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the Field] 현장에서 온 편지

Letters from the field   

01 김지민 활동가 | 마취과의 남수단, 2022년 5월–2022년 7월

남수단 북부 벤티우, 분쟁을 피해 피란한 실향민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일했습니다. 큰 수술방이 한 개밖에 없는 등 병원의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지만 환자가 아주 많고 매일같이 응급 환자가 발생, 하루에 10건 이상 수술이 이루어지는 상황이었는데요. 다른 곳에서 할 수 없는 수술을 하는 곳이라 인근 주민들의 유일한 희망인 곳이기도 했습니다.파견 기간이 짧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업무강도가 심한 곳이었지만 좋은 동료들이 있어 힘이 되었습니다. 매우 힘들고 고되지만 또한 재미있고 보람도 큰 현장이었어요.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로 파견을 나올 때마다 쉼 없이 열심히 일하는 단체의 일원이라는 것에 자부심이 듭니다.


02 유한나 활동가 | 건강보건 증진 매니저 / 
보건증진 및 환자 교육상담 담당 코치
파키스탄 2021년 3월–2022년 4월 /
인도 2022년 8월–2022년 12월

파키스탄 카라치 인근 바닷가 마차 콜로니라는 지역에서 건강보건 증진 매니저로서 높은 C형 간염 유병률을 낮추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이행했습니다. 외국인이며 여성 매니저로서 여성 주민들을 만나기도 편하고 남성 주민들과 소통도 비교적 편안하게 받아들여져서 활동에 유리했습니다. 결핵이 심각한 문제인 인도 뭄바이에서는 공공보건체계가 미처 닿지 못하는 빈틈을 메우는 데 중점을 두고 활동하는 프로젝트에서 일했고요.

스스로를 ‘직업인’ 인도주의 활동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루 1/3은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아주 평범한 사람인데, 어떤 날은 출근하자 마자 퇴근하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 는 부분은 바로 그 1/3의 시간을 의미 있고 재미있고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별한 근무 환경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 친구와 오래 떨어져 있어야하는 부분은 항상 어렵고 익숙해 지지 않는 부분이지만요.

03 김유림 활동가 | 마취과의 남수단, 2022년 2월–2022년 5월

고등학교 때부터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가 되는게 꿈이었는데 꿈을 이뤄서 모든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사람들이었고요.

남수단 북서부 아웨일에서 소아와 산모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서 근무했는데, 유일한 마취과의로서 하루 평균 20건 수술을 담당하며 약 13주 동안 매일 당직을 설 정도였습니다. 아동 화상 환자가 눈에 띄게 많았고, 망고 수확 시기에는 나무에서 떨어져서 오는 골절 환자가 많았습니다. 악어·당나귀·소에게 물려서 오는 환자도 있었고, 너무 늦게 병원에 오는 산모들도 많았습니다.

활동을 나간다는 건 연애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애할 때는 늘 좋지만, 혼자일 때 행복할 수 있어야 더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듯, 활동 지 아닌 곳에서도 내가 행복할 수 있어야 활동지에서도 건강하게 행복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04 홍기배 활동가 | 소아과의 수단, 2021년 5월–2021년 12월

수단 카르툼에 위치한 보육원에 소아과 의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신생아에서 만 5살까지 300명이 넘는 아이들이 보육원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한 달에 30명 정도의 신생아들이 새로 들어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도 있고, 발달이 늦은 아이들도 있는데 처음 도착했을 때는 환경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막막 했는데 다행히 서로 돕는 분위기의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머무는 동안 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아이들이 변화해 가는 모습, 특히 표정 이 바뀌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사람으로서 일한다’는 느낌이 특히 좋았고요. 오히려 제가 에너지를 얻게 됐습니다.

05 윤호일 활동가 | 내과의 수단, 2022년 6월–12월

내전 때문에 국경 근처에서 피난 온 주민들이 많은 임시 난민 캠프 지역 에서 시작된 국경없는의사회의 의료지원 프로젝트에서 일했습니다. 풍토 병인 흑열병 환자, 말라리아나 영양실조 환자는 물론 각종 외상이나 화상 환자, 뱀이나 전갈에 물린 사람들까지 정말 다양한 환자들이 있었고요.

난민 캠프 사람들이 가족과 소식도 끊기고 언제 상황이 종료될지 알 수 없는 막막함 속에서도 ‘멘탈이 붕괴’되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축구 보면서 환호도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사람은 어떻게든 다 살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제게도 큰 위로가 됐고요.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