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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공습 아니면 지뢰밭 – 라카 주민들이 맞닥뜨린 치명적인 갈림길

2017.06.12

지난주, 국경없는의사회의 예방접종을 받은 아동 1070명 중 다수는 이번 예방접종이 처음

시리아 북부에서 국내 실향민들을 위해 인도적 구호를 제공하며 만비지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들 ⓒMSF

2017년 6월 12일

시리아 북부 도시 라카의 통제권을 둘러싸고 전투가 격렬해지면서, 라카 및 인근 지역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은 치명적인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고 국경없는의사회가 밝혔다. 이들은 대규모 폭격 아래 그대로 있거나, 아니면 격렬한 교전선과 지뢰밭을 건너야만 도시를 벗어날 수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긴급구호 코디네이터 푸크 린더스(Puk Leenders)는 이렇게 말했다.

“부모들은 도저히 불가능한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우선, 라카에 머물기로 결정한다면 자녀들이 나날이 커져 가는 폭력과 공습의 피해를 볼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교전선을 넘어갈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지뢰밭을 건너가야 하고 십자 포화 사이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탈출하는 편을 택했다 해도 이슬람국가(IS)의 요새로 알려진 라카를 탈출하는 데는 숱한 어려움이 따른다. 린더스는 이렇게 덧붙였다.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처벌을 받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뇌물을 주고서야 겨우 도시를 떠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라카 출신의 한 남성(65세)은 이렇게 말했다.

아인 이사(Ain Issa)로 이어지는 길에는 지뢰들이 여기저기 버려져 있었습니다. 라카를 떠나게 되기까지 2개월이 걸렸지만, 결국 저는 다섯 식구와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동하던 중 저는 공습으로 부상을 당했고, 밤중에 탈출하다가 제 아이들 2명은 지뢰를 밟아 모두 부상을 입었습니다. 둘 중 한 아이는 부상이 심각했습니다.”

라카를 떠나는 주민 다수는 신변 안전을 위해 아인 이사, 만비지, 마흐무들리, 탈 아비아드 등지를 향해 북쪽으로 이동하는데, 이 지역들은 모두 라카에서 반경 120km 안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베름’ 지역으로 향해 간 사람들도 있다. 약 700km 떨어진 이곳은 시리아 남부와 요르단 사이의 경계가 되는 곳으로 인도적 지원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전쟁이 이어진 지난 6년간 벌써 여러 번 피난을 떠나야 했던 많은 사람들은 원래 팔미라, 데이르 하페르 출신이다. 의료 시설들이 거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인도적 지원도 부족하고, 전쟁마저 계속되는데다 국경도 폐쇄돼 시리아를 떠나지도 못하게 되면서, 이들의 건강 상태는 이미 매우 나빠졌다. 그렇게 취약한 상태로 라카를 탈출하는 여정 속에, 많은 이들은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임시 캠프의 열악한 생활 여건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최근 몇 주 사이에 라카를 떠난 일부 사람들은 경유 캠프에 머물고 있다. 그 밖에 만비지, 탈 아비아드, 타브카 등의 도시 외곽에서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편 사람들도 있다.

린더스 코디네이터는 이렇게 말했다.

“차를 타고 이 지역들을 둘러보면 천막들도 볼 수 있고, 사람들이 위험하게 여기저기 흩어져 지내면서 최소한의 생활만 겨우 이어 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대다수는 농부이기 때문에 대다수가 양과 같은 가축과 몇몇 짐만을 챙겨 떠나 왔고, 입고 있는 옷 외에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피난민 텐트 안에 진료소를 마련했고, 만비지·탈 아비아드·코바니/아인 알 아랍 등 라카 지역 인근 지역에 있는 수많은 병원들과 협력하고 있다. 팀들은 라카를 비롯해 다른 지역을 피해 떠나 온 사람들에게 응급 의료를 제공하는 한편, 예방 가능한 질병을 막는 동시에 질병 창궐을 줄이기 위해 아동들에게 예방접종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주,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5세 미만 아동 총 1070명에게 예방접종을 제공했는데, 이들 다수가 지금까지 한 번도 예방접종을 받은 경험이 없었다.

린더스 코디네이터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대다수가 급성 수성 설사 혹은 호흡기 감염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사랑하는 이들을 상실했거나 충격적 사건을 겪은 뒤 심리적 문제를 호소하기도 하고, 그러한 사건 속에 자신도 살해를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공포도 느끼고 있습니다.”

한편, 국경없는의사회는 교전선 근처에 안정화 지원처 여러 곳을 세우고 있다. 이로써 교전으로 인해 부상을 입은 사람들의 생존 확률을 높이고, 외상 치료와 수술이 가능한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병원들로 환자들을 이송하기 위해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라카에 있는 민간인들이 보호를 받고 라카를 탈출하는 사람들은 목숨을 위협받지 않는 가운데 더 안전한 곳까지 다다를 수 있도록 보장해 줄 것을 모든 전쟁 당사자와 그 동맹 세력들에 요청한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시리아 주변국들이 인도적 지원을 증진해 시리아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도와줄 것을 요청하며, 인도적 목적 아래 시리아 북부에서 지뢰 제거 활동을 실시해 줄 것을 요청한다. 나아가 국경없는의사회는 여러 국제 구호 단체들이 라카를 탈출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인도적 도움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