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프리카공화국] 환자들을 뒤로하고 떠난다는 건

환자들이 우리를 필요로 할 때 떠난다는 건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현지에 기반을 둔 구호 활동 직원들은 분쟁의 피해를 입는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펠레 허버트(Pelé Hubert)는 2015년부터 방가수(Bangassou)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이동진료 간호 감독으로 일했습니다. 2017년 들어 현지 상황이 극도로 불안해졌지만, 활동이 중단된 11월까지 펠레는 자신과 같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 나갔습니다.

간호사 펠레 허버트국경없는의사회 간호사 펠레 허버트 ⓒMSF

2015년, 2016년의 방가수는 제게 작은 천국이었습니다. 지난 시간의 위기를 딛고 삶은 점차 제 모습을 찾은 듯했죠. 기독교와 무슬림 공동체도 서로 사이가 좋았고 경제도 살아나고 있었죠. 그러다가 2017년 3월부터 상황이 악화되었습니다. 먼저, 방가수에서 북쪽으로 150km 지점에 있는 바쿠마에서 교전이 터졌습니다. 사람들은 공격을 당할까 봐 밭일을 나가기도 무서워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교전지가 가까워지더니 시내에서 교전이 터지자, 그때부터 모든 것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경제도 추락했고, 그 좋던 공동체 사이의 관계도 깨져 버렸고, 치안 상황도 말이 아니었습니다. 총격이 시작되던 날 밤, 저는 아내와 4살, 8살, 16살인 아이들과 함께 집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한 친구가 와서는 가족들 모두 국경 반대쪽 은두(Ndu)까지 그나마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루트가 있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저는 우선 가족들을 그 친구와 함께 보낸 뒤, 가족들이 무사히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을 때까지 집에서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국경없는의사회 조끼를 챙겨 입고 동료들을 만나러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그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방가수에 머물며 일을 계속했던 건, 제 눈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들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피난민 캠프에 머물고 있는 한 무슬림 환자를 HIV/AIDS 감염자 모임에서 만났습니다. 탈출하던 중 항레트로바이러스 약을 전부 잃어버린 그는 어디다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몰라 난처해 했습니다. 애써 숨겨 왔던 자신의 병을 그렇게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기가 얼마나 어려웠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겐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약을 복용하지 못해 건강이 악화되어 거의 죽어 가고 있었으니까요.

2명의 여성이 병원 밖에서 살해당할 때도 저는 방가수에 있었습니다. 우리 구급차가 무장 남성들에게 몇 시간 동안 포위돼 있었을 때도 방가수에 남아 있었죠. 하지만 우리 사무실에 강도 사건이 벌어져 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던 날 저는 비번이었습니다. 나중에 저는 몸을 벌벌 떨면서 집에 돌아온 동료들을 맞아 주었습니다. 다들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환자들이 정말 우리를 필요로 할 때 그들을 뒤로하고 떠난다는 건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떠난 뒤 24시간 사이에 병원에서 5명이 숨졌습니다. 그들을 돌봐줄 팀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극심한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활동을 지속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위험했기 때문입니다.

중아공의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https://www.msf.or.kr/central-african-repub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