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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비인도적 구금 환경…EU는 이주 문제 논의

2017.02.03

이민자들이 리비아 미스라타에서 50km정도 떨어진 카라렘 마을의 구금센터에 서있다. ⓒManu Brabo/AP

2017-02-06

“지중해 중부에 관한 ‘몰타 선언’을 발표한 유럽이사회는 현재 리비아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구조선으로 구조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지금도 구금센터에서 굶주리고 폭행과 학대를 당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EU와 이탈리아마저 약탈자가 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이번 선언을 통해 EU 지도자들의 유일한 목표는 ‘(난민) 행렬 저지’라는 것이 다시금 드러났습니다. 오늘 논의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생명을 살릴까 하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EU는 난민들이 유럽 땅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면 남성·여성·아동 등 수천 명의 취약한 사람들을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 명백합니다. 이번 선언에는 리비아에 머물 수도 없는데다 집으로 돌아가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안이 전혀 없습니다. 난민·이주민을 위한 리비아 상황 개선책이라고 제시된 내용은 세부사항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간단히 말해 이 계획은 사람들이 유럽 땅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 또 다른 시도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총장 아르한 헤헨캄프(Arjan Hehenkamp)

2017-02-03

오늘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이주 문제를 논의하고자 몰타에서 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은 리비아 당국과의 협력 증진을 통해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이어지는 루트를 차단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리비아에 갇혀 있거나 리비아로 송환된 사람들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6년 7월부터 트리폴리에 구금된 이주민, 난민, 망명 신청자들에게 의료 지원을 해 왔다. 사람들은 충분한 식량, 깨끗한 물, 의료 지원을 구하지 못한 채 비인도적이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임의로 구금되는 경우가 많다.

트리폴리에서 돌아온 국경없는의사회 네덜란드 사무총장 아르한 헤헨캄프(Arjan Hehenkamp)은 오늘,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유럽연합과 회원국들은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비아는 안전한 곳이 아닙니다. 이런 방식으로 이주 문제를 다루는 것은 인도적 접근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사실상 리비아는 법과 질서가 무너진 상태입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은 올바른 법적 절차도 없이 구금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적법성을 따질 방법도 없는 상황입니다. 구금된 사람들은 생존 소식을 가족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절박한데, 바깥 세상과 소통할 길이 전혀 없습니다. 제가 대화를 나눠 본 사람들은 벌써 몇 달째 붙잡혀 있는데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트리폴리 인근 구금센터 7곳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활동하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곳들도 리비아 기준, 역내 기준, 국제 기준을 전혀 지키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비인도적 환경 속에 붙잡혀 있습니다. 채광이며 통풍도 거의 안 되고, 위험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는 시설들도 많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것은 놀랄 만큼 무시되고 있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은 매주 평균 500명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주로 호흡기 감염, 급성 수인성 설사, 피부 질환, 요로 감염 등 구금센터 내부 환경으로 인해 생기는 병들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금센터의 식량 부족 문제는 정말 심각합니다. 성인들도 영양실조를 앓고 있고, 사람들은 질병과 급성 질환에 더 취약해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구금된 사람들은 안전한 식수를 구할 올바른 통로가 없습니다. 하루에 1인당 1리터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화장실·샤워실 사용도 극히 제한돼 있어서 피부 질환이나 이·옴·벼룩 감염에 걸릴 확률이 높습니다.” “최근 UN 보고서에서는 구금돼 있는 많은 사람들이 당한 폭력·학대 경험을 두드러지게 기술했습니다. 우리 팀들은 구조선을 타고 지중해에서 남성·여성·아동 등 5만여 명을 구조했고, 사람들이 리비아에서 직접 겪은 우려할 만한 수준의 폭력과 착취의 일들을 문서로 작성했습니다. 그들은 치안 부대, 민병대, 밀수 조직, 범죄 집단, 민간 개인들의 손에 이런 일들을 당했습니다.”

“제 기능을 발휘하는 망명(보호) 체계가 리비아에 없다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는 국제사회의 보호를 원하는 사람들이 국제 및 역내 난민법에 의거해 공정하고 효과적인 절차를 밟을 수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EU는 현장의 실제 상황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리비아는 안전한 곳이 아닙니다. 이러한 상황에 사람들을 리비아에 붙잡아 두거나, 리비아로 되돌려 보내는 것은 EU가 말하는 소위 인간의 존엄성과 법의 지배라는 근본적인 가치를 조롱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