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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망명 신청자들에게 등을 돌리지 말라: #TakePeopleIn

2016.05.19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국경 사이에 발이 묶인 시리아 난민들 ⓒAlex Yallop/MSF

유럽 정부와 유럽 단체들은 ‘유럽연합(EU)-터키 협약’에 서명함으로써 전쟁, 억압, 절망을 피해 떠나는 수천 명에게 등을 돌렸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고자 한다.

‘EU-터키 협약’은 수십억 유로의 재정 지원 패키지 등 대가를 터키에 제공하면서 사실상 난민을 보호해야 할 역할을 터키에 넘겨줬다. 최근 수십 년 역사상 최대의 피난 행렬이 이어지는 지금, 이 협정을 맺은 것은 유럽 정부 및 단체의 도덕적, 법적 책임에 대한 역사적인 기권 행위다.

이주민 문제는 유럽 땅에 벌어진 중대한 인도적 위기다. MSF는 수년간 유럽이 취한 ‘이주 억제’ 접근 방식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치료해 왔다. 경찰에게 구타당한 사람들의 뼈를 이어 붙여 주었고, 고무탄에 머리를 맞은 아동들을 치료했으며, 최루 가스를 맞은 아기들의 눈을 씻어 주기도 했다. EU와 회원국들은 위기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대신, 그저 이 문제를 다른 이들에게 미루고 외면하기로 작정했다.

이 협약은 망명을 신청하는 모든 사람의 권리를 위협한다. 보호를 구하는 남성, 여성, 아동을 도와야 할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다. 이들이 가장 마지막으로 떠나온 곳, 본국으로 모두 돌려보내는 것은 망명을 정치적 교섭 수단으로 바꾸어 놓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난민들을 유럽 국경에서, 그리고 투표권을 가진 유럽 사람들의 시선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뜨리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현재, 망명을 신청하기 위해 유럽 해안에 안전하게 도달하려는 사람들에게 남은 선택 사항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

이에 대한 대가로 EU는 시리아 난민들의 필요 사항을 충족시킬 ‘인도적’ 개발 원조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이 기금(원조)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원조는 사람들의 고통을 바다 밖으로 보내 버리는 것이다. 사람들의 필요에 온전히 근거해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는 인도주의 원칙을 저버리는 조건부 지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 터키에서 사람들을 돌보도록 하는 대가로 수십억 유로를 제공한 결과, 구호 단체들은 끔찍한 딜레마에 빠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도움이 절박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한다고 해도 결국 이는 국경 통제 목적을 지닌 반인도적 정책을 뒷받침하는 것이지 않은가?

2016년 5월 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참석한 국경없는의사회 국제회장 조앤 리우 박사 

국경 안에 있는 근 300만 명의 난민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자 이미 고군분투하고 있는 터키에는 분명히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다만 우리는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 협의에서 분리시켜 달라고 말하고 있다.

이 협약은 세계 다른 나라들에게 다음과 같은 걱정스러운 신호를 보내고 있다. 망명을 불허하는 법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 다른 많은 나라들이 이 방식을 본떠 행하게 된다면, ‘난민’이라는 개념 자체가 소멸될 것이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탈출하지도 못한 채 전쟁 지대에 갇혀, 어쩔 수 없이 그 곳에 머무르다가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최근 시리아 이들리브(Idlib) 근처에서 피난민들이 머물고 있던 캠프가 폭격을 맞아 최소 28명이 사망했는데, 이는 시리아 내에서 ‘안전한 공간’이라는 개념이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그리스에 고립된 사람들에게 유럽이 건네는 공식적인 환영이란 참으로 부끄러운 수준이다. 그리스 군도에 있는 여러 캠프에는 적소에 배치된 보호 방편이 사실상 전무하다. 어둠이 짙게 깔리면 여성들은 두려워서 화장실에 가지도 못하고 엄마들은 아기들에게 먹이려고 분유를 동냥하고 다니며, 남녀노소 모두 얼마 없는 음식을 차지하려고 다투거나 옆에 서 있는 사람과 싸우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어버린다. 이들에게는 단지 EU의 돈이 아니라 도움과 보호가 필요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벌써 그렇게 오래된 일인가. 폭력과 박해로부터 떠난 뒤 아무 대책 없이 남겨진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이 무엇인지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오래된 건가. 전 세계 피난 위기로 일어난 막대한 문제들이 이제 논란 속 정치 문제가 되었다는 것은 잘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MSF)는 이것이 무엇보다도 인도주의적인 문제라고 여기고 있고, 이는 EU에게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EU 국가에 살고 있는 수많은 시민들도 다른 사람들을 돕겠다고 자원하며 이 문제를 제기해 왔는데, 정작 지도층에서는 여기서 비롯될 잠재적인 정치적 여파를 우려해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 유럽 지도자에게 호소한다. 이 문제에 답해달라. EU 지닌 자원을 동원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환영하고 그들을 보호해달라.

 

조앤 리우(Joanne Liu) 박사

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 티에리코펜스 기고문

[기고] 사람으로 인정받는 이는 누군가 / 티에리 코펜스(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