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공격 당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어요
방글라데시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로힝야 난민 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125명이 넘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국경없는의사회를 통해 치료받았지만, 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수는 훨씬 더 많습니다. 조산사인 아얼린 페일(Aerlyn Pfeil)에게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제가 치료한 여성, 소녀 환자들은 너무도 무자비한 일을 겪었습니다. 집단 강간, 공개 강간의 경우도 많았고, 어떤 이들은 며칠씩 붙잡혀 여러 번 폭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여성 분들은 그저 몸이 괜찮아진 건지 알고 싶어 했습니다. 제 생각에 임신 여부를 걱정하는 것 같았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큰 우려사항 중 하나는 안전하지 않은 낙태입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산모 사망을 일으키는 5대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거든요. 알 수 없는 이유로 출혈이 일어나 찾아오는 여성 분들이 많았는데, 사실 놀라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아마 집에서 임신 중절을 시도하고 있지 않나 하는 추측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며칠 동안에는 갓길에 나가 있었습니다. 수천 명의 난민들이 지나가는 좁다란 곳인데요. 거기 나가서 강간을 당한 생존자들에게 의료 지원이 필요하면 그 자리에서 지원을 하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캠프에 자리를 잡은 뒤에 다시 찾아오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에게 성폭력 관련 메시지를 전달하고 보다 심층적인 대화를 할 수 있도록 젊은 여성 그룹을 교육했습니다. 공동체에 따라 심지어 ‘강간’이라는 말을 일컫는 용어도 제각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견팀 내에 로힝야족을 포함시키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제 생각에는 많은 여성 분들이 그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우리를 찾아 왔다고 봅니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 중에는 정신건강 부문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성폭력 문제로 찾아오는 사람이면 누구나 정신건강 담당 직원과도 만나게 됩니다.
활동을 시작한 첫째 날인가, 국경을 넘으려고 14,000명이 기다리고 있는 갓길에 나갔어요. 응급 환자를 찾으려 애쓰고, 캠프에 자리를 잡고 나면 어디에 와서 의료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 모두에게 자세히 알려 주려고 했던 날이었어요. 다수의 여성들이 공격을 당하고 그 즉시 탈출했다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을 때, 모든 것이 제 맘속에 다르게 새겨졌습니다.
말 그대로 등에 옷가지만 지고 그대로 탈출한 것인데, 의료 지원을 받으려고 찾아온 여성 분들을 보면 공격 당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습니다.
로힝야 난민을 겨냥한 성폭력에 대한 세가지 질문
[연관 링크] 세계 여성의 날: 사람들의 짐을 함께 지는 일 - 룩사나의 이야기 https://www.msf.or.kr/article/3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