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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차드: 난민들을 괴롭히는 끈질긴 공포

2015.08.27

최근 몇 주간 차드호에서 보코하람의 공격은 더 늘어났고, 이에 대응해 이 지역에 주둔한 군인들도 많아졌습니다. 집을 떠나야 했던 사람 수는 두 배가 넘어, 현재 이 곳의 피난민은 총 7만5000명에 달합니다. 잠잠해질 줄 모르는 폭력 속에서 니제르, 나이지리아에서 온 난민들과 차드 사람들 모두에게 생긴 공포는 날로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정신 건강 지원이 많이 필요하지만, 최근 폭력이 늘어나면서 앞으로 이 지원은 더욱 필요해질 것입니다.

차드 다르 아스 살람 난민캠프에서 진행하는 워크숍에서 12살 소년 참가자가 그린 그림 ⓒMSF

이번 위기에 대응해 올해 3월부터 차드에서 활동해 온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 활동 안에 즉시 심리적 지원 활동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현재, 차드호 지역에 있는 다르 아스 살람(Dar as Salam) 난민캠프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들은 난민들과 만나 그들의 일상에 파고드는 공포와 두려움을 들어주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난민캠프에서 운영하는 진료소에서 심리적 지원을 받으려는 환자 4명 중 1명은 우울 증상을 보인다. 수면 장애, 심한 정서적 반응, 그리고 심리적 충격에서 오는 불안 반응도 흔하게 나타난다.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 폴린 마지베예(Forline Madjibeye)는 “나이지리아 바가(Baga) 지역에서 탈출한 16세 소녀 아베니(가명)를 만났습니다.  부모님도 돌아가셨고, 이웃들 중에도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많았죠. 아베니는 어린 남동생과 조카, 그리고 이웃집 아이 넷을 데리고 결국 여기까지 왔습니다. 어제 이야기를 나눠 보았는데, 아직 난민 카드가 없어서 식량 배급을 전혀 못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너무 배가 고파 울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위험한 상황을 피해 왔는데 여기서도 극도로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그 충격의 심리적 여파는 커질 수밖에 없다. 폴린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의 경험에 더해 난민캠프에서 여섯 아이를 돌볼 책임을 안고 있어 아베니는 어마어마한 심리적 피해를 받고 있다고 한다. 자꾸만 공포에 짓눌려 잠도 이루지 못하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휩싸여 있고,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아 우울증도 앓고 있다.

폴린은 “자신이 겪고 있는 공포와 슬픔에 더 잘 대처하고, 자신과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도록 아베니에게 일종의 통제감을 되돌려 주고 싶습니다.”라며 “쉬운 상황은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이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있고요. 그래서 저는 아베니에게 집에서 혼자 있기보다는, 다른 난민들과 만나 서로의 경험을 나누어 보라고 격려합니다.”라고 말했다.

이 지역에 폭력이 늘어나면서, 치안 불안 문제는 고국을 떠나온 순간부터 난민들을 따라왔다. 안전한 곳을 찾아 대피했다고 믿었지만, 여전히 충격적인 사건들로 괴로워하면서 전혀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계속해서 그 충격을 재현하고 있다. 이제 이들의 ‘집’은 사막 한가운데 펼쳐진 천막촌인데, 이 곳은 또 다른 공격에 취약할 수도 있다.

지난 두 달간 차드호에 머물며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해 온 심리학자 아우렐리아 모라비토(Aurelia Morabito)는, 환자들이 보이는 증상은 난민들이 경험하는 충격적인 사건과 긴밀히 연결돼 있지만, 이 곳에 도착해 맞은 생활 여건과 공포심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아우렐리는 “회복의 과정은 깁니다. 사람들은 끔찍한 것을 목격했고, 난민이 되어 혹독한 생활을 해야 하는 캠프에 왔습니다. 처음에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을 보여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하지만 여기 머무는 것 외에 뾰족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보코하람의 희생자였는데, 이제 난민으로서의 삶을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도 겪어야 하는 거죠. 전과 다른 곳에서 삶을 꾸려 가면서,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현실을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3월에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로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들은 지금까지 524명의 환자들을 만났다. 환자들은 개인 상담, 가족 상담, 부부 상담을 지원 받았고, 아동들은 매주 열리는 그림 그리기 시간에 참여해 자신이 느끼는 것을 그림 속에 담아 내기도 한다.

아우렐리아는 “아동들에게는 그림으로 자신의 두려움을 풀어내는 것이 훨씬 수월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나서는 자기를 그린 그림, 엄마아빠를 그린 그림 등등, 자신의 그림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아동 스스로 두려움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입니다. 워크숍을 열 때마다 아동들은 그림을 통해 끔찍했던 지난 일들을 자세히 드러냅니다. 총, 헬리콥터, 참수 당한 사람... 아동들의 그림에는 많은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면, 나이지리아를 떠나 니제르로 피신했는데 거기서도 공격을 겪고, 다시 나이지리아에 돌아왔더니 그 곳에서 또 다른 폭력을 본 아동들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홀로 어둔 밤을 헤치며 도망치거나, 밤새 물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던 아동들도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워크숍을 열 때마다 아동들은 그림을 통해 끔찍했던 지난 일들을 자세히 드러냅니다. 총, 헬리콥터, 참수 당한 사람... 아동들의 그림에는 많은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해 온 심리학자 아우렐리아 모라비토(Aurelia Morabito)

국경없는의사회 정신 건강팀의 목표는 난민들이 심리적 충격의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난민들에게 필요한 만큼 충분히 그들과 이야기 나눌 전문가를 확보해 두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비밀이 보장되는 안전한 공간에서 환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이 최선의 대처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우렐리아는 “국경없는의사회 심리학자들은 상담을 하면서 난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나타내는 반응이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고자 노력합니다.”라며 “이로써 환자들이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경험을 공유하면서 안정을 되찾도록 돕습니다. 고통을 없애 줄 수는 없지만, 자신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정서적 반응에 환자들이 더 잘 대처하도록 도와줄 수는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나이지리아에서 보코하람의 폭력을 피해 떠나온 난민 행렬이 처음 들어온 직후, 2015년 3월 이후로 차드호 지역에서 활동해 왔다. 다르 아스 살람 난민캠프의 정신 건강 프로그램에 더하여,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동 진료소들을 운영해 지역 주민과 피난민들에게 기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동 진료소 활동의 일부로 정신 건강 지원도 곧 포함시킬 예정이다.

수도 은자메나의 경우, 지난 6월 15일과 7월 11일에 벌어진 두 차례의 보코하람 공격 이후로, 국경없는의사회는 보건부가 운영하는 여러 병원을 지원했다. 4월 이후로 국경없는의사회는 차드의 의료 인력들이 긴급 상황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도록 돕고자, 은자메나에 있는 보건부 직원들에게 대규모 사상자 대응 교육을 실시했고, 수도에 위치한 병원 3곳에 의료 물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차드 활동

국경없는의사회는 30여 년간 차드에서 활동해 왔다. 현재 국경없는의사회는 아베체(Abéché), 암 티만(Am Timan), 마사코리(Massakory), 모이살라(Moissala), 등지에서 정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급성 영양실조에 대응하고자 아져 라미스(Hadjer Lamis) 지역의 보코로(Bokoro)에서도 활동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