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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3개월 연속으로 구명 의료 접근이 거부된 시리아인들

2016.09.22

요르단: 3개월 연속으로 구명 의료 접근이 거부된 시리아인들

Syrian Refugees Stranded in the "Berm" Jordan/Syria Border

저녁 식사에 쓸 가지를 다듬는 할머니 옆에 앉아 있는 시리아 난민 아동. 이들이 앉아 있는 곳은 시리아 국경에서 가까운 요르단 마프라크 외곽에 위치한 임시 텐트촌 밖이다. ⓒHH

 

2016년 9월 21일, 요르단 암만

요르단이 시리아와의 국경을 폐쇄한 이후로 3개월이 지난 지금, 수천 명의 시리아인들이 요르단 북동부 베름, 북서부 람사 등 2개 지역에서 필수 의료 지원을 받으려는 시도가 계속 거부되고 있다.

 

베름

현재 7만5000여 명의 시리아인들이 요르단 북동쪽 국경에 가까운 ‘베름’(The Berm)이라는 사막 지역에 고립돼 있는데, 이들 중 4분의 3은 여성과 아동들이다. 지난 5월과 6월, 국경없는의사회가 그곳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짧은 기간 동안, 의료팀들은 상당한 의료적 필요사항을 목격했다. 특히 영양실조와 설사로 고통 받는 아동들이 많았다. 지금 국경없는의사회는 베름에서 질병들이 발병하고 있다는 소식을 계속 받고 있는데, 모든 접근이 차단돼 있어 그 병들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도 없고 사람들도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팀 리더 나탈리 터틀(Natalie Thurtle)은 “끊임없이 기침이 나는 호흡기 질환이 새롭게 발병했다는 미검증 보고들이 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목숨을 잃기도 했다고 합니다.”라며 “예방접종이 없는 환경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아마 백일해가 아닐까 우려해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이를 확실히 규명해 사람들을 치료하려면 실제로 이 환자들에게 접근해 지금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라고 말했다.

6월 21일에 베름 근처에서 치명적인 차량 폭탄 공격이 일어나자 요르단은 시리아와의 국경을 완전히 차단했고, 이에 따라 국경없는의사회는 단 23일 만에 베름에서의 모든 활동을 중단해야만 했다. 국경 폐쇄는 그곳에 고립된 시리아인들이 견디고 있던 열악한 인도적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그들은 지금 물과 식량이 부족한 가운데 비위생적인 여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나마 물은 제한적으로나마 배급이 되었고 식량도 일회성으로 지원된 적도 있었지만, 의료 지원은 6월 이후로 전혀 없었다.

국경없는의사회 요르단 현장 책임자는 루이스 에구일루즈(Luis Eguiluz)는 “베름에 고립된 시리아인들은 여름이면 기온이 50℃까지 오르고 겨울이면 혹한이 들어 식생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사막에서 열악한 여건을 감내하며 살고 있습니다.”라며 “우선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완전한 인도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질 좋은 필수 의료 지원을 아무런 방해 없이 받는 일도 포함됩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베름의 절박한 상황에 비추어, 국경없는의사회는 인도적 지원에 대한 규제를 철회하고 국경없는의사회가 베름 지역에 접근해 그곳에 고립된 시리아인들에게 필요한 의료 사항이 무엇인지 직접 조사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줄 것을 요르단 정부에 요구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시리아인들을 다시 시리아로 밀어내는 내용을 담은 제안이나, 양질의 의료 지원을 불공평하게 전달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제안은 그 어떤 것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베름에 갇힌 시리아인들의 인도적 상황에 대한 장기적인 해결책을 강구할 것을 다시금 요청한다.

 

람사

시리아와 마주하고 있는 요르단 북서쪽 국경의 또 다른 끝에서는, 전쟁으로 부상을 입은 시리아인들이 요르단 람사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긴급 외과 프로그램에 여전히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13년 9월에서부터 국경이 폐쇄된 올해 6월까지, 람사 병원 응급실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총 2400여 명의 시리아 출신 부상자들을 만났었지만, 현재 수술실과 병동은 거의 텅 비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마이클 탈로티(Michael Talotti)는 “지금 우리 병원은 거의 비어 있습니다. 환자도 9명뿐입니다. 단 5km 떨어진 곳에 시리아인 부상자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알고 있는데, 그들은 장벽에 가로막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라며 “정말 무력한 기분이 듭니다. 사상자는 계속 늘어만 가는데, 응급실과 수술실은 이토록 조용한 상황이니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6월 21일 이후로 국경없는의사회가 기록한 바에 따르면, 전쟁으로 부상을 입어 긴급 대피가 필요한데 요르단으로 넘어오는 것이 거부된 시리아인들은 총 56명이었다. 그리고 이 중 11명은 3세~14세 아동들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요르단 정부에 다시금 요청한다. 요르단 정부는 전쟁으로 부상을 입은 시리아인들이 요르단 북서부 국경을 통해 의료 대피를 할 수 있도록 즉각 허락해 그들이 시리아에서는 찾지 못하는 구명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