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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포트하커트로 떠난 구호 활동가 조기태

2015.12.07

여러분 혹시, 이 동영상 보신적 있나요? 

영상 속 목소리의 주인공, 국경없는의사회 조기태 직원이 2년 여간 근무해온 한국 사무소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국경없는의사회의 구호 활동가로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포트하커트의 성과 성별에 기반한 폭력 관련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사무소를 떠나 한창 나이지리아로 향할 준비로 많이 바쁜 조기태 활동가에게 그동안 궁금했던 몇 가지 이야기들을 물어봤습니다. 

(쑥스럽지만 그래도) 자기 소개 부탁 드려요.  

안녕하세요. 국경없는의사회 구호 활동가 조기태입니다. 저는 2013년부터 2년 반 동안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실에서 회계 업무를 담당해 왔고, 이제 하던 일을 내려놓고 구호 현장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제가 향하는 곳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남부에 위치한 포트하커트로, 그 곳에서 저는 앞으로 6개월간 행정 매니저로서 구호 현장의 인사 및 회계 업무를 맡게 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포트하커트에서 '성과 성별에 기반한 폭력'에 관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왜 구호 현장에 가기로 결심하셨나요?

예전에 잠깐 해외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곳에서 국경없는의사회를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 ‘의사들이 일하는 단체구나.’ 하고 말았지만, 계속 관심이 가더라고요. 왠지 멋져 보이기도 했고요. 그 이후로 국경없는의사회에 계속 관심을 갖고 정보를 찾아보니 물류, 행정 등 의료 구호 활동 운영에 관한 일을 담당할 사람도 채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실에서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책상 앞에 앉아 하는 일보다 ‘현장’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여전히 했습니다. 제가 원하면 언제든 구호 활동가가 되어 현장에 갈 수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제껏 제가 ‘봉사활동’에 대해 잘못된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죠. “어떤 일이든 알려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자세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거예요. 알고 보니, 국경없는의사회의 구호 현장은 각 활동가가 자신의 기술과 능력을 동원해 팀에 기여함으로써 뚜렷한 목표를 달성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일손을 거드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기능’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엔진 속의 부속품처럼 말이죠.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 ‘과연 나는 준비가 되어 있나?’ 스스로 자문해 보니, 아직은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그때부터는 갈까 말까 계속 고민하고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구호 활동가가 되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계기는, 한국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안 다른 구호 활동가들을 만나 현장 이야기를 자주 접하는 동안 생겼습니다. 그 때마다 여전히 현장 일에 대한 호기심은 넘쳐났지만, 왠지 모를 염려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한번 해 보자!’하고 용기를 내 마음을 굳혔고, 무작정 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떠나기 전에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실은 아직 준비를 다 끝내지 못했습니다. 파견지 지정과 활동 시작일을 기다릴 때는 시간이 그렇게 더디게 느껴지더니, 막상 모든 정보를 제공받고 나니 제게 주어진 시간이 2주밖에 없더라고요. 그 사이에 퇴사, 비자 발급, 서류 준비, 예방접종, 집 정리 등을 한번에 다 하려다 보니, 정작 제가 챙겨갈 개인물품 준비는 아직 시작도 못했습니다. 제공받은 파견국 정보를 숙지하고 서류를 준비하는 일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피로와 스트레스에 눌리는데다 예방접종과 말라리아 약의 후유증까지 겹쳐, 결국 앓아 눕기까지 했습니다. 앞으로 출국까지 남은 3일 동안 가져갈 물품을 준비해 보려고요. 하지만, 현장에 가면 어떻게 해서든지 견뎌보겠다는 마음만은 단단히 준비했습니다.

걱정되는 점이나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현장에 가는 마음은 정말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그 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네요. 짧은 준비 기간 동안 많은 일들을 해결해야 했기 때문에, 오히려 빨리 그 일들을 다 끝내고 현장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은 치안(안전)인데요, 현장에 다녀온 다른 활동가 분들의 경험담을 전해 듣고 나니 조금 안심이 되었어요. 또 우려가 되는 점은, 혹시나 제가 현장에서 제 임무를 다하지 못해 팀에 피해를 끼치는 것입니다. 물론 의사소통 문제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모든 의사소통을 영어로 하게 될 텐데, 그 부분이 조금 걱정됩니다. 하지만 걱정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고, 그저 현장에서 제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동료들을 만났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활동 중에 이루고 싶은(성취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단기간 안에 모든 것을 파악하기는 어렵겠지만, 지난 40년 동안 국경없는의사회가 경험을 통해 이뤄낸 구호 현장의 업무 구조를 파악하고 싶습니다. 넓은 시야로 조직 구조를 파악하는 동시에 세부적으로 각 팀의 기능적 특색을 익히고 나면, 향후 사무실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데, 사실 이것은 장기간에 걸쳐 이루고 싶은 목표입니다. 우선은 첫 현장 활동에서 업무 기초를 잘 다져서, 아무쪼록 이 경험이 다음 현장 활동과 잘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바쁜 시간속에서도 짬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준 조기태 활동가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한국사무소 모든 동료들은 조기태 활동가가 건강히 그리고 안전하게 활동을 마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대로 조기태 활동가의 소식을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께서도 많은 격려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