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만큼은 기적이 나타나길 바랐습니다
소아과 전문의인 홍기배 구호 활동가는 지난해 7월까지 9개월 동안 남수단 아웨일병원에서 활동했습니다.
아웨일 병원에서 동료들과 함께한 홍기배 구호 활동가 활동가 (가운데) ⓒ홍기배/MSF
아웨일(Aweil)은 남수단 북쪽, 수단 국경 근처에 위치한 지역입니다. 아웨일 타운에는 보건부에서 운영하는 아웨일 주립 병원이 있고, 국경없는의사회는 2008년부터 이 병원 안에 소아과와 산과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약 20명의 활동가들과 300명이 넘는 현지인 직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소아과 부분에서 입원실, 집중치료실, 신생아실, 외래진료실, 입원 영양실조 치료식 센터, 수술실과 수술병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소아과 의사로 주로 신생실과 중환자실에서 일했습니다. 의료담당관들과 같이 회진을 돌며 교육하고, 매달 사망한 환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더 나은 진료를 위한 시스템 평가 및 구축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여기는 자원이 부족해서 정확한 진단이 어렵고 진단을 해도 치료에 한계가 있습니다. 신생아실에는 미숙아들이 꽤 있고 이들에게 합병증으로 수두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수술을 해야 하지만 남수단에서는 불가능하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그래서 수술을 포기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심장질환 아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불가능하고 심부전이 생기면 이뇨제를 복용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약 가지고 집에 가세요’라고 말할 때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9개월간 아웨일에서 활동하면서 잊혀지지 않는 아이가 한 명 있습니다. 몸무게 11kg이 약간 안 되는 7살 여자 아이로, 어린 나이에 먼저 하늘 나라로 갔습니다. 움막집에 불이 나서 체표면적 60% 이상에 화상을 입어 왔고, 모두 남수단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피부 이식이 불가능해서 드레싱과 영양관리를 해주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습니다.
두 달에 걸쳐 치료한 결과, 피부 병변은 40%으로 줄었고 피부 이식이 가능한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다들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이번만큼은 기적이 나타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기적은 없었습니다. 피부 이식을 두 차례 시행했지만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실패를 했고, 결국 두 달 만에 저희 병원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걱정을 하던 피부 감염이 생겼고 항생제와 드레싱으로도 치료되지 않아,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했습니다. 남수단에는 화상 환자가 제법 있습니다. 피부 이식이 필요한 환자도 있지만 영양 상태와 위생 상태가 좋지 못해 치료가 어렵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소아과뿐 아니라 간호팀, 외과, 마취과 그리고 영양사 등 다양한 문화, 경험, 지식을 가지고 있는 큰 팀이 필요합니다. 제가 일했던 병원은 이런 큰 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과 함께 일하면서 호전되는 아이들을 볼 때에는 보람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