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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분쟁을 피해 떠난 지 1년… 이라크 북부에서 여전히 불안한 여건 속에 살아가는 가족들

2015.08.05

분쟁을 피해 살던 곳을 떠나온 후로 1년이 지났지만, 피난민들은 여전히 불안하고 열악한 여건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피난민들을 위해 이동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들은 가혹한 생활 여건이 피난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라크 곳곳에서 의료 지원과 더불어 식수위생 서비스, 비식량 구호품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북부 자크호 근처에서 파르한과 그의 가족들은 뼈대만 세워진 복층 건물 안에 머물고 있다. ©Lucia Brinzanik/MSF
1년 전, 하지 차르미드(Hadji Charmeed)의 가족은 생애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하지는 부분 절단한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며, “전에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적이 있어서 걷지를 못합니다. 하지만 식구들은 저를 남겨 두고 가려고 하지 않았죠. 그래서 우리 모두 함께 있기로 결정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날은 무장 단체들이 이라크 니네와(Ninewa) 지역의 신자르(Sinjar) 지구에 몰아닥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수천 명이 집을 떠났던 날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신자르 산악 지역으로 피신했지만, 하지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포위되었다. 포위 속에 수개월을 보낸 하지와 가족 몇몇은 이라크 내 쿠르드 지역 북부로 피신했다. 그 곳은 자크호(Zakho) 시 부근으로, 현재 약 700가구가 이 곳에 머물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4년 8월 이후로 자크호 부근 지역에서 이동 진료소를 운영해 왔다. 2015년 1월에서 6월,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들은 자크호 부근 미완공 건물에서 지내는 피난민들에게 총 1만5788회의 진료를 제공했다. 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중 한 명인 잘랄 알야스(Jalal Alyas)는 “우리가 만나는 환자의 10%는 심신증 환자인데, 이는 굉장히 높은 비율입니다. 전체 환자의 40%는 당뇨,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고, 나머지 환자들은 옴 등의 피부 질환, 바이러스성 질환, 호흡기 감염, 설사 등을 앓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질환들은 열악한 생활 여건 때문에 발생하는데, 위생 여건이 나빠 상처가 감염돼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리를 지어 피신한 지 1년, 피난한 가족들은 도착 당시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여전히 불안 속에 살고 있다.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소유 재산 반환을 요구하는 주인들에게 협박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피난민 캠프는 초만원이며, 이들을 위한 지원 활동 기금도 줄어들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코디네이터 캐롤라인 보테(Caroline Voûte)는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가족들이 많습니다. 미완공 건물 속에서 열악한 여건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죠. 기부자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캠프 밖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년간 무력 분쟁이 격화되면서 대규모 피난이 일어났고, 2014년 1월 이후로 이라크 전역에서 300만여 명이 피난을 떠나야 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안바르(Anbar), 살라-아드-딘(Salah–ad-Din), 나중에는 니네와 지역을 떠나온 피난민들의 인도적 필요에 대응해 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라크 곳곳에서 의료 지원과 더불어 식수위생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으며, 담요와 비식량 구호품도 배급하고 있다. 2015년 1월 이후로,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라크 피난민들에게 총 5만5598건의 진료를 제공했다.

우리 가족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온 식구가 다시 모일 수만 있다면 두고 온 모든 것을 줄 수도 있습니다.

국내실향민 파르한 카흘라(Farhan Khala)

파르한 카흘라(Farhan Khala)는 자크호 부근에 있는 미완공 콘크리트 건물에서 가혹하고 불확실한 상황 속에 살아가고 있다. 다른 피난민들과 같이, 그의 마음에도 변함없이 남아 있는 생각이 하나 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이라크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2006년부터 이라크 북부, 남부의 여러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해 왔다. 활동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정부 기관, 종교 단체, 이라크 내 국제기관 등의 지원금을 받지 않으며, 전 세계 일반 대중으로부터 오는 민간 기부에만 의존하여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은 300여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