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그리스: “우리를 이곳 유럽에서 죽게 하려는 걸까요?”

2016.04.14
시리아 출신 난민 할라, 남동생과 함께 그리스 사모스섬에 도착해 부모와 친척들이 있는 독일로 가려했지만 2주째 구금센터에서 나가지 못하고 있다. 

3월 20일부터 유럽연합(EU)-터키 합의가 공식 시행된 이후, 망명 신청자들을 조사하고 등록시킬 목적으로 2015년 10월 그리스 주요 섬들에 설치한 장소들은 하룻밤 사이에 구금센터로 변했다. 그래서 이주자들은 꼼짝없이 갇혀 있다.

 

EU는 3월 20일부터 효력을 발휘한 터키와의 합의가 이주 위기를 막아줄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레스보스, 키오스, 레로스, 사모스 등 그리스 주요 섬들에 만든 4곳은 당초 등록센터 기능을 하도록 설치한 곳으로서, 망명 신청자 및 이주민들은 유럽으로 갈 꿈을 안고 여기서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곳들은 그리스 군과 경찰들이 운영하는 구금센터로 변해 버렸다.

 

3월 20일 이후, 그리스 섬들에 도착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핫스팟’이라고 불리는 이 구금센터로 곧바로 이송된다.

 

현재 사모스 구금센터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이라크, 수단, 레바논, 알제리, 모로코, 이집트 등지에서 온 망명 신청자 700여 명을 구류하고 있고, 구금자 중에는 여성과 아동이 많다.

 

구금자 대부분은 3월 20일 이후 배로 도착했다. 몇몇은 3월 20일 이전에 도착했으나 시리아인 혹은 이라크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계속 구금돼 있었다. 한편, 크레테(Crete) 소재 특수 시설로 이송될 예정인 미성년자들도 구금돼 있다. 그런데 실상 크레테 시설에서도 수십 명만 돌보고 있을 뿐, 그 밖에 대다수는 방치된 상태다.

 

이주민들은 더블린 조약에 명시된 이주 조치에 따라 아테네에 있는 캠프로 이송될 거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되면 난민들은 유럽 국가 중 8개국을 선택할 수 있고, 그들을 그중 한 국가로 보내주기 위한 조치가 이행된다. 하지만, 8개국을 선택한 난민들의 의사를 그대로 존중해 줄지 여부는 미지수다.

 

3월 24일, 핫스팟을 제외하고 사모스 섬 안에 남은 이주민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 대부분은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난민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3월 20일에 풀려나기 전에 터키에서 며칠간 묶여 있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부 구금자들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국경없는의사회 팀원들에게 하소연했다. 분노와 슬픔에 빠져 있는 그들은 커다란 장벽에 가로막힌 기분을 느끼고 있다. 현재 구금 시설 안에서는 그 어떤 법적 절차나 면접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4월 4일 그리스 당국은 터키와 손잡고, 레스보스에 있던 파키스탄 및 몇몇 국가 출신 난민 124명, 그리고 인근 섬 키오스에 있던 66명 등을 배에 태워, 터키 디킬리(Dikili)로 강제 이송했다.

 

그리스 당국이 첫 번째 이주민 무리를 터키로 보낸 지금, 그리스에서 난민지위를 신청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난민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시리아 이들리브 출신 여성 카디자(Khadija, 42세)는 자녀 4명과 함께 사모스 구금센터에 갇혀 있다. 카디자는 철조망 뒤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팀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를 이곳 유럽에서 죽게 하려는 걸까요? 2013년에 통폭탄 공격이 벌어져 제 남편은 목숨을 잃었고, 우리 집도 다 무너졌어요. 그때 이후로 우리는 안전한 곳을 찾아 이 마을, 저 마을로 헤매 다녔죠. 그러다 결국 저는 희망을 잃고, 아이들을 데리고 터키로 왔어요. 이것저것 일을 많이 했지만, 아이 넷을 돌보기란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서 결국 안전을 찾아 여기까지 오게 됐죠. 그런데 이렇게 죄인처럼 철조망 안에 갇혀 있어요. 정말이지 부당한 일이에요.”

 

시리아 이들리브 출신 여성 카디자(Khadija, 42세)

 

왈리드(Waleed, 37세)는 고향 모술이 이슬람국가(IS) 수중에 넘어가고 1년 반이 지난 후, 임신한 아내 그리고 두 아이와 함께 2016년 2월에 이라크를 떠났다. 사모스까지 오는 데 1개월이 걸렸고, 터키에서는 짧지만 충격적이었던 구금 생활을 버텼다. 그리고 지금, 그들은 무슨 소식이라도 들을까 절박하게 기다리며 또 다시 구금돼 있다. 왈리드는 임신 7개월의 아내와 나란히 서서 하소연을 했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수백 명의 망명 신청자들을 자유로부터 갈라놓은 철조망 안이었다.

 

“이제 지구상에 자비라곤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를 보세요. 우리 아이들을 좀 보세요. 저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인간을 대하는 법입니까? 그들은 우리를 보호해줘야 합니다. 우리를 위한 절차가 언제 진행될지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우리가 무슨 동물인 양 이렇게 커다란 우리 속에 가둬서는 안 됩니다. 제 아내는 임신 중인데, 더 이상 이렇게 지저분하고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곳에서 죄수처럼 있을 수 없습니다. 비정부기구들도 다들 활동을 접고, 우리를 경찰 손에 남기고 떠나고 있습니다.”

 

왈리드(Waleed, 37세)

 

왈리드는 분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고, 왈리드의 아내와 아이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스 내 다른 지역도 상황은 복잡하다. 3월 28일 현재, 구금센터든 난민캠프든 그리스 안에 갇혀 있는 사람은 5만 명 이상이었다. 약 1만1000명은 지금도 이도메니에 머물며 마케도니아 국경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 한편, 당국은 국경이 계속 닫혀 있을 거라고 여러 차례 말해 왔다.

 

그리스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총장 마리에타 프로보풀루(Marietta Provopoulou)는 “상황은 다르게 전개될 수도 있었습니다. 더 체계를 갖출 수도 있었죠. 지금 우리가 이곳에서 목격하는 것은, 존엄과 존중의 태도로 백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못한 EU의 철저한 실패입니다.”라며 “그 백만 명에게는 저마다 사연이 있고, 각자가 겪은 고통이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과 가족들을 지키고, 전쟁과 박해를 피해 유럽에서 더 나은 미래를 찾고자 모든 것을 감수했습니다. 우리들도 모두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