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빈곤과 억압, 의료 공백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수십 년간 지속된 무력 분쟁, 자연재해, 코로나19 등 다양한 위기에 더해 경제 위기까지 지속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의료시스템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만연한 빈곤과 심각한 여성 인권 탄압까지 중첩돼 인도적 위기가 악화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쿤두즈 외상센터에서 수술실로 향하는 환자. ©Nava Jamshidi

 

경제 위기는 곧 의료적 위기

지난해 아프간에서는 임금 정체, 실직, 물가 상승에 더해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로 경제난이 더욱 심해졌고, 아프간 국민은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파도 치료를 미루거나, 중단하거나, 심지어는 아예 치료를 받지 않기로 결심한 사람도 많다.

“외곽 지역에 사는 사람이 양질의 치료를 받으려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데, 비용이 워낙 많이 들다 보니 결국 빚을 지게 됩니다.”
_필리페 리베이로(Filipe Ribeiro) / 국경없는의사회 아프가니스탄 현장 책임자

아프간 현지 의료시설은 낙후된데다 자원이나 인력도 부족하다. 외곽 지역 주민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려면 막대한 빚을 내서 병원이 있는 곳까지 이동할 수밖에 없다. 내전이 끝나면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나아질 거란 희망도 꺾였는데, 병원까지 이동하는 길은 덜 위험해졌을지 몰라도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이가 아파서 사설 진료소에 가서 처방을 받았어요. 약값만 1,000아프가니(약 14,000원)가 들었는데도 차도가 없었습니다. 근처 공립 병원에도 가봤는데 필요한 약의 절반밖에 주질 않았어요. 그래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헤라트 지역 병원(Herat Regional Hospital)까지 오게 됐습니다. 차비로 쓰려고 빌린 돈이 너무 많아서 막막합니다.”

_마리에Marieh(가명) / 현지 주민

여성 의료인 부족으로 의료서비스 접근성 차단

아프간에서는 여성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더욱 차단돼 있다. 외출 시 남성 보호자와 동행하도록 하는 관습에 따른 여성 이동권 제한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성 환자, 보호자는 물론이고 구호 단체 직원 또한 병원에 가기가 어려워졌다. 동행해 줄 남자 친인척이 없거나, 두 명분의 이동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다양한 제약이 생긴 것이다.

이에 더해 지난 12월 아프간은 여성의 비정부 단체 취업 및 대학 교육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결정으로 아프간 여성의 의료 접근성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경없는의사회 아프간 의료팀의 51%는 여성 의료인으로 이뤄져 있다. 여성 의료인은 특히 모성 보건 활동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아프간 전통 과 문화에 따라 여성이 남성 의료진에게 진찰을 받을 수 없고, 여성만 출입 가능한 모성 병동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프간에서 여성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확대하려면 여성의 교육 및 취업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아프간 정부의 정책으로 이러 한 기회가 차단됐다.

“부인과 전문의 등 필수 인력을 충원하지 못해 지금도 힘든 상황입니다. 여성의 교육 기회를 차단하면 앞으로 의사와 간호사, 조산사는 어디서 구한단 말입니까? 국경없는의사회는 아프간에 서 운영한 모성 프로젝트를 통해 42,000명이 넘는 여성의 출산 을 지원했는데 그중 8,000명이 출산 합병증을 앓았습니다. 여성의 교육권과 노동권이 박탈된다면 임산부와 아이들이 더 많은 위험에 처할 겁니다.”
_필리페 리베이로 / 국경없는의사회 아프가니스탄 현장 책임자

아프간 정책입안자 및 정부 기관은 아프간 전역에서 의료서비스가 원활히 제공될 수 있도록 신속히 1차 의료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여성 의료인을 의료 현장에 투입해 공백을 해소하고, 여성이 가족을 부양할 수 있도록 여성의 교육권과 취업 기회, 임금 인상을 보장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 마취과의가 수술 전 환자를 살피고 있다. ©Tom Casey/MSF

아프간 쿤두즈 외상센터의 남성 전용 입원 병동에 입원한 아동과 보호자. ©Nava Jamshidi

부상으로 쿤두즈 외상센터에 입원한 아동 환자. ©Nava Jamshi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