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부터 나이지리아 북동부 마이두구리의
그완게 소아 병원에서 6개월간 근무하고 온 소아과의 신경수 활동가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만든 그완게 병원은 홍역이나 말라리아 같은 감염병을 조절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만든 병원이었는데, 만성병으로 오는 환자들도 굉장히 많은 곳이었습니다.
제가 갔던 2019년에는 예년에 비해 우기가 길었습니다. 그래서
말라리아 유행도 길어졌고, 16주 동안 지속되었죠. 이 기간 동안
진료한 말라리아 환자 수는 12,000명, 전년에 비해 2배나 많은
숫자였습니다. 환자가 한꺼번에 너무 많이 병원에 오는 것도
물리적으로 힘들었지만 그것보다 더 힘들었던 건 매일 환자를
잃는 아픔이었습니다. 말라리아 환자가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사망률을 전년대비 반으로 줄일 수 있었던 건 구호 현장에 있던
의료진이 모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죠.
14살 남자 아이였어요. 과호흡이 오면 대개 하루를 못 버티는데,
그 아이는 3일 정도를 버티다가 결국 사망했습니다.
활동 지역에 간 처음 한 달 동안은 잠을 거의 못 잔 것 같아요.
자려고 누우면 낮에 봤던 사망 환자들이 자꾸 떠올라서...
요즘은 가끔씩 마이두구리에서 본 아이들 얼굴이 생각나는데
그 때마다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편적 의료 윤리라는 것은 ‘인종 · 종교 · 정치적 신념에
상관없이 누구나 인도주의적 의료 구호를 받을 수 있다’
는 권리로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입니다.
그 가치는 제가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로 참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천원 정도로 말라리아 환자 한 명을 살릴 수 있는 약을 구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낸 적은 액수가 환자에게 도움이 될까 싶겠지만, 국경없는의사회 예산의 80% 이상이
개인이 기부하는 소규모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