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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인도 특허청, 적정 가격의 폐렴 백신에 대한 희망 크게 꺾어

2017.08.22

2016년 11월,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이 폐렴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Aurelie Baumel/MSF

한국에서도 법적 이의 제기를 받고 있는 특허

(2017년 8월 22일, 뉴델리/제네바/뉴욕) - 아동·성인 모두를 폐렴으로부터 보호하는 적정 가격의 폐렴구균 백신(pneumococcal conjugate vaccine, PCV)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이 크게 꺾이고 말았다. 인도 특허청에서 ‘프리베나13’(Prevnar 13)이라는 제품명으로 시판되는 13가 단백결합 백신(PCV13)에 대해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Pfizer)에 특허를 부여한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 아시아 역내 코디네이터 프린스 매튜(Prince Mathew)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생명을 살리는 백신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매년 백만 명에 가까운 아동들이 폐렴으로 죽는다는 것은 불공평하고도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전 세계 모든 아동들은 폐렴으로부터 보호 받을 권리가 있으나, 많은 나라들이 화이자가 부과한 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백신 가격 인하를 목표로 속히 경쟁을 벌일 더 많은 제조회사들이 시급히 필요합니다.”

이 특허를 인정한 결과, 인도 내 다른 제조회사들은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이상 백신을 공급할 수 없게 되었다. 이 백신은 13종의 폐렴구균 박테리아로부터 보호하는 13가 단백결합 백신(PCV13)이다.

국경없는의사회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Access Campaign) 남아시아 대표 리나 멘가니(Leena Menghaney)는 이렇게 말했다.

“화이자가 특허권을 얻으려는 백신 제조 방식은 너무도 명백해서 인도법 하에서 특허를 얻을 만한 자격이 되지 않습니다. 이 특허는 앞으로도 수년간 화이자가 시장 독점 연장을 못박으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2016년, 국경없는의사회는 화이자가 인도에서 주장하는 터무니없는 특허권 요구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바로 유럽특허청(European Patent Office, EPO)에서 이 특허가 파기된 이후의 일이었다. 한편, 이 특허는 한국, 그리고 미국 특허심사단에서도 법적인 이의 제기를 받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세계 곳곳에서 의료 활동을 수행하면서 적정 가격의 제네릭 의약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HIV·결핵·말라리아에 걸린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의약품의 2/3는 인도에서 제조된 제네릭 의약품이다. 이미 인도의 백신 제조회사들은 훨씬 더 낮은 가격으로 PCV를 공급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화이자의 특허로 말미암아 2026년까지 인도의 폐렴구균 백신 시장은 화이자가 계속 좌지우지하게 되었고, 이로써 저소득 국가의 백신 제조회사들은 화이자의 PCV와 경쟁할 약을 공급할 수가 없게 되었다. 결국 제조회사들은 이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 PCV를 개발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데, 그러면 인도 제조업체들이 공급하는 제네릭 제품 확보는 지연될 수도 있다.

요르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소아과 의사 아나스 쇼르만(Anas Shorman)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의료 활동을 실시하면서 생명을 위협하는 호흡기 감염에 걸린 수많은 아동들을 만납니다. PCV로 더 많은 아이들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한다면 많은 사망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전 세계 50여 개국이 고가의 백신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여 왔고, 생명을 살리는 폐렴 백신을 구하기까지 인도네시아·요르단·튀니지 등지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인도특허청의 이번 결정이 지니는 의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특허 부여는 엄격했던 인도의 특허 기준이 약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기존 의약품에서 미미한 개선이 있더라도 이에 독점을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다른 몇몇 나라들에서는 실제로 이런 특허가 부여되고 있다. 이러한 에버그리닝(evergreening) 관행은 각국 정부 및 국경없는의사회 등의 구매자들에게 적정 가격의 의약품과 백신을 제공해 ‘저소득 국가의 약국’이라 불리던 인도의 역할을 저해할 것이다.

 


매년,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수백만 명에게 예방접종을 제공한다. 홍역·뇌수막염·황열·콜레라 등의 질병 창궐에 대응할 때, 그리고 국경없는의사회가 모자 의료를 지원하는 여러 프로젝트에서 정기 예방접종 활동을 실시할 때도 예방접종을 실시한다. 2015년 한 해 동안에만 국경없는의사회는 30여 개국에서 530만 복용분의 백신 및 면역 관련 물품을 제공했다. 지금까지 국경없는의사회는 긴급 의료 활동을 위해 PCV를 구입해 왔고, PCV를 비롯한 백신의 사용 규모를 늘려 가고 있다. 특히 국경없는의사회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티오피아·남수단·시리아·우간 등지에서 PCV를 활용해 위험에 처한 아동들에게 예방접종을 제공한 바 있다.

2015년, 국경없는의사회는 ‘공정한 백신’(A FAIR SHOT) 캠페인을 런칭해, 폐렴 백신을 아동1명 접종당(3회 복용) 미화 5달러까지 낮춰 줄 것을 화이자(Pfizer)·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두 제약회사에 촉구하기도 했다. https://www.afairsho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