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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가자에서 온 편지: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인 활동가 김아진

2014.07.22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로 1년째 예루살렘과 가자지구를 오가며 활동중인 김아진 구호 활동가가 지난 토요일 예루살렘에서 가자 지구 공습 현장의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8일 가지지구에 대규모 공습인 ‘프로텍티브 에지 작전’을 벌이기 이틀 전, 나는 가자지구에 들어서는 길목인 에레즈 국경을 통과했다. 에레즈 검문소에는 보통 내 몸의 두 배만한 짐을 든 팔레스타인 사람들로 붐비는데 이들의 이동이 통제되는 바람에 한가하기만 했다. 국경을 넘어 분쟁의 땅인 가자에 두 발을 붙이면 몇 킬로미터 떨어진 첨단의 이스라엘과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길은 비포장이고 차들은 제멋대로 달리는데 그 사이로 당나귀들이 유유히 걷고 아이들은 뛰어다닌다. 여기저기 먼지와 쓰레기가 날아다니지만 음식도 맛있고 친철한 사람들도 많이 사는 곳, 그곳이 바로 가자다.

6일 가자지구 진료소에 들러 사람들을 만나니 언제나처럼 가자 쪽에서 로켓을 쏘고 이스라엘도 폭격을 하고는 있지만 아주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그날 밤, 잠을 자다 ‘쿵’ 굉음이 들렸다. 그게 가자에서 평화롭게 보낸 마지막 밤이었다. 가자지구에서 굉음이 들리는 건 흔한 일이어서 큰일은 아니겠지 싶어 또다시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스라엘 쪽에서 대규모 공습을 할 것 같아. 다음날이면 검문소가 닫힐 수 있으니 일단 여길 나가는 것이 좋겠어.” 국경 없는 의사회 가자지구 현장 책임자인 니콜라는 어두운 표정으로 짐을 싸라고 했다. 응급 상황이 생기면 꼭 필요한 인력만 남는 국경 없는 의사회의 규정상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가자지구에 들어갈 때마다 짐을 들어주고 운전을 하며 필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짠 하고 나타나 모든 일을 해결하는 ‘가자지구의 N반장’(국경 없는 의사회에서 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실명이 아닌 익명으로 전한다)은 에레즈 국경까지 나를 데려다 줬다.

늘 전쟁과 일상 가운데서 아슬아슬하게 살아가야만 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나 같은 외국인보다 가자지구의 상황을 훨씬 정확하고 예민하게 파악한다. 전날 N과 함께 카나페를 먹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와야 했다. “너를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N의 말은 전운이 무척 가까이 다가왔다는 뜻이었다. “인샬라.”(신이 원하신다면) 나는 그에게 이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이스라엘군의 대대적 공습은 현재까지 200명이 넘는 가자의 생명을 앗아갔다. 가자에 있는 동료들과 전화를 하면 쉴 새 없는 폭격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매트리스를 깔고 함께 모여 있다는 얘기를 전해주고 있다. 잇몸이 드러날 만큼 늘 환하게 웃는 팔레스타인 직원 M의 집도 공습으로 유리 창문이 부서져 대피를 했다. 가자지구의 국경 없는 의사회 진료소에는 현재 환자를 수술할 수 있는 외과 병동이 없다. 예루살렘에 있는 수술팀 의료진들은 에레즈 검문소가 다시 열려 가자에서 수술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최근 수술팀 의료진 가운데 일부가 가자지구에 도착했다.

나는 지금 동예루살렘의 슈아파트에 살고 있다. 조용하기만 했던 슈아파트는 한 팔레스타인 소년의 죽음으로 시위가 들불처럼 번진 진원지다. 지난달 30일 이스라엘 청소년 3명이 실종된 지 약 2주 만에 주검으로 발견되자 이튿날 팔레스타인의 17살 소년 무함마드 아부 카다이르가 슈아파트의 모스크 앞에서 납치•살해됐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법무장관은 소년이 산 채로 불에 탔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지난 6일 팔레스타인 소년을 납치•살해한 혐의로 유대인 6명을 체포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소년의 죽음에 격분했다.

이스라엘은 유대인이 사는 서예루살렘과 팔레스타인인이 사는 동예루살렘으로 구분되는데 슈아파트는 동예루살렘 가운데서도 중산층이 주로 사는 동네다. 서예루살렘에 비해 물가가 싸다 보니 유대인들도 가끔 시장에 물건을 사러 온다. 슈아파트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소년이 불에 탄 채 발견되자 돌과 병을 던지고 신호등과 노면전차 도로를 부수며 이스라엘에 분노를 터뜨렸다. 이스라엘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총을 쏘며 대응했고 그 강도가 심해지면서 도로가 통제됐다.

(후략)

*김아진 씨의 글은 7월 19일자 한겨레 신문에 개재되었습니다.

한겨레 신문 기사 전문 보기

국경없는의사회 김아진 활동가가 전하는 가자 지구 현장 상황

그리고 오늘 오전,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김아진 활동가의 목소리로 전하는 국경없는의사회의 가자 지구 현장 활동을 듣고 싶으신 분들은 방송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라디오 인터뷰 다시 듣기

가자 지구, 주말 사이 심한 공습으로 사상자 증가

이스라엘 지상군이 투입되면서 가자지구 내 사상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7월 19일 토요일 밤부터 20일 일요일 아침까지 가자지구의 아시 슈자이에(Ash Shuja’iyeh) 지역에 집중 포격이 이어졌습니다. 이 폭격으로 부상당한 수백명 중에는 4살과 8살의 어린 두 형제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형제의 집이 미사일의 공격을 받아 심각한 화상을 입은 두 형제는 현재 국경없는의사회 알시파 병원의 집중 화상치료 병동에 나란히 누워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스라엘에 봉쇄된 가자 지구에 갇힌 민간인들에 대한 폭격을 즉각 중단할 것과 의료진과 의료시설의 안전을 보장해 줄것을 촉구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 보도자료 자세히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