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곳이 없는] 소외된 위기 속에서 집을 잃은 사람들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지 못한
인도적 위기들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

전 세계 곳곳 분쟁과 실향의 고통 속에서 돌아갈 집이나 기약이 없는 사람들과 이들에게 국경없는의사회가 제공해온 지원 내용을 전합니다. 

 

수단/차드

수단 서다르푸르(West Darfur) 내 엘 제네이나(El Geneina)에서 분쟁이 격화되면서, 그와 인접한 차드 동부에서 활동하는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해당 지역으로 유입되는 인구 수가 즉각적으로 급증하는 것을 목도했다. 수단에서 건너오는 난민들은 주로 여성과 아동으로, 이들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벌어진 대규모 폭력사태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아드레 국경지대에 위치한 보건지소에서 아동 홍역 백신 접종과 영양실조 검사를 제공하고 응급 전문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국경없는의사회와 차드 보건부가 치료할 수 있는 아드레 병원으로 바로 이송하는 등 신규 유입 난민들 대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경지대로부터 몇백 킬로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난민들이 혹시 가족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싶어 수단에서 새로 유입되는 이들을 기다린다. 많은 경우 이들이 듣게 되는 것은 고향 수단에 머물러 있던 사랑하는 이들의 사망 소식이다. 국경지대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정신건강 지원을 제공하고 고된 여정을 거친 이들이 안전한 식수를 이용할 수 있도록 물탱크를 설치하기도 했다. 2023년 4월에 시작해 수개월 지속되고 있는 수단 내 분쟁으로 수 백만 명이 집과 생계를 뒤로한 채 강제로 피란길에 올라야 했다. 대부분이 아직 수단에 남아 있지만, 약 110만 명으로 추정되는 주민들은 국경을 넘어 이웃 국가로 피란했다. 현재 이들 중 대부분은 이미 수많은 인도적 위기를 마주하고 있던 차드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6월, 엘 제네이나의 폭력사태가 끔찍한 악몽 수준으로 격화 되는 바람에 해당 도시 거주민 상당 비율이 차드로 대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드로 향하는 여정에서 수많은 위험과 위협이 도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요. 이후 해당 도시는 상대적으로 잠시 안정적인 상태가 되어 타 지역 출신 실향민들을 수용하기도 했습 니다. 하지만 지금은 또다시 폭발과 공포로 뒤덮였습니다.
_알카숨 압두라하마네Alkassoum Abdourahamane /

아드레 캠프 내 한 여성이 동물 가죽으로 만든 물통에 물을 담아 옮기고 있다. 2023년 9월. ©Nisma Leboul/MSF

아드레 캠프 내 국경없는의사회 진료소에서 한 아이가 영양실조 치료식인 플럼피너트(plumpy nut)를  먹고있다. 2023년 8월. ©MSF

 


방글라데시

2023년, 로힝야 사람들이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전례 없는 대규모 탈출을 감행한 지 6년이 지났다. 이들이 머무는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캠프 내 의료 지원 수요는 여전히 막대한데 이에 대한 지원은 점점 부족해지는 수준이다. 다수의 대규모 인도적 위기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무국적 상태에 놓인 백만 명의 로힝야 사람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에 필요한 국제적 재원은 매년 축소 압박을 받고 있다. 법적 지위가 없는 탓에 본인이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합법적 일을 할 수 없는 이들은 인도적 지원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우려스럽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해당 캠프 내 가장 큰 의료서비스 제공 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지역에서 활동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 치솟는 의료 지원 수요 앞에서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에 유입되는 환자 수용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암울한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로힝야 난민의 미얀마 귀환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시민권 및 소속 땅 귀환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시간은 멈춰 있는 듯하고, 캠프에서의 삶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로힝야 사람들에게는 노동이나 캠프 이탈이 허락되지 않는다. 무국적 상태에 놓인 백만 명의 난민들이 식량, 식수, 의료서비스 접근에 있어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국제기구들의 구호 재원 약정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따른 직접적 결과로 세계식량계획(WFP)의 콕스바자르 캠프 내 난민 대상 식량 배급 규모는 2023년 3월, 1인당 한 달에 미화 12달러 수준에서 10달러 수준으로, 그리고 6월에는 8달러 수준으로 재차 감소했다. 방글라데시 내 로힝야 사람들이 캠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인도적 지원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 이들에게 신체 및 정신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이 추가적으로 야기되는 것을 예방하고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국제기구들이 재정적 기여를 크게 확대해야만 한다.

아이들이 방글라데시 난민캠프 외곽을 따라 걷고 있다. 2023년 6월. ©Victor Caringal/MSF


우크라이나

2023년 10월 말,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속되는 포격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주 소재 병원에서 150명의 환자를 대피시켰다. 2022년 말부터 1년간 해당 병원에 가해진 공격으로 국경없는의사회가 환자들을 대피시켜야 했던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환자들을 구급차에 실어 병원에서 기차역으로 이송한 뒤,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용 열차를 통해 대피시켰다. 환자들을 우크라이나 전역에 위치한 다른 의료시설로 이송했다는 것은 다수의 환자들이 이제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 누구도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과연 집으로 돌아갈 수 있기는 한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