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자 이야기] 박현규 후원자 인터뷰

팔레스타인·로힝야 사태 등 급박한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마음을 써온 박현규 후원자 인터뷰

‘결국은 다 사람의 일’

크래프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현규 후원자 ©MSF


지난 7년간 국경없는의사회에 몇 차례 고액의 지정기부를 해주신 조금 특별한 후원자시죠. 처음 시작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 설립(2012년) 이전부터 국경없는의사회라는 단체를 알고 있었습니다. ‘해외에는 저런 단체도 있구나’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한국사무소가 생긴 이후에는 그래서 어떻게 운영 한다는 건지, 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더 유심히 살펴봤죠. 저 나름의 뒷조사를 했달까요.

한국 IT/게임업계에서 잘 알려진 커리어를 가지고 계신데 인도주의 기반 의료 구호단체에 대한 관심은 특이하게 느껴져요.
비영리 국제구호 단체들의 세계는 제가 잘 모르기는 하지만, IT업계도 그렇고 결국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다 사람이 사람을 중심에 놓고 하고 있는 일입니다. 제가 막연히 궁금했던 점 중 하나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전 세계에서 펼치고 있는 구호활동들에는 자본과 사람이 적지 않게 필요할 텐데 이걸 어떻게 조달해서 운영하고 있을까’였는데요. 알아보니 국경없는의사회 운영 자금은 민간후원금으로 조달하는 비율이 거의 100%에 가깝고, 국가 정부나 종교 차원의 지원을 받고 있지 않더군요. 평소에 정치적 이해관계나 이념적 배경이 후원에 들어가면 단체의 인도적 구호활동 계획이나 집행에서 자유도가 많이 떨어질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국경없는의사회만의 재정적 독립성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 하고 계시는 일도 국경없는의사회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매일의 직무와 직접적 관련이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게임과 사람의 실제 생활은 별개이긴 하지만, 어쨌든 사람이 하는 일은 서로 다 연관돼 있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 모 게임회사에서 낸 히트작 후속편중에 제가 좀 이상하게 생각한 메시지가 들어있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증오와 복수에 대한 내용이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 해당 게임 디렉터의 출신 국가의 역사와 본인의 어릴 때 개인사가 직접적 연관이 있는 내용이더라고요. 그런 배경을 알게 되고 나니, 전면 공감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긴 하던데, 그런 식으로 우리가 어떤 개인사와 역사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해 알아보고 서로 더 잘 이해하게 되면 그 굴레를 함께 돌보며 개선을 모색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면에서 사람이 하는 모든 일들에는 역시 약간의 유사성이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고액의 후원은 국경없는의사회의 원칙에 대한 믿음 때문일까요?
국경없는의사회의 여러 활동 원칙은 아마 대부분의 후원자분들이 공감하실 수 있는 보편타당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료윤리, 독립성, 공정성과 중립성 같은 것들이요. 그런데 제가 유심히 본 다른 활동 원칙은 바로 ‘증언 활동’입니다. 개인 및 집단에 극단적 폭력이 일어나거나 어느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도적 위기가 외면당하고 있을 때 이를 공개적으로 널리 알린다는 것이 국경없는의사회 설립 당시부터 중요한 활동 가치였다고 알고 있거든요. 단순히 생명을 구하는 응급 치료뿐 아니라, 실제적 사회 변화가 일어나도록 이를 알린다는 것에도 활동 방점이 찍혀 있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활동 지역 중 특별히 마음 쓰이는 곳이 있나요?
기부하는 입장에서 아무래도 지금 가장 혜택을 많이 볼 수 있는 쪽에 후원금이 집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있죠. 그리고 저는 긴급대응과 응급구호가 가장 필요한 이들은 어린이와 노약자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조금 늦게 아이를 가졌는데요. 옛 어른들의 ‘애를 낳아보면 너도 어른이 된다’는 말씀이 완전히 틀리진 않은 것 같은 게 아무래도 제 아이를 돌보면서부터는 이 세상 모든 어린이들에게 어린이다운 삶이 보장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자연재해에 비해 사람들의 관심을 덜 받는, 인간으로 인해 일어난 재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더 마음이 쓰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치적 이유로 박해를 받는다거나 평생 일구어온 삶의 터전을 바꿔야 한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잖아요.

지금 재직하고 계신 곳 동료들이나 한국 사회 전반을 볼 때, 기부 문화 관련 유의미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시나요?
회사 임직원 기부 행사 때 사람들이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이야기하는 걸 보고 ‘아 이렇게 기부활동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네? 사람들 의식이 많이 바뀌었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요즘 우리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지니까 다들 경제성 원리나 효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우려도 들지만요. 결국은 기부란 사람들 사이의 여유와 배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현규님에게 국경없는의사회란?
재정적 독립성과 이념이나 국가적 편향으로부터의 자유, 긴급구호라는 핵심 정체성은 누구에게나 쉽게 이해될 겁니다. 사람을 살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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