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 여성들은
유산과 조산에
더욱 취약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여성 보건 자문|마거릿 벨
새해 첫 날, 라히마(가명)는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에서 남자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은 라히마가 임신 중 치명적인 합병증인 자간전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의료진의 응급 의료 지원을 통해, 라히마는 무사히 새 생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라히마는 폭력과 박해 때문에 피난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6800만 명 중 1명입니다. 현대사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피난 중이며, 전체 피난민 중 절반가량은 여성입니다.
방글라데시 고얄마라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치료 받고 있는 로힝야족 아이와 어머니. ©Pablo Tosco/Angular
피난 여성들의 건강 문제
다수의 난민 여성들은 분쟁 때문에 피난길에 오릅니다. 전쟁은 의료 기반시설에 큰 타격을 주고, 이런 경우에 여성들은 피난 길에 오르기 전부터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일단 피난 길을 떠나면 의료 서비스 부족, 먼 거리, 교통 장애, 금전적 여력 부족 등으로 의료 지원을 전혀 못 받을 수도 있습니다. 치안 불안이 만연해 의료 지원에 차질이 생기기도 합니다.
임신은 모든 여성에게 위험할 수 있지만 피난 중인 여성들에게는 더더욱 위험한 일입니다. 피난 여성들은 유산과 조산에 더 취약한데, 산전 의료, 응급 산과 진료, 안전한 출산 환경을 보장 받기 어렵기 때문에 피난 상황에서 출산을 한다는 것은 위험한 상황을 초래합니다.
난민 여성들은 좀더 삶이 안정적이고 안전할 때까지 임신을 미루길 원하지만, 가족계획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원치 않는 임신이 되고 위험한 낙태를 시도할 위험이 커집니다. 난민 여성들에게는 가족계획 서비스도 필요하고, 출산할 안전한 장소도 필요합니다.
나이지리아 북동지역 분쟁으로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던 하와와 딸 아미나는 풀카 실향민 캠프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Igor Barbero/MSF
성폭력에 노출된 난민 여성들
분쟁 혹은 이주 상황에 놓인 여성과 소녀들은 성폭력에 취약하고, 특히 혼자 이동하는 경우에는 더욱 위험합니다. 성폭력은 분쟁 당사자들이 공동체를 응징하거나 통제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국경 경비대는 권력 남용의 수단으로, 밀수업자들은 식량 등 필수품을 대가로 성폭력을 저지릅니다. 성폭력은 HIV 등의 성 매개 감염병, 원치 않는 임신, 장기적인 정신건강 문제 등을 초래할 수 있는 의료 긴급상황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활동에 참여하면서 저는 성폭력에 노출된 수많은 피난민 여성을 만났습니다. 그중 한 여성은 HIV 검사를 받으러 우리 진료소에 찾아왔는데, 앞서 두 아이를 어렸을 때 잃어버린 아픔이 있던 터라 배 속의 아이는 꼭 지키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분은 정기적으로 산전 진료를 받았지만 사실 그분이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우리의 심리적 지지였습니다.
정신건강 지원은 국경없는의사회가 피난민 여성, 소녀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또 다른 주요 활동입니다. 이들은 극도의 폭력을 목격하는 것과 같은 충격적인 일에 노출되었던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난민 정착촌의 불확실 한 삶도 스트레스 유발 요인입니다.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진 경우, 여성들은 가진 것이나 지원이 희박한 낯선 환경 속에서 홀로 자녀를 돌봐야 하는 부담을 짊어져야 합니다. 여성들은 자녀들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챙기느라 분주한 나머지 자신의 건강, 특히 정신건강은 뒷전으로 미루기도 합니다.
최근 수년간 전 세계적으로 피난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이주민, 망명 신청자, 난민을 대상으로 한 국경없는의사회 지원 활동도 늘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라크, 남수단 등 이들의 본국에서, 그리스, 멕시코 등 경유 국가에서, 요르단, 탄자니아 등 정착해 있는 국가에서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고통을 덜어주고, 안전한 곳을 찾아나선 이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