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수단: 무력분쟁 장기화로 인도적 위기 심화

국경없는의사회는 해당 지역 내 지원 규모와 방법을 다각화해왔다.

올해 4월 15일, 수단 카르툼Khartoum 및 기타 지역에서 수단군Sudanese Armed Forces 과 신속지원군Rapid Support Forces간 재점화된 격렬한 분쟁이 결국 반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수단 및 인접 국가들에서 기존에 의료지원 활동을 전개해온 국경없는의사회는 늘어나는 피난민과 분쟁 피해 인구의 의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지역 내 지원 규모와 방법을 다각화해왔다. 그러나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에 대한 공격과 약탈, 행정 및 물류적 제약으로 난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분쟁 당사자 모두가 의료진, 의료시설, 민간인, 활동가를 보호하고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

2023년 4월 총격으로 구멍이 난 카르툼의 국경없는의사회 시설 창문 ©MSF

수단 국내 상황

분쟁 직후 수단 내외로 피난한 이들이 많지만 분쟁의 한가운데 여전히 발이 묶여 있는 이들도 많다. 국경없는의사회 기존 의료시설로 사상자가 대거 유입돼 과부하가 걸리고 설상가상으로 물자 재고 역시 바닥날 지경에 처하는가 하면 치안 불안으로 인해 거주인구의 의료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상당히 제한되기도 했다. 분쟁 재점화 직후인 5월 한 주 동안에만 국경없는의사회는 수도 카르툼 남부 바샤이르 수련 병원에서 240명의 부상자를 치료했다. 대부분은 총상 및 폭발로 인한 부상 환자였다. 국경없는의사회가 북다르푸르주 엘 파시르에서 지원하는 병원으로도 수백 명의 부상자가 유입되고 수십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7-8월에는 옴두르만 지역 분쟁이 격화되면서, 국경없는의사회가 수단 보건부와 협력해 해당 지역에서 지원하는 알 나오 병원에서 약 2주 남짓 기간 동안에만 800명이 넘는 환자에게 응급 외상 치료를 제공하기도 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외에도 기존 활동 지역인 서다르푸르, 중앙다르푸르, 알자지라, 청나일, 알 게다레프주 등지에서 의료시설 운영 및 지원은 물론 이동진료소 운영, 비식량 구호품 보급, 식수위생 활동 등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국내 피난민 이동 규모가 계속해서 늘어남에 따라 예를 들어 백나일주 피난민 캠프들로 신규 유입된 수단 내 남수단 국적인들의 인도적 지원 수요에도 대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과밀화된 해당 캠프들에서는 홍역이나 영양실조 등에 걸린 신규 아동 환자들이 매일 수십 명씩 발생해 기존 의료지원 인력에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다.

분쟁으로 치안 불안이 계속되면서 국경없는의사회가 활동하는 수단 내 지역 병원이나 사무소 등 시설들에서 약탈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사무소나 숙소의 차량과 연료가 약탈당하기도 하고 엘 제네이나 수련 병원의 경우 건물 일부가 파괴되는 등 피해가 심각해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우리는 분쟁 당사자들이 용납될 수 없는 폭력 사태로부터 민간인들이 피해받는 일이 없도록 하고 병원과 의료 종사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것을 촉구합니다. 병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불행과 고통이 더욱 심화되고 말 것입니다.”
_프라우케 오시그Frauke Ossig / 국경없는의사회 수단 긴급구호 코디네이터

차드

4월 중순 수단 분쟁이 본격 재점화되기 전에도 다르푸르 지역에서는 이미 수십 년간 내전과 부족 간 폭력사태가 진행 중이었다. 분쟁 격화로 엘 제네이나 시내 공동체간 갈등이 재점화하자 수만 명은 인접국 차드 동부 아드레로 피란했다.
2021년부터 아드레에서 의료지원을 제공해온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수단에서 넘어오는 난민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지난 수개월간 해당 지역 활동규모를 크게 확대했으며 수술실이 구비된 공기 주입식 병원 등을 지어 크게 늘어난 부상자 대상 의료 질적 제고와 역량강화를 꾀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이 현지에서 수집한 증언에 따르면 현지 소수민족 마살리트족 구성원들은 차드로 피난하는 과정에서 엘 제네이나 내 아랍 무장단체들로부터 정체성을 이유로 위협과 폭력을 당했다. 이번 분쟁 격화 전부터 지난 20년간 수단에서 피란해온 40만 명의 난민이 이미 차드 내에 거주하고 있었다. 여러 지역에서 신규 난민 캠프 및 경유지가 추가 설치됨에 따라 취약 계층을 위한 장기적·인도적 지원이 대규모로 필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차드 아베셰 병원에 입원한 수단 피란민 여성 환자의 목 부분에서 빼낸 총알 ©Mohammad Ghannam/MSF

남수단

남수단 어퍼나일주에 위치한 렝크Renk에는 127,000명 이상이 피란한 것으로 집계된다. 대부분은 4월 수단내 분쟁 발발 전까지 수단에 살고 있던 남수단 국적자들로, 여성과 아동이 많다. 하지만 렝크에 위치한 경유센터는 기존에 머물던 귀환민들을 감당하기에도 역부족인 상태였다. 오랜 세월 수단에 살았던 귀환민들은 생존을 위한 식량, 거처 및 보건의료 지원이 필요하다. 센터 내 부족 간 폭력 사태와 인근 교통수단 중단 등의 상황이 귀환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남수단 렝크 근방에서 머무는 귀환민들이 빨래를 말리기 위해 마른 풀 위에 옷가지를 걸어 놓은 모습 ©Nasir Ghafoor/MSF

국경없는의사회는 남수단 렝크와 아웨일에 각각 이동진료소들을 운영하며 긴급대응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렝크의 국경없는의사회 식수위생팀은 강물을 위생처리해 피란민들에게 안전한 식수를 제공하고, 의료팀은 아동 대상 영양실조 검사를 시행하고 홍역치료용 격리병동을 운영하기도 한다. 수단 분쟁 종식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남수단으로 국경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난민들의 이동과정이 원활해지지 않으면 아웨일과 렝크를 중심으
로 급증하는 지원 수요가 충족되지 않아 심각한 보건위기 사태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