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MENTAL HEALTH

분쟁 및 폭력사태나 자연재해는 이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지원 활동에서 정신건강 지원이 중요한 축이 되는 이유다.

2022년 한 해 동안 국경없는의사회가 전 세계에서 제공한 개별 정신건강 진료 건수만 총 425,500건이다. 대부분의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지원 활동에는 정신건강 부문이 포함되는 추세다. 10월 10일 세계 정신건강의 날이 있는 가을에는 올해 상반기 진행된 국경없는의사회의 주요 정신건강 지원 활동 내용을 살펴본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이 팔레스타인 지역 유목민 공동체 아동과 정신건강 지원세션을 진행 중인 모습 ©Samar Hazboun

팔레스타인
2023년 들어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이 늘어나면서, 이들 정착민이 관련된 사고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2023년 봄-여름, 이스라엘군이 정착민 폭력을 예방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방관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잔혹한 상황에 노출되었다. 이스라엘 정착민과 군인의 존재는 종종 폭력적인 사고로 이어졌으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재산 손실부터 사망까지 다양한 피해를 입는다.

“의료 및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공격하는 사태를 많이 목격합니다...이러한 여건으로 인해 정신건강이 악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PTSD, 불안, 우울에 시달리고 또 아이들도 학교에 가길 무서워합니다.”_마리암 카바스Mariam Qabas / 국경없는의사회 헤브론 보건증진 책임자

1988년부터 서안지구에서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던 국경없는의사회는 나블루스에서 정신건강을 중점에 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칼킬야, 투바스로도 활동을 나간다. 헤브론에서도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정착민 폭력에 취약한 베두인 공동체 아동을 대상으로도 정신건강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트라우마를 야기하는 사건뿐 아니라, 이스라엘 점령으로 인해 지속되는 긴장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팔레스타인 주민 정신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_미렐라Mirella /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활동 매니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심리적 응급처치부터 종합적인 심리치료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심리적 지원 수요가 발생했다. 전쟁으로 공포, 트라우마, 고립을 겪은 이들이 불안, 우울, 스트레스 등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심리치료팀은 심리적 응급처치, 정신건강 상담, 종합적인 심리치료를 제공하며 정신건강 지원이 필요한 환자들의 수요에 대응해왔다. 2023년 현재까지 국경없는의사회 심리치료팀은 우크라이나 내 7개 지역에서 8,000건 이상의 정신건강 상담을 제공했다. 전선 근방에 위치한 자포리자, 도네츠크 및 헤르손 등지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미사일 폭격 혹은 기타 재난 여파로 급성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수요에 대응한다. 예를 들어 2023년 3월, 국경없는의사회 심리치료사들은 자포리자 주거지역 미사일 폭격 여파에 대처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미사일 폭격이라는 물리적 위협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사람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크로피브니츠키에서도 전투에서 피신해 온 이들이 트라우마,공포, 불안에 시달린다. 피란 가정 중 특히 아동을 동반한 여성들에게는 새로운 일상 적응 노력도 스트레스다. 국경없는의사회 심리치료사들은 환자들의 대처 능력을 기르기 위해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개별 혹은 그룹 심리상담 세션을 진행하고 다른 가족 구성원들 또한 지원하고 있다. 2023년 1월부터 4월까지,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키로보흐라드 지역 내 환자들에게 1,000건 이상의 그룹 세션을 제공하며 불안증, 침투적 사고Intrusive Thought, 트라우마,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지원했다.

튀르키예

튀르키예 지진 피해지역 마을에 사는 한 가족.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아이들이 겁에 질려 있다”고 말한다. ©Pau Mariana Abdalla/MSF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역을 강타한 대규모 지진 피해 후속 대응을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튀르키예 지역에서 현지 비정부단체와 협력을 통해 이재민을 위한 심리사회적 지원을 제공했다. 이재민은 계속해서 과잉 경계 상태에 있으며 집중력 저하 및 수면 문제도 겪었다. 지진이 미치는 심리적 영향은 공황발작이나 근육통, 섭식장애 등 신체적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청AFAD에 따르면 올 2월 6일 강진 발생 후 25,000번 이상 여진이 발생했고 이중 47건은 리히터 규모 5 이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 환자가 늘었다. 지진의 여파는 심각하고 추후 수년간 현지 인구 삶에 큰 영향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심리사회학자들은 개별 및 집단 상담을 통해 이재민이 자신의 감정, 어려움 등을 털어놓도록 장려하고,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지극히 정상적이라 말해준다. 집단 상담은 이재민 간 유대감과 결속감을 형성해 어려운 시기에 서로 지지가 되도록 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을 위한 정신건강 지원

국경없는의사회 동남·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 사무소에서 심리사회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는 버지니아 리와 필리핀에서 그룹 지원을 받은 마라위Marawi 프로젝트 팀원들 ©Virginia Lee/MSF

국경없는의사회는 자연재해나 분쟁, 폭력사태로 고통받는 지역 인구뿐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는 직원들의 정신 건강도 지원한다. 심리사회지원팀 Psychosocial Support Unit, PSU은 직접 상담 혹은 현지 컨설턴트 계약을 통해 이러한 지원을 책임진다. 국경없는의사회 동남·동아시아 및태평양 지역 PSU 코디네이터인 버지니아 리Virginia Lee에 따르면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납치, 폭력 및 사망 등으로 인한 트라우마도 물론 보고되지만, 일반적 직장인들에게 친숙한 번아웃, 인간관계 문제, 불안 등으로 해당 지원을 받는 직원들도 많고, 특히 아태 지역에서 문화적으로 터부시되기도 하는 정신건강 문제 상담을 권장한다. 상담가들을 대상으로 익명성 보장 교육 역시 철저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