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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각지대 환자에게

단순히 의료만 전파하는 것이 아닌 희망을 나눠주는 일

분쟁·전쟁으로 인해 대부분의 병원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병원까지 갈 수
있는 교통수단도 없기 때문에 병원에 가기 위해 긴 거리를 걷거나, 배를 타고
강을 건너와야 할 정도로 굉장히 열악한 환경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모들이
아이를 임신해서 낳기까지 필요한 산전검사를 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한 번은 나이가 어린 임산부가 만삭인 상태로 도착을 했습니다. 환자가
너무 아파해서 합병증이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하고 수술을 진행했는데,
아이가 이미 죽어있었습니다.

안까지 다 괴사가 되어 수술을 추가로 진행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야
전해 들었는데, 숲속에서 무장 세력들이 돌아다니면서 겁탈을 해서
생긴 아이였습니다. 그런 경유로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아이마저 잃게
되고, 수술 후 건강 상태까지 악화되어 병원에 있던 내내 안타까웠던
환자였습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이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크레파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이 퇴원을 할 때마다 흔하게 뽀뽀를 받는데,
그럴 때마다 행복함을 느낍니다. 어떤 아이는 자기가 그린 그림에 시를
써서 저한테 줬습니다. 정확히 무슨 그림인지는 모르겠지만, 알록달록
한 걸로 봐서 꽃다발 아니었을까요? 거기에 "콜미"라는 글귀와 번호도
같이 적혀 있었는데, 아버지 연락처 같았습니다. 보자마자 너무 귀엽고
예뻐서 저도 같이 뽀뽀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이
단순히 의료만 전파하는 것이 아니고, 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나눠주는
단체라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2018년,국경없는의사회에 합류한 간호사 박지혜입니다.
현재 구호활동가로 활동하고 있고 가자지구, 라이베리아, 카메룬
총 세 번의 구호활동을 갔다 왔습니다. 가자지구와 라이베리아에
있었을 때는 수술실 총괄 간호사 역할을 맡았고, 카메룬 에서는
병원 간호사 교육 담당과 병원 환경 개선 활동을 하고 왔습니다.

대부분의 활동가가 각자의 환경에서의 경험이 있긴 하지만,
다들 구호활동은 처음이기 때문에 현지에 가면 배워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환경에서부터 한국의 상황과 다른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거의 새롭게 의료 지식을 쌓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많이 버거웠는데, 활동가들이
함께 도와줬기 때문에 배우면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기부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이라도 기부를 해주신다면, 그 안에는 항생제가 없어서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살면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도울 수 있다는 게 너무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 능력이
저한테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감사합니다. 그래서 그런 가치들을 후원자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