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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지역 환자에게
곁을 지켜주며 또 한번,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을 주는 일

근처에 폭탄이 떨어진 아이는 골반 아래쪽 뼈가 거의 남아있지 않던 상태였습니다.
조금이라 도 남아있는 뼈를 대략적이라도 붙여보려 했지만 그것 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오기 전에 1차 수술을 했고, 제가 2차 수술을 했고, 다른 의사
선생님한테 3차 수술을 인계하고 돌아왔습니다. 아이의 3차 수술이 끝나고 난 뒤,
현지 직원이 영상을 하나 보내줬습니다.

영상 속에는 아예 못 걸을 줄 알았던 아이가 절뚝거리며 걸어와서 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니 정말 짜릿하고 보람 있었고,
아이가 잘 이겨내줘서 대견하고 기특했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가 또 한 번 희망을
가지고 가는데 제가 한몫을 했구나, 앞으로도 희망을 품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재헌 정형외과 의사와 아이
수술을 마친 아이들

시리아 국경 바로 옆에 있었던 요르단은 국경 너머에서 폭탄 소리가 들리
는 등 좋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아이티는 워낙 치안이 불안정했습니다.
대지진 이후에 전반적으로 정세도 불안해지고, 사회 상황도 악화되고,
경제적으로도 열악해지다 보니 총기사고, 강도 사고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거의 병원 밖에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었고, 전용차량으로만
이동할 수 있었던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분쟁지역의 상처들은 조금 다른 느낌이 듭니다. 누군가로 인해서 목적되고
겨냥되고 의도되어 다친 환자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상처들이
열악한 분쟁지역 상황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 이재헌 활동가가 활동한 기간과 최근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16년에 구호활동가로서 국경없는의사회에 합류한 정형외과 전문의
이재헌입니다. 지금까지 요르단, 부룬디, 아이티,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에서 활동했습니다. 주로 분쟁 또는 전쟁에 의한 총상이나 치안의 불안정
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 환자들의 치료를 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국제의료구호단체기 때문에 의료인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하시
기가 쉬울 것 같습니다. 근데 사실 의료인뿐만 아니라 비의료인이 반 이상으로 활동
하고 있습니다. 의료상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행정, 물류, 홍보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들이 모두 필요합니다. 의료 서비스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가 있기까지의
단계들을 가지고 오는 것들이 국경없는의사회가 하는 가장 커다란 맥락 중에
하나입니다.

후원금들이 모여서 생명을 구하고 그 생명이 희망을 찾고, 그 희망이 모여 더 나아갈수 있는
시발점을 만듭니다. 그래서 작은 후원이라도 커다란 의미가 된다고 믿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모든 활동은 후원 덕분에 할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