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될 수 있다는
믿음
50년 만에 처음 개발된 새로운 결핵 치료제는 러시아 연방 체첸 공화국의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XDR-TB) 환자들에게 마지막 희망이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04년부터 체첸 보건부와 협력해 결핵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습니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은 결핵의 진단 및 치료, 검사 서비스 제공, 보건 교육, 나아가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상담 및 심리사회적 지지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며 활동했습니다.
이 프로그램 역사상 가장 중요했던 순간은 근 50년 만에 처음 개발된 결핵 신약 2종(베다퀼린·델라마니드)을 사용하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2014년, 국경없는의사회는 이 약들을 프로젝트에 들여와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법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체첸에서 진행된 국경없는의사회의 결핵 프로그램에 등록된 환자 156명은 베다퀼린, 델라마니드, 혹은 이 2종을 모두 조합해 사용하는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환자들 대부분이 그 외에 별달리 기댈 수 있는 치료적 대안이 없는 상태였고, 이 치료가 아니라면 생존이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국경없는의사회는 환자들로부터 매우 희망적인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결핵 환자 이야기
(좌)그로즈니 출신으로 세 아이의 엄마인 카바니(29). 2003년 결핵 진단을 받았으며 10년 후 재발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치료를 처음 받기시작했을 때의 모습. (우)결핵 치료 3년 후 완치를 거의 앞둔 카바니. ©Lana Abramova
세 명의 어린 아이를 둔 엄마인 카바니(29)에게 결핵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재앙이었습니다. 결핵으로 엄마를 잃었고, 여동생과 남동생도 현재는 완치됐지만 한때 결핵 환자였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2003년에 결핵 진단을 받았고 10년 후 셋째 아이를 출산한 후 재발했습니다. 그녀는 광범위 약제내성 이전 단계의 결핵(pre-XDR TB)을 진단 받았는데, 이는 가장 효과가 좋은 결핵 1차 치료제에도 내성을 보이고, 2차 치료제 2개 그룹 중 1개 그룹에도 내성을 갖고 있습니다. 카바니는 체첸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의 1호 환자로 델라마니드를 포함한 치료법으로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2년 후 카바니는 18kg이 늘었고 현재 건강한 상태입니다. 완치를 거의 눈 앞에 두고 있고 큰 딸이 올해 6살이 되어 학교에 들어갑니다. 카바니는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며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의 목표를 갖는 거예요. 전 아이들을 보며 견뎠죠. 저는 엄마를 결핵으로 잃었는데, 엄마 없는 삶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아요.” 그녀는 간신히 눈물을 참으며 말했습니다.
“목표를 보며 인내심을 갖는 게 중요해요. 그래야 힘들어도 견딜 수 있어요.”
(좌)2010년 결핵, 2011년 다제내성 결핵, 2014년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진단을 받은 모브사르(54). 국경없는의사회를 통해 새로운결핵 치료제인 베다퀼린으로 치료를 받기 시작했을 때의 모습. (우)결핵 치료를 받은 지 3년이 지난 후 모브사르의 모습. ©Lana Abramova
체첸의 쉘리(Shali) 지역 노비 아타기(Novye Atagi) 마을에 사는 모브사르(54)는 국경없는의사회를 통해 베다퀼린으로 치료를 받는 최초의 환자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2010년에는 결핵, 2011년에는 다제내성 결핵, 2014년에는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진단을 받았습니다. 2014년 8월, 그는 새로운 치료제로 치료를 시작했고, 국경없는의사회를 통해 당뇨 치료도 받기 시작했습니다.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거라고 해서 치료법을 철저하게 따랐습니다. 약도 먹고, 정맥 주사도 맞았죠. 약은 부작용이 매우 심했어요. 전 당뇨병도 있고, 심장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더 심각했죠. 베다퀼린은 처음에는 참기 매우 어려웠지만 한두 달 후에는 괜찮아졌어요.”
그는 국경없는의사회 상담가들이 큰 도움을 줬다고 말합니다. 모브사르는 전쟁이 발발한 이후부터 국경없는의사회를 알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2000년대 초, 그는 구호 단체에서 일하면서 체첸을 떠나 잉구셰티아 공화국으로 피신한 사람들을 돕는 일을 했습니다. “그 때 참 힘들었어요. 많은 단체들이 사람들을 도왔지만 전쟁 때문에 다 힘들었죠.”
그는 2016년 8월 결핵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이제는 대식구와 함께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 모브사르는 현재의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 치료제는 치료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며 신약이 발견될 것으로 믿는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같이 치료받던 분들도 지금은 다 건강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완치될 수 있다는 믿음인 것 같아요.”
매년 전 세계적으로 16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결핵은 가장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입니다. 특히 약제내성 결핵은 더 위협적이며 치료도 쉽지 않습니다. 일반 결핵보다 치료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며, 치료제 또한 더 비싸고 부작용도 많습니다. 보건 관계자들은 효과적인 결핵 치료제 신약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것에 대해 수년간 우려를 표명해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