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현장소식

콩고민주공화국: “우리가 수수방관한다면 이들은 죽고 말 것입니다”

2017.05.29

콩고민주공화국 칼레미 시에 위치한 칼렝게 피난민 캠프 ⓒLena Mucha 

영양실조와 각종 질병으로 남동부 지역에 심각한 피해 – 국경없는의사회, 사람들에게 더 많은 구호 지원 촉구

2017년 5월 26일

10개월 전, 부족 간 전투를 피해 집을 떠나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남동부 탕가니카 주(州) 칼레미 시 주변에 피신한 4만4000여 명의 피난민은 현재 식량, 물, 거처, 의료가 부족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4월, 국경없는의사회는 홍역 예방접종 캠페인을 실시하면서 5세 미만 아동5700명을 대상으로 영양실조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6%가 영양실조, 4.5%가 중증 영양실조로 나타나는 등, 긴급 상황으로 볼 만한 수준을 넘어서는 영양실조 상태가 확인되었다.

국경없는의사회 긴급 프로그램 부 매니저 나르시스 웨가 크웨캄(Narcisse Wega Kwekam)은 탕가니카 주 활동을 마치고 돌아왔다. 유엔 추산에 따르면, 2016년 7월~2017년 3월 탕가니카에는 폭력을 피해 떠나 온 근 50만 명의 사람들이 피신해 있었다고 한다. 아래 내용은 나르시스 부 매니저가 전한 이야기이다.

“마을 사람들은 어딘가 안전한 곳을 찾겠다는 희망을 품고 집을 떠났습니다. 전투가 격렬해지자 칼레미로 들어오는 가족들이 점점 더 많아져 여기저기 비공식 정착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사람들이 머물고 있는 거처는 짚이나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정착촌들이 자리잡은 지 벌써 몇 달이 되었지만, 사람들을 위한 구호 지원은 매우 미미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떤 피난민들은 물, 식량, 의료 지원을 전혀 구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콩고민주공화국 남동부 칼레미 시에 위치한 칼렝게 피난민 캠프 ⓒLena Mucha

우리는 탕가니카, 그중에서도 접근이 어려운 지역까지 퍼져 나간 대규모 홍역 창궐에 대응했습니다. 당시 우리는 모케(Moke)라는 마을까지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이전까지 거의 본 적이 없는 수준의 심각한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완전히 맥이 풀린 사람들은 일어날 기력도 없이 바닥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 마을에는 1500명쯤 살고 있었고, 묘지에 가보니 무덤이 95개나 있었습니다. 그 무덤의 90%가 아동들의 묘였죠. 4월에 영양실조 검사를 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전체 아동의 51%가 영양실조 상태였고, 23%는 중증이었습니다.

우리는 최대한 빨리 이동 진료소를 꾸려 영양실조에 걸린 아동과 성인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했습니다. 모기장, 방수 시트 같은 물품도 배급했습니다. 우리 진료소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흔한 질병이 말라리아와 폐렴이었거든요.

칼레미 시에 위치한 초등학교 써클 필트사프(Circle filtsaf). 3주 전, 타바콩고 출신 주민들이 이곳에 도착했다. ⓒLena Mucha

사람들은 지금 끔찍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두 가지 – 보호를 받는 것,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구호 지원을 하는 한편, 다른 단체들도 이 책임을 함께 짊어질 것을 요청합니다. 우리가 수수방관한다면 이들은 죽고 말 것입니다. 마을에 다시 돌아갈 때마다 또 다른 사망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국경없는의사회는 앞으로도 우리가 현장에서 목격하고 경험한 것을 밝히고 증언할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책임을 짊어져야 합니다. 분명 이 같은 상황에 처한 또 다른 무리의 피난민들이 있으며, 그들에게도 동일한 수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직접 지원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모든 이들이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 느껴 팔을 걷어 부치고 행동에 나서도록 우리의 목소리를 높일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3월 이후로 국경없는의사회는 칼레미, 칸심바(탕가니카에 위치한 또 다른 도시) 등지에서 피난민들에게 긴급 지원을 해 왔다. 구체적으로 이동 진료소를 운영하고 홍역 예방접종을 실시하며, 식수를 배급하고, 일부 정착촌 내에 화장실과 샤워실을 설치하기도 했다.

탕가니카 지역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위탁 센터로 아픈 아동과 그 어머니가 도착했다. ⓒLeonor Lapotre/MSF

국경없는의사회는 여러 유엔 기관 및 콩고 정부에서 이 지역에서 인도적 대응을 높여 줄 것을 촉구한다. 정착촌 여건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하며, 의료 지원도 이루어져야 한다. 식량 지원도 필요하며, 폭력의 위기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보호가 필요하다. 이미 일부 지원이 이루어졌고 더 많은 지원이 계획돼 있지만,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