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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말라리아의 날: 송경아 활동가 인터뷰

2017.04.25

국경없는의사회는 오늘 ‘세계 말라리아의 날’을 맞아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송경아 활동가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송경아 간호사는 지난해 남수단 아웨일(Aweil)에서 첫 활동을 시작한 뒤 귀국한 후 지난달 다시 남수단으로 돌아가 현재 마욤(Mayom)이라는 곳에서 의료 활동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송경아 활동가가 들려주는 남수단 내 말라리아 환자 이야기와 이들을 치료하는 국경없는의사회의 활동상을 전해드립니다.

남수단 아웨일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과 기념 사진. ⓒ 송경아 활동가 제공

-지금 계신 곳은 어디인가요. 어떤 일을 하시나요?

저는 지금 남수단, 마욤(Mayom)이라는 곳에 있습니다. 저는 마욤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1차의료센터(Primary Health Care Center/PHCC)에서 간호활동 매니저(Nursing activity manager)로 일하고 있습니다. 외래환자를 주로 받고 있고 한달에 평균4500건의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위해 10개 병상을 운영중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5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 역할은 현지 직원들을 교육하고 역량을 강화시켜 원활하고 질 높은 치료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욤 지역의 가장 큰 의료 필요는 어떤 것인가요?

이 곳 사람들은 질병에 굉장히 취약합니다. 깨끗한 물이 부족해 사람들은 수인성 설사로 많이 병원을 찾고 이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건기라 말라리아가 덜하지만 여전히 말라리아 환자가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우기가 다가오면서 말라리아 환자가 급격히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지역은 식량 위기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예방접종률이 낮아 지난해에는 홍역 환자가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HIV 혹은 결핵 환자도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남수단 내 치안이 불안정하고 분쟁이 이어지고 있어 총상 환자도 1주일에 한두 명 보는 것 같습니다.

 -말라리아 환자들의 상태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해주세요.

 

지금은 말라리아 비유행 기간이지만 5~6월쯤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엄청난 수의 말라리아 환자를 볼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작년에 제가 아웨일(Aweil)에서 경험했던 것을 예로 들어보면 일단 비가 오기 시작하면 모기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고 그와 함께 환자수도 급격하게 늘어납니다. 환자들을 치료하는 우리 현지 의료진들도 말라리아로 며칠씩 병가를 내고 돌아옵니다.

말라리아 치료는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은 항말라리아 약을 3회 투여하면 계속 구토, 설사, 고열에 시달리던 환자들이 하루 이틀 뒤 증상이 나아집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상태의 경우 치료에 좀 더 시간이 걸립니다. 어떤 사람은 수혈이 필요할 수도 있고, 뇌성 말라리아의 경우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말라리아 유행기와 비유행기는 어떻게 다른가요?

지난해 아웨일에서 했던 활동을 예로 들어보면, 비유행기에는 입원 환자가 하루 20~30명이었는데, 우기가 시작되면서 6~7월에는 50~60명으로 늘더니 9월에는 하루 150명까지 입원시켰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프로젝트가 ‘응급 프로젝트’로 변경됐습니다. 다른 프로젝트로 발령받은 국제활동가들을 모두 끌어와 기존 20명에서 30명까지 늘렸습니다.

-지역민에게 말라리아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치료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가 하고 있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증상이 시작되면 병원을 빨리 찾는 것이 병 악화를 막는 방법입니다. 여기 국경없는의사회 1차의료센터에서는 보건 홍보 담당자들이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말라리아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사회로 나가 ‘지역 말라리아 요원 프로젝트’(Community Malaria Agent Project/CMAP)란 프로그램을 우기에만 한정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CMAP은 각 마을 별로 자원을 받아 요원을 배치하여 말라리아를 지역사회에서 빨리 발견해 치료하자는 취지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요원들을 교육하고 항말라리아 약품과 말라리아 검사물품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수시로 직원을 파견해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점검합니다.

남수단 아웨일에서 환자를 돌보는 송경아 활동가. (가운데) 차에 치여 실려온 환자를 돌보고 있다. ⓒ Jean-Christophe Nougaret/MSF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나요?

아웨일에서는 전쟁고아이거나 피난과정에서 부모로부터 버려진 거리의 소년들이 꽤 많았습니다. 뎅(Deng)이라 불리는 아이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시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근근이 하루를 버티는 이 아이는 아직도 어렸습니다. 12살 정도 되었을까요? 하지만 항상 우리에게 밝은 미소로 인사하며 안부를 주고 받는 사이였습니다. 매일 보던 아이이기에 안보이면 이상할 정도였죠. 어느 날 병원 입구에 그 아이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얼른 병원 안으로 옮겨 검사를 하고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말라리아였죠. 그 며칠 후 그 아이는 다시 밝은 미소를 되찾고 우리의 일과인 ‘인사하기’를 다시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남수단에서만 두 번째 활동이신데, 남수단에 다시 돌아오기로 결심한 배경이 있나요? 지난번과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요?

두 번째 활동지를 남수단으로 제안 받고 흔쾌히 받아들이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남수단 생활환경이 워낙 열악하기에 여기 삶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본 40~5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식량 위기 상황이라서요. 여기 지역민들보다야 훨씬 낫겠지만 한국 생활환경에 익숙한 저로서는 늘 배가 고팠습니다.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들 때문에 고민 했지만, 결국엔 가는 방향으로 정했습니다. 가뭄과 내전으로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식량 상태가 계속 보고되고 있었고, 무엇보다 열악한 남수단 주민들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저를 필요로 한다면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 마욤은 첫 번째 활동지 아웨일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치안이 좀 더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총상 환자들도 더 많고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이나 숙소 밖 마을로 나가면 총을 든 군인들과 탱크를 심심치 않게 봅니다. 작은 규모지만 환자 치료에는 작고 큰 것이 없기에 모든 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항상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가끔 지치고 힘들때도 있지만, 그럴때면 환자들을 생각합니다. 여기는 의료 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의료 혜택을 받으려면 기본 3~4시간은 쨍쨍한 햇빛을 받으며 걸어야 병원에 닿을 수가 있습니다. 총상 환자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병원에 도착하면 살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12시간, 심지어 2일에 걸쳐 걸어오기도 합니다.

치료 받고 회복되는 과정을 보면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정말 값진 일이란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거죠. 국경없는의사회는 다국적 비정부 단체입니다. 국제 구호 활동가들이 세계 곳곳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려고 날라옵니다. 서로 살아온 생활 환경과 문화가 다르고 다른 언어를 쓰지만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힘이 되고자 하는 생각 하나로 모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하나로 만듭니다. 이런 멋진 사람들과 같이 일하게 돼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를 지지하는 분, 후원해주시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계는 교통의 발달로 점점 좁아지고 있지만,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처음 여기 남수단에 도착하여 제 피부로 느낀 참담함을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 미디어를 통해 짐작했던 것 이상의 참담함이었습니다. 한 쪽 세계는 풍족하여 음식물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음식이 없어 굶주리고 있습니다. 이게 지금 제가 느끼는 현실입니다.

얼마 전 제 친구들이 길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홍보하는 것을 보고 후원을 시작했다고 제게 알려왔습니다. 이렇게 길에서 만나 가볍게 시작하는 후원이지만 그 후원이 기아에 허덕이고 말라리아라는 질병에 시달리는 여러 사람들을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후원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