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누군가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다면

국경없는의사회 김차차 후원자의 이야기

튀르키예-시리아를 덮친 대지진 소식을 듣고 먼 곳에서 고통받고 있을 사람들을 떠올리며 선뜻 마음을 내어준 후원자가 있다.
인기 웹소설 작가 김차차(필명) 후원자다. “작가로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고 말하는 김차차 후원자의 이야기를 전한다.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이후 후원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9년 전 엄마와 튀르키예를 여행한 적이 있어요. 여행하면서 인상 깊었던 것이 한 가지 있는데,바로 거리의 동물들이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마치 사람이 자기를 해치지 않기 때문에 자기도 사람을 해치는 걸 상상할 수 없는 것 같았어요. 동물이 사람의 ‘거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튀르키예 사람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동물들에게 잘해준 걸까’ 생각하게 됐죠. 이후로 어떤 다른나라를 여행해도 그때와 같은 깨달음을 느껴본 적은 없어요.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을 보고 선한 사람들과 동물들이 겪게된 재앙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특별히 국경없는의사회에 후원하게 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저소득국가에서 생존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이 식량과 의료 문제다보니, 몇 년 전 정기후원할 단체를 찾으면서 자연스레 국경없는의사회에도 후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같은 경우는 의료문제가 가장 시급한 것 같아 평소보다 조금 더 마음을 먹고 기부하게 되었고요. 열악하고 위험한 곳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 분들께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 계속 후원하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판단과 결정을 신뢰해 특정 프로젝트에 지정되지 않는 ‘비지정 긴급구호’로 후원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후원을 거부당하고(?) 솔직히 당황했어요. 튀르키예를 추억하며 지정기부를 요청했는데,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지원에 처음 책정된 예산만큼 모금이 되었다”며 기부를 반려하시더라고요. 심지어 예산에 초과된 기부금은 반환하기도 한다고요. 이미 몇 년 째 정기후원을 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후원 거부(!)를 당하고 엄청난 신뢰를 갖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투명하게 예산을 집행하고 운영 하시는지 알게 되었거든요. 튀르키예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 상황이 잘 알려지지 않은 시리아에 도움이 절실하다는 설명을 듣고, 추억이 있는 튀르키예와 달리 아무런 인연이 없는 나라인데도 마음 이 쓰였습니다. 비지정 긴급구호금은 도움이 가장 시급한 곳에 우선 적으로 사용된다는 설명에 믿고 후원하게 되었어요.

계속해서 후원을 이어오신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편모 가정에서 성장했는데, 최선을 다해주신 어머니 덕분에 금전적으로 크게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지만 딱히 여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라, 필요하지만 가질 수 없던 것들이 있었습니다. 모든 꿈에 한계를 가졌고, 많은 것을 현실적으로만 판단했습니다. 제가 커서 대단한 일은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나중에 자라서 혹시라도 괜찮은 인생을 살게 된다면, 어릴 때 꿈꾼 것처럼 대단한 일은 하지 못해도 누군가의 결핍을 도와줄 수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하는 일이 제 삶에 그러한 여유를 준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여행 중 만난 거리의 동물들. ©김차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