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바다에서
익사하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매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자국의 폭력과 치안 불안, 궁핍한 삶을 떠나 북아프리카를 거쳐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위태로운 길에 오릅니다. 그리고 해마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 길 위에서 목숨을 잃습니다. 2018년, 지중해를 건너다 사망한 사람은 1,500명이 넘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5년 이탈리아 난민 구조작전 ‘마레 노스트룸’(Mare Nostrum)이 종료된 후부터 지중해 중부에서 수색, 구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SOS 메디테라네’(SOS MEDITERRANEE)와 함께 아쿠아리우스호를 운영 중입니다. 이 구조선에는 의사, 조산사, 간호사,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현장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인도주의 업무 담당자 등 국경없는의사회 스태프들이 승선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십만 명이 이렇게 위험한 여행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자국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전쟁, 박해와 가난으로부터 탈출해 떠나왔습니다. 출신 국가가 어디든, 이 망망대해에서 구조된 사람들은 리비아를 거쳐 온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리비아에서 심각한 폭력과 착취를 당했습니다.
우리가 구조한 사람들 중에는 다수가 리비아에서 직접적인 폭력을 겪었다고 전하고, 거의 모든 이들이 난민과 이주민을 겨냥해 구타, 성폭력, 살인 등 극단적인 폭력이 일어나는 것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고국을 떠나서 사하라를 지나 리비아에서 살아남기까지 충격적인 일들을 숱하게 겪은 사람들에게는 위험한 바다를 건너는 것만이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되돌아갈 방법은 없습니다.
보다 안전한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사람들은 계속해서 목숨을 걸고 이 위험한 루트로 이동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중해에서 수색 및 구조 활동을 실시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인도주의 단체로서 우리는 남성, 여성, 아동 수천 명이 바다에서 익사하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유럽을 향해 가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수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전쟁지대에서 보던 사망자 수와 비슷합니다.
유럽연합(EU)과 그 국경 기관은 밀입국 활동 저지를 통해 해상 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 실패했습니다. 반면 해상에서는 대규모 수색, 구조 작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국경없는의사회를 비롯한 여러 인도주의 단체들이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수색과 구조 활동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직 안전한 이주 루트 대안만이 해상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색 및 구조 활동은 생명을 살리고 단시일 내에 사망하는 사람 수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일 뿐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와 SOS 메디테라네 공동팀이 나무 보트로 지중해를 건너는 사람들을 구조선으로 옮기고 있다. ©Johannes Moths
NGO 구조선들이 지중해에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는 것은 아닌가요?
국제해상법에 따르면,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필요가 있을 때 선장은 영해에 들어가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구조선들의 존재가 사람들을 바다 횡단으로 유도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유럽으로 가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루트가 차단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극도로 어렵고 위험한 선택을 내리는 것입니다.
여러 자료에서도 볼 수 있듯이, 2015년 ‘마레 노스트룸’ 프로그램이 중단된 이후로 지중해를 건너는 사람은 2014년보다 훨씬 많아졌습니다. 수색, 구조 전담 활동을 실시하는 NGO 선박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큰 무리를 이루어 지중해를 지날 것입니다.
인도적 행동은 위기를 일으킨 원인이 아니라 위기에 대응하는 일입니다.
NGO들의 해상 구조 활동이 밀수업자들을 도와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밀수업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입니다. 제한적인 이민 정책 아래서 사람들의 비참하고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것입니다.
자국을 탈출한 사람들에게 안전하고 합법적인 유럽 진입로를 열어주는 것만이 밀수업자들을 몰아낼 유일한 방법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진행하는 지중해 구조 활동은 모두 해양법, 해상인명안전협약(SOLAS), 그 밖에 이탈리아 · 유럽 법규 등을 엄격히 따르고 있습니다. 또한 로마에 위치한 이탈리아 해양구조협력센터(MRCC)가 활동을 총괄해 국경없는의사회가 언제 어떻게 조난선에 대응할지 결정하고, 국경없는의사회가 바다에서 구조한 사람들을 어디에 입항시킬지도 결정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구조한 모든 남성, 여성, 아동들을 항구에서 맞이하는 것은 이탈리아 및 EU 국경 경비대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중해 중부에서 구조한 사람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중해 중부에서 구조한 사람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이 구조선으로 옮겨 탄 난민/이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등록하고 있다. ©Kevin McElvaney
구조선 안에서는 어떤 의료 활동이 이루어집니까?
구조 직후,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스태프는 즉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1차 분류를 실시합니다. 이로써 위급한 환자들은 구조선 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습니다. 응급 처치로 안정을 되찾은 환자에게 특수 치료가 필요한 경우, MRCC와 협력해 헬리콥터 혹은 쾌속정을 동원해 환자를 이송합니다. 긴급 치료가 필요치 않은 환자들은 외래진료 실에서 진찰을 받거나 갑판에서 진료를 받습니다.
이곳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이 주로 치료하는 질병은 호흡기 감염, 피부 질환, 통증, 기타 경미한 질병들입니다. 의료진은 또한 과밀한 배에 타고 오면서 연료와 짠물이 뒤섞인 곳에 피부가 장시간 노출돼 화상을 입은 환자들도 주기적으로 치료합니다. 여성들, 특히 임산부 여성들은 선내 에서 활동하는 조산사의 전담 지원을 받습니다. 그동안 국경없는의사회 조산사들은 구조선 안에서 수차례 새 생명 탄생을 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