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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콜롬비아: 성폭력 – 숨어 있는 폭력

2016.12.23

국경없는의사회, 한 해 동안 콜롬비아 성폭력 피해자 645명 치료

MSF assists survivors of violence in Tumaco, Colombia.

국경없는의사회 담당자가 무력분쟁 및 다른 폭력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포괄적 정신건강 지원사업에 대해 피해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Lena Mucha/MSF

불행하게도, 성폭력은 대체로 소녀·여성을 상대로 일어나는 폭행 중 하나다. 게다가 성폭력은 깊숙이 뿌리 박힌 숨은 폭력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사람들에게 그러한 폭력을 저지르는 것이 용인되거나 혹은 정상적인 것으로 돼버린 경우도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5년부터 콜롬비아의 투마코(Tumaco)·부에나벤투라(Buenaventura) 등지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포괄적인 지원을 해 왔다. 그 후로 지난 1년간 국경없는의사회는 성폭력 발생률이 높은 지역에서 피자 645명을 치료했는데, 그중 90%는 여성이었다.

이런 문제에 부딪히는 취약한 여성들을 우려하는 것은 다만 국경없는의사회 팀들만이 아니다. 생존자 지원에 대한 포괄적 접근은 공중보건 단체들 사이에서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바탕 위에서 다양한 지원 방법을 추진해 보고, 홍보와 예방 활동을 통해 즉시 도움을 청하는 것의 중요성에 관해 대중의 인식을 높여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 환자들에 따르면, 국가 보건기관에 도움을 청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생존자들이 다시 피해자가 되거나 낙인이 찍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정보도 부족하고, 포괄적인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도 낮다.

이 모든 장애물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들은 그저 침묵을 지키는 편을 택한다. 우리 환자들 중 한 사람의 증언은 이를 잘 보여준다.

“사촌들하고 정말 가깝게 지내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어느 날 오후, 사촌 오빠가 아팠는데 저더러 옆에 누워 달라는 거예요. 그런데 제 속옷을 벗기더니 제 위로 올라왔어요. 그 뒤에 저는 완전히 더럽혀진 기분을 느끼고 말았어요. 사촌 오빠는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했어요… 저는 가서 몸을 씻었고, 그 후로…남편과 함께 지내 온 지난 4년 동안 누구에게도 그 일을 얘기하지 않았어요…전 그때 억지로 성관계를 당한 거예요.”

그런가 하면 의료적·심리적 응급 치료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성폭력의 경우, 반드시 72시간 안에 응급 처치를 받아야 HIV 감염도 막고 원치 않는 임신도 피할 수 있으며, B형 간염이나 파상풍 등의 다른 전염성 성병에 걸릴 위험도 막을 수 있다. 한편, 보건소에서 환자들에게 포괄 서비스를 지원하는 일을 맡은 사람들이 서비스를 제한하고 여기에 불평을 하는 경우도 있고, 성폭력 자체를 의과적 응급 상황으로 여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도시 폭력이 존재하는 곳에 사는 사람들, 무력 분쟁의 여파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성폭력 피해 위험이 더 크다. 콜롬비아 정부의 범죄 피해자 전담 부처(UARIV)에 따르면, 올 한 해 성적

자유와 고결함에 반하여 일어난 70건의 범죄는 분쟁과 관련된다고 한다. 이런 시나리오에서 성범죄 사건은 보고 비율이 가장 낮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이 수치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여성들이 처하는 우려스러운 현실 앞에서, 우리는 성폭력 생존자들을 위한 신체적·정신보건적 포괄 의료 지원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문제를 공중보건 문제로 보고 사안을 신속하고 빈틈없이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포괄적 치료를 제공하되, 생존자의 정신건강을 고려하는 접근을 취해야 한다. 특히 여성·소녀 등 가장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후안 마티아스 길(Juan Matías Gil) | 국경없는의사회 콜롬비아 현장 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