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충격'이 전 세계 공동체 건강에 가하는
실제적 위협이 가시화되다
전 지구적 온난화 global warming를 넘어 열화global boiling가 진행된다는 진단에 모두가 더욱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2023년 여름이 지났다. 기후변화, 혹은 기상이변이 불러오는 극한 기후 현상이 이곳저곳에서 일어났으며
이는 특히 취약계층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대기와 수원이 따듯해지면 설사 등 질환을 유발하는 병균이 증식한다. 이러한 병균은 아직도 전 세계 아동 사망 유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극심한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지면 식량 재배와 생산이 어려워진다. 반대로 대홍수 등 사태로
물이 너무 많아져도 작물에 해가 되는 해충과 질병이 창궐한다. 지나치게 높은 강우량은 수확작물을 파괴하며 이에 영향을 받은 식량 생산체계가 다시 영양실조를 초래하는 식이다. 화석연료의 생산과 사용뿐 아니라 대형 화재가 불러
일으키는 대기 오염은 암과 심장 관련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기후가 더워지고 강우 패턴이 변화하면 말라리아나 치쿤구니야 같은 질병의 매개체인 모기들이 더 빨리 부화하고 서식지를 확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잠
재적 사망 위협에 노출되기도 한다.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 보건에 실제적으로 심각한 위협이자,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많은 취약 지역에서 더 복합적이고 다대한 문제들을 초래하는 이유다. ‘지구 보건Planetary Health’이 우리 모두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다가스카르와 말라위의 삼중고
2023년 3월 사이클론 프레디가 지나간 말라위 남부의 파괴 및 침수를 겪은 도로 위를 걸어가는 사람들 ©Yvonne Schmiedel/MSF
상반기 마다가스카르 남동부 지역은 이러한 위기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줬다. 식량 부족과 기상이변에 더해 말라리아가 유행하기까지 해서 주민들은 삼중고를 겪었다. 올해 1-4월 국경없는의사회 치료센터에 중증 급성 영양실조로 입원한 1,200명 이상의 5세미만 아동 75%는 말라리아에도 걸렸다. 역대 최장기간 지속된 것으로 기록된 2월 사이클론 프레디는 마다가스카르에서 17명의 사망자를 냈다. 말라위 남부에서는 사이클론 프레디로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재난사태가 선포되었으며 국경없는의사회는 작년 사이클론이 지나간 이후 해당 지역 콜레라 유행 사례를 기억해 다시 콜레라가 재유행할 것에 대비했다. 폭우와 홍수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도시 외 지역 거주 인구와 빈곤선 이하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극심한 인도적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케냐•에티오피아•소말리아의 콜레라 유행
에티오피아 진카 지역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소 ©Julien Dewarichet/MSF
아프리카 북동부 다수 지역은 분쟁과 불안정한 치안에 시달려 기존 보건의료 인프라가 손상되고 접근성이 저하된 가운데 극심한 가뭄과 홍수 등 기후 충격Climate Shock이라는 치명적 요소가 콜레라 확산을 악화시켰다. 콜레라는 기후에 민감한 질병으로 고온 또는 변화하는 강우 조건 하에서 더 흔해진다. 엘니뇨 현상으로 강우 패턴이 바뀌고 홍수 취약성이 증가해 동아프리카 상황이 악화된다는 우려가 있다. 기후 충격은 목축을 주 생계수단으로 삼는 유목민 지역사회 인구가 가축과 생계수단을 잃게 하기도 한다. 도시로 강제 이주된 이들 인구는 주로 과밀하고 위생이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게 되며, 이들 피난민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다시 영양실조 위험에 노출된다. 영양실조와 콜레라의 조합은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이다.
남태평양 키리바시의 위기
전 세계에서 가장 외진 곳에 지리적으로 산재된 섬나라로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 키리바시. 기온 및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태풍 및 강풍, 침식, 가뭄, 홍수 등 다양한 기상이변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가 질병 창궐이나 영양실조는 물론 직접적 부상까지 거주민 건강에 직간접적 위험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우물물에도 염분이 점점 늘어나 더는 마실 수가 없습니다. 담수가 부족하니까 지역사회 위생 관리에도 문제가 생기고 설사나 피부병 위험도 높아지고요. 식량 재배도 어려워졌습니다.”
_조 클라크Jo Clarke / 국경없는의사회 소아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