는 여덟 살짜리 아동들은 태어난 이후로 봉쇄와 전쟁밖에는 본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책임자 에르완 그릴론(Erwan Grillon)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는 전쟁 부상의 합병증으로 아직도 처치를 받는 팔레스타인 주민과 더불어 가자인들도 많다. 대부분이 어린 아동들인데, 임시 대피소나 훼손된 집에서 지내다 보니 난방, 취사 과정에서 사고가 나서 심각한 화상을 입은 경우가 많다. 전쟁 중에 1만2000여 가구가 무너지거나 훼손되었고, 병원을 비롯한 각종 의료시설도 70여 군데가 훼손됐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력 봉쇄로 인해 절실히 필요한 물자 공급이 계속 막히고 있다. 이스라엘의 무력 공격으로 잿더미가 된 지역들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건물 자재 등 많은 물자가 필요한데, 현재 유입 통로가 막힌 상태다. 이스라엘은 시멘트나 다른 건물 자재의 유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이 물자들은 무기 제조에도 쓰일 수 있다며 ‘이중-사용’ 물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결국 가자지구에서 원상 복구된 가옥은 거의 없는 상태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팔레스타인 환자 수백 명이 지금도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시설의 대기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Susanne Doettling/MSF

“생활 여건은 나날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수술 후 치료 진료소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불안전한 가정 난방 기기가 폭발해 화상을 입었거나, 전쟁 기간 동안 훼손된 집에서 지내다가 가내 취사 사고로 화상을 입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체 환자의 60%가 아동들이었습니다.”

봉쇄의 결과, 사람들은 여전히 매우 불안전한 여건 속에서 거의 외부 지원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전체 실업률 40% 이상, 청년 실업률 60% 이상)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80%가 부분적으로나마 인도적 지원에 의존한 상태다.

가자 전쟁이 불러온 참혹한 피해,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자지구 봉쇄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반면, 서안지구 점령은 공중보건에 큰 여파를 불러오는 또 다른 형태의 억압을 보여준다. 서안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날마다 갖가지 모욕과 위협에 노출된다. 정착민 주거지, 검문소, 군 부대 등 다른 용도로 쓰이는 곳이 많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는 곳은 채 40%도 되지 않는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정신건강 프로그램에는 끝없는 괴롭힘, 개인 및 재산에 대한 정착민들의 빈번한 폭력, 야간 급습, 행정적인 억류 등 갖가지 피해를 입어 심리적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로 가득 찬다.

국경없는의사회의 가자지구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1989년부터 가자에서 활동하면서 현지 주민들의 필요에 맞추어 의료 서비스를 지원해 왔다. 가자의 보건 서비스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특수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폭력의 직·간접적인 결과에 대응했다. 구체적으로 지원한 의료 활동에는 수술, 수술 후 치료, 상처 치료, 심리적 지원, 작업 치료, 손 부위 특수 물리치료를 포함한 물리치료 등이 있다.

서안지구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2000년도 이후로 제닌, 헤브론, 나블루스, 칼킬야 등지에서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고, 2011년부터는 동예루살렘에서도 같은 활동을 진행해 왔다.

*1년 전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로 예루살렘과 가자지구를 오가며 활동중이었던 김아진 현장활동가 예루살렘에서 전한 소식 (한겨레일보 2014년 7월 18일자 기사) 보기

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64758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