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치쿤구니야: 몸을 웅크리게 만드는 질환

2015.07.09

지난해 9월부터 콜롬비아에서는 치쿤구니야 감염 환자가 증가해 왔습니다. 치쿤구니야는 그 특성이 파괴적인데다, 때로는 장기간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어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끼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콜롬비아에서 의료 인력 훈련, 진단 도구 기증, 살충 소독 등 여러 가지 대응 활동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아래 글은 콜롬비아 남서부 나리뇨 지역에 있는 투마코에서 치쿤구니야 대응 활동에 참여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전해 온 이야기입니다.

콜롬비아 나리뇨 지역 투마코 시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치쿤구니야 확산에 대응해 왔다. 치쿤구니야는 감염 모기로 사람에게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MSF
우리는 오래된 판자로 된 좁다란 다리 위를 걸어갔다. 판자는 오래돼 부식되어 있었고, 주변은 허름하고 조용한 집들이 두르고 있었다. 이곳은 콜롬비아 남서부 나리뇨(Nariño) 지역에 있는 투마코(Tumaco)라는 도시로, 소외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사람들은 치쿤구니야 바이러스 질환에 대해 알고 싶어서 흥미를 가지고 우리를 환영한다. 치쿤구니야(Chikungunya)라는 특이한 이름은 아프리카 언어 중 하나인 마콘데어에서 유래되었다. 1952년에 탄자니아에서 처음 발견된 치쿤구니야는 ‘고통스러워 몸을 구부리다’라는 뜻으로, 치쿤구니야가 일으키는 관절 통증 때문에 몸을 앞으로 구부리는 환자의 모습을 가리킨다.


별로 알려진 바 없는 이 생소한 바이러스는, 감염된 매개 모기에 물리고 나면 고열과 심한 관절 통증을 유발한다.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서는 2015년 중반까지 벌써 20만여 명이 이 병에 걸렸다고 한다. 첫 감염 환자들이 보고된 것은 2014년 9월이었다.


한 허름한 집. 노년의 여성이 쓸쓸히 홀로 누워 있다. 고통과 슬픔에 휩싸인 노인은 벌써 한 달째 병을 앓고 있었다.

“지난달부터 집 주변을 걸어 다닐 때면 다리를 질질 끌게 되더군요. 마치 두 다리가 쇳덩이로 만들어진 것처럼 말이죠.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통증이 말도 못해요. 단 하루도 열이 내려간 적이 없습니다. 계속 머리도 아팠고, 아침이면 손과 발목이 퉁퉁 부어 있었죠. 어깨, 무릎, 목도 쑤시고 온몸이 다 아픕니다. 하지만 저를 가장 소름 끼치게 만드는 것은 발과 팔꿈치 껍질이 벗겨지는 거예요. 마치 물고기처럼 껍질이 벗겨지거든요.”

치쿤구니야 증상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2014년 이후, 나리뇨 지역에서는 거의 1000명에 달하는 감염 환자들이 나왔다. 진단을 받지 못하고 병을 앓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제 감염자 수는 훨씬 높을 것이다.

그동안 국경없는의사회와 나리뇨 보건부는 치쿤구니야에 관한 주민들의 인식을 높이고자 노력해 왔다. 임상적 진단, 치료, 역학 보고 등 다양한 측면에 대해 일부 병원의 응급 의료 직원들을 훈련했고, 이 병의 진단을 도와줄 진단 도구 600개를 기증하기도 했다. 물 위에 기둥을 올려 그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취약 지역에서는 모기 퇴치를 위해 살충 활동도 실시했다. 총 1만 가구에서 진행한 살충 활동으로 약 5만 명의 주민들을 보호할 수 있었다.

우리는 또한 치쿤구니야 질환을 잘못 관리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합병증에 관해 약사들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아픈 환자들은 보건소로 이송해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콜롬비아에서는 약사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환자들이 아플 때 믿고 찾는 사람들이 바로 약사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의사는 가까이 하기에는 어려운 인물로 여겨진다. 투마코 상황은 특히 열악한데, 의료 지원을 받기가 어려운 현지 상황이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은 경미한 질병이 생기면 동네 약국을 찾아가 급한 대로 효과적인 대응이 될 만한 약을 찾는다.

치쿤구니야가 유행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병원을 찾아가기도 했는데, 응급실에 가서 오래 기다렸다가 아세트아미노펜(파라세타몰) 약을 하나 받아 오겠다고 먼 길을 가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느낀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병원에 가는 대신, 극심한 통증을 낫게 해 줄 다른 약을 찾아 나선다. 불행하게도, 이 병에 대해 사람들이 아는 것이라곤 거의 없다. 콜롬비아에서 치쿤구니야는 약사들이나 의료인들에게도 새로운 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치쿤구니야가 일으키는 통증의 원인을 ‘공기 오염’, ‘물’, ‘신의 처벌’, ‘일곱 가지 재앙’ 등 다른 데 돌리곤 한다.

치쿤구니야 질환은 그 특성이 파괴적인데다, 환자 수도 어마어마하게 많고, 때로 장기간 일을 못하게 만들 수도 있어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끼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질환이 의료 접근성이 제한된 지역의 사람들 사이에 더 많이 나타나는 지금,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시급하다.

치쿤구니야는 치쿤구니야 바이러스에 감염된 매개 모기로부터 사람에게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고열과 심한 관절 통증을 유발하며 근육통, 두통, 메스꺼움, 피로, 발진 등 다른 증상도 일으킨다.

치쿤구니야로 생기는 관절 통증은 때로 신체를 매우 쇠약하게 만들 수도 있으며, 고통의 지속 기간도 다양하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관절 통증에서 완전히 회복되지만 몇 개월, 심지어 몇 년 동안 관절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치쿤구니야와 뎅기열은 몇 가지 임상 징후들이 같아서, 뎅기열이 흔하게 나타나는 지역에서는 치쿤구니야를 뎅기열로 잘못 진단할 수도 있다. 현재 치쿤구니야를 확실히 치료해 주는 항바이러스성 치료제는 없다. 그래서 치쿤구니야 치료는 대체로 증상 완화를 위주로 하게 된다. 상용되는 치쿤구니야 백신도 아직까지는 개발되지 않았다. 모기의 번식지와 사람들의 주거지 사이의 근접성은 치쿤구니야 감염에서 중요한 위험 요소이다. 지금까지 치쿤구니야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아메리카 등 세계 60여 개국에서 발견된 바 있다. 

치쿤구니야는 아프리카, 아시아, 인도 아대륙(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이 위치한 지역)에서 발생하는데, 최근 수십 년 사이에 치쿤구니야 매개 모기가 유럽, 아메리카로 퍼져 나갔다. 2007년, 이탈리아 북동부에서 처음으로 국소적인 치쿤구니야 발병이 보고되었는데, 그 이후로 프랑스, 크로아티아 등지에서도 치쿤구니야 발병이 보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