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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 감염인은 모두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 강조

2015.07.21

국경없는의사회는 2007년 이후 스와질란드 정부와 함께 에이즈 관련 치료를 계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Yasuhiko Okuno/MSF

2015년 7월 21일, 밴쿠버 – 오늘, 밴쿠버에서 열리는 국제에이즈학회(International AIDS Society, IAS) 회의에서 발표된 ‘START’(Strategic Timing of Antiretroviral Treatment) 시험 결과에,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 국경없는의사회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번 시험 결과는 면역 체계 상태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즉시 치료를 실시하는 것이 유익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결과는 HIV 치료만으로 바이러스 전염을 크게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전 연구에 근간을 두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또한 개정된 치료 가이드라인을 올해 후반에 발표하겠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계획에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개정본에는 HIV 양성으로 판정된 모든 사람들은 즉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게 하라는 권고 사항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국경없는의사회 ‘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 캠페인’(Access Campaign)의 HIV/결핵 정책 고문 샤론안 린치(Sharonann Lynch)는 “새롭게 얻은 증거를 바탕으로 볼 때, 이제 더 이상 언제 치료를 시작할지 물을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고민해야 할 것은, 사람들이 평생 치료를 지속하여 혈중 바이러스 수치를 ‘감지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낮게 유지하도록 도울 방법입니다.”라며 “국제사회는 HIV에 감염된 모든 사람에게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새 목표로 삼아야 하며,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정치적 의지 또한 발휘해야 합니다. 나날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급격히 지원이 확대되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밴쿠버에서 열리는 국제에이즈학회 회의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10여 년간 실시해 온 국경없는의사회의 41개 HIV 치료 프로그램에서 얻은 다중 연구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HIV 감염이라고 진단은 받았으나 치료를 시작할 단계는 아니었던 사람들 중 1/3은 그 후 의료 시설을 다시 찾아오지 않아, 결국 ‘추후 진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진단 시점부터 치료를 제공한다면, 치료를 위해 추후 방문을 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들의 수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 남아프리카 HIV 의료 고문 헬렌 바이그레이브(Helen Bygrave) 박사는 “HIV에 걸렸지만 아직 심각하게 아프지 않은 사람들에게 치료를 제공할 기회를 더 이상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경험을 되돌아볼 때, 이러한 사람 중 3분의 1은 치료를 받으러 나중에 다시 병원에 찾아오지 않습니다. 활동 현장에서 보면, 면역 체계가 여전히 튼튼한 사람들도 치료를 시작할 의지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라며 “HIV에 걸린 모든 사람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두는 한편, 의료 보장이 열악한 나라에서 아동을 비롯한 가장 취약하고 아픈 사람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발표된 국경없는의사회 데이터는 CD4 세포 수치가 높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평생 치료를 시작하려는 의지가 높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스와질란드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스와질란드 정부와 함께 '검사 후 치료(Test and Treat)' 모델을 시범적으로 실시했는데 그 결과, 이제 막 HIV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CD4 수치가 더 높은 사람들과 수치가 낮은 사람들 사이에 나타나는 치료 수용률과 시작률에 차이가 없었고, 모두 87% 이상으로 높게 나왔다.

말라위 치라줄루(Chiradzulu)에서 실시한 국경없는의사회의 인구 조사에 따르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는 사람의 91%는 바이러스 수치가 ‘감지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HIV 양성 판정을 받았으나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들(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 사람들 포함) 중 48%는 높은 바이러스 수치(100,000 copies/mL)를 나타내, HIV 전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였다. 치료를 제공하면 환자 자신의 건강에도 유익이 될 뿐 아니라 추가 전염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바이그레이브 박사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 프로젝트에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지속하는 사람들은 바이러스 수준을 ‘탐지할 수 없는’ 정도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해서 그대로 둔 사람들은 결국 면역 체계가 약해져 바이러스 전염 위험이 높아집니다.”라며 “상담을 통한 개입, 바이러스 수치 모니터링 등을 통해 탄탄한 지원을 강화한다면, HIV에 감염된 모든 사람이 ‘탐지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바이러스 수치를 낮게 유지할 최선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HIV 치료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것은 이 시기에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우려스러운 신호도 있다. HIV 치료를 위한 주요 국제 기금 단체인 '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 세계기금'(Global Fund to fight AIDS, TB and Malaria)이 앞으로 필수품 마련을 위한 재발성 비용 등 기본적인 지원을 줄이고 일부 ‘중소득’ 국가를 지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샤론안 린치(Sharonann Lynch) 고문은 “지금은 그 어떤 방식으로도 HIV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늦출 때가 아닙니다. 생명을 살리고 바이러스를 멈추기 위해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합니다.”라며 “지금 이 시점에서 여러 국가에 대한 HIV 지원을 철수하려는 모든 시도는 냉소를 너머 큰 비난을 받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올해 9월로 예정된 UN ‘포스트 2015 개발 아젠다’ 관련 정상회담에서 공여 단체, 각국 정부, 과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일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 회의에서 여러 연구들을 검토함으로써, HIV 감염인의 90%가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 강화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뜻을 나누길 바란다. 이러한 증거들이 국제사회의 HIV 대응 의지를 한층 고양시켜, 최신 과학 데이터가 제공하는 모든 기회를 활용하는 수준까지 도달해야 할 것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00년 이래로 여러 개발도상국에서 사람들에게 HIV 치료를 제공해 왔고, 지금까지 국경없는의사회 프로그램을 통해 HIV 감염인 20만여 명이 지원을 받고 있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ntiretroviral Therapy)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란 HIV 약물 치료를 말한다. 이 약들이 바이러스 자체를 죽일 수는 없지만, 약들을 혼합해서 복용하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을 수 있다. 바이러스 증식 속도가 줄어들면, HIV 질환도 커지지 않는다.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들을 일컬어 ARV라고도 하며, ARV를 혼합하여 치료하는 것을 가리켜 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요법(HAART)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