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
또 다른 전쟁의 여파는
치솟는 물가입니다.
예멘 내전은 현재 세계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로, 유엔에 따르면 예멘 인구 3/4에 해당하는 2200만 명에게 보호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분쟁이 4년 넘게 이어지면서 폭력과 봉쇄로 인해 음식, 의약품, 깨끗한 물, 연료 부족으로 민간인들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또한, 의료 체계의 붕괴로 콜레라, 디프테리아, 홍역과 같은 전염성 질병들이 창궐했으며, 비감염성 질병 치료에도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영양실조 환자도 늘고 있는데 특히 어린 아동들 사이에 많은 환자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예멘 하이단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의 응급실. ©Agnes Varraine-Leca/MSF
팔로 얼굴을 반쯤 가린 모하마드는 하이단 병원 응급실 병상에 누워 있습니다. 다리와 복부에 입은 유산탄 부상은 상태가 심각합니다. 모하마드는 구급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구급차가 오면 도로로 한 시간 반쯤 이동해 또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예정입니다. 모하마드는 사원에 금요 기도를 하러 가던 중 예멘 북부 마란에 위치한 후티 요새 인근에서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도로를 따라 걷고 있었는데… 눈을 떠 보니 이 곳이더군요. 폭탄이었는지 로켓이었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사다에서 법원 서기로 일했던 모하마드는 전투원이 아닙니다. 그는 전투를 피해 사다를 탈출해서 지금은 예멘 수도 사나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모하마드는 봉급을 받으려고 사다주에 가본 적도 있습니다. 다른 125만 명의 예멘 공무원들처럼 모하마드 역시 2016년 9월 이후로 전혀 봉급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쿠쏘르(19세)는 도로 한쪽에서 한 시간 반을 기다려 차를 타고 아들과 함께 하이단 병원에 왔습니다. 쿠쏘르의 아들 나빌은 이제 겨우 생후 6주인데, 최근 며칠간 호흡 곤란을 겪었습니다. 쿠쏘르가 사는 곳은 매일 같이 공습이 벌어져 교통편을 거의 구하지 못하고, 그나마 찾을 수 있는 방편은 너무 비쌉니다. 쿠쏘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사는 마란에서 사람들이 밖을 다니기란 너무 어려워요. 폭격이 너무 심해서 구할 수 있는 차량이 거의 없고요. 있다고 해도 비용을 지불할 돈이 없어요.”
의료 지원이 필요한 예멘 사람들에게 있어 교통비는 여전히 큰 장애물입니다. 하지만 나빌은 병원에 꼭 와야 했고, 상태가 위독해 앞으로 병원에서 1주일을 보내야 합니다.
담요에 싸인 나빌은 별도로 산소를 공급받고 왼쪽 손에는 정맥 주사가 꽂혀 있습니다. 나빌의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자 가족들은 하이단으로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병원까지 오는데 1,000 예멘 리알(한화 약 4,200원)이 들었습니다. 힘겹게 흥정하여 깎은 가격입니다. 현지 사람들 말에 따르면, 구할 수 있는 교통수단과 연료비를 따지면 최고 15,000리알까지 부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 또 다른 전쟁의 여파는 물가입니다. 연료비를 비롯한 예멘 물가는 2015년부터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이에 따라 예멘 사람들의 삶은 훨씬 더 힘겨워지고 있습니다. 가스·휘발유 가격은 지난 3년 사이에 두 배나 올랐고, 밀가루 가격은 절반 이상 올랐습니다.
집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특히 취약합니다. 현재, 집을 떠나 기본적인 필요 사항조차 구하지 못한 채 절박한 상황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사람은 무려 200만 명에 이릅니다.
예멘에서 의료를 지원하는 극소수 단체 중 하나인 국경없는의사회는 예멘 내 11개 주에 있는 의료 시설 13곳에서 활동하고, 그 외 병원 및 보 건소 20여 곳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1,800명 이 넘는 현지 스태프와 90여 명의 국제 구호활동가들이 활동하고 있는 예멘은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중 가장 많은 인력이 투입된 곳입니다. 예멘에서 폭력과 치료 가능한 질병, 그 외 식량, 물, 거처 부족으로 위협받는 수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