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생활이 마비된 예멘
파티마(Fatima)와 18개월 된 아들 이샤크(Ishaq)는 이브 주의 알 카에다 시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콜레라 치료센터에 도착했습니다. 파티마는 타이즈 주의 마위아 지역에 위치한 쇼칸 마을에서부터 장장 4시간을 이동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샤크는 3일 전부터 앓아 누웠어요. 처음에는 ‘좀 있으면 낫겠지’ 하며 기다렸어요. 하지만 이틀 뒤에도 설사와 구토는 멈추지 않았어요. 결국 이웃에게 9,800 예멘리알(한화 약 41,000원)을 빌려 교통비를 마련해 인근 사설 약국까지 갔어요. 그리고는 이샤크에게 주사를 한 대 맞히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하지만, 이튿날에도 이샤크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어요. 그때 저는 아들을 데리고 알 카에다 시에 가 보라는 동네 사람의 말을 듣게 되었어요. 교통비가 없어서 바로 그날 오지는 못했어요. 이미 약국 갈 때 돈을 빌린 터라 아무도 우리에게 더 이상 돈을 빌려 주려고 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남편이 사람들에게 간곡히 사정했죠. 콜레라 치료센터까지 오려고 남편은 추가로 30,000리알(약 127,000원)을 빌려야 했어요. 2만 리알로 차를 빌리고 1만 리알로는 연료를 샀어요. 연료가 부족했었거든요.
이샤크가 오늘 퇴원했으면 좋겠어요. 연일 연료비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그만큼 갚아야 할 돈이 늘어나요. 남편은 일용직 노동자로 하루에 1,500리알(약 6,400원)을 벌어요. 하지만 더 이상 날마다 일을 구하지 못해요. 전쟁 때문에 사람들은 돈이 없어요. 그래서 남편에게 일을 주지 않아요. 기르던 염소 두 마리를 팔아 빌린 돈 일부를 갚을까 해요. 두 마리를 팔면 약 13,000리알(약 55,000원)을 받을 수 있어요.
전쟁 때문에 우리는 식료품조차 살 수 없게 됐어요. 가게에 식료품이 있는데 살 돈이 없어요. 전에는 4,000리알(약 17,000원)을 주면 동네에서 밀 10kg를 살 수 있었는데, 지금은 같은 양을 사려면 배가 넘는 9,000리알(약 38,000원)이 필요해요.
콜레라 말고도 이샤크는 중등도의 급성 영양실조까지 앓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영양실조는 당장 입원해야 할 수준은 아니지만, 완치하려면 앞으로 몇 달간 2주 마다 병원을 찾아와 보충식을 받아 가야 합니다. 콜레라 치료센터에서 퇴원하고 나면, 이샤크는 알 카에다 병원의 외래환자 영양 프로그램에 등록되어 14일간 치료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교통비가 이렇게 비싼 와중에 이샤크 부모가 다시 아이를 병원에 데려와 추후 진료를 받게 할지는 의문입니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이샤크의 상태는 악화될 것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7년 3월부터 8월까지 총 9만 명이 넘는 콜레라 환자를 치료했는데, 이는 예멘에서 보고된 전체 콜레라 환자 수의 16%를 차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