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은 새로운 시작] 긴급대응이 끝난 지역사회의 희망

국경없는의사회가 2023년 종료한 프로젝트들중 3가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인도적 위기로 가장 극심한 피해를 입는 취약 인구들을 지원하고자 전적으로 수요에 기반한 프로젝트를 개시한다. 프로젝트를 개시한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경없는의사회 지원으로 활동 지역이 다시 회복력을 갖추고 자립할 수 있는 때가 오면,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현지 직원들과 당국 관계자들이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종합적인 활동 인계 과정을 거친다. 때때로 활동 지역에서의 분쟁이 격화되거나 기타 외부 요인으로 더이상 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하에 프로젝트를 예기치 못하게 종료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번 겨울호에서는 국경없는의사회가 2023년 한 해 동안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사례를 이라크, 에스와티니, 우간다 총 세 국가 소재 프로젝트들을 통해 소개한다.


이라크

이라크 니네와 (Ninewa) 주 시누니(Sinuni) 지역에서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회복하기 위한 활동을 5년간 펼쳐온 국경없는의사회는 2023년 11월부로 시누니 종합병원(Sinuni General Hospital)에서의 의료 활동을 니네와 보건부 및 타 인도주의 단체에 인계했다. 2018년 8월부터 시누니 종합병원에서 활동을 전개했던 국경없는의사회 팀의 목표는 시누니 지역사회와 귀환민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재구축하는 것이었다. 우선 병원 건물을 완전히 재건하고 병원의 원활한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구비하는 데 힘썼다. 그 후에는 응급 의료서비스와 모성·아동·신생아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시누니에서 활동하는 5년 동안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전문 기술 전수 및 역량 구축, 지역 의료 전문가 훈련 및 전문성 개발 투자에도 힘썼다. 2021년 9월,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을 받으면서 병원 및 직원 역량이 회복되는 것을 관찰하고 지속가능성 및 지역 주도 운영의 중요성을 인식한 국경없는의사회는 산부인과와 소아과를 니네와 보건부에 이관했으며, 물품 공급은 지속적으로 지원했다.
2023년 1월, 국경없는의사회는 남은 모든 책임을 지역 보건 당국에 이관하기로 했다. 해당 결정은 위기시 긴급 상황 대응과 의료서비스 회복을 주된 목적으로 활동하는 긴급대응 조직 국경없는의사회의 핵심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2023년 10월 말, 국경없는의사회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국제이주기구IOM에 이관했으며, 그 외 남은 활동을 니네와 보건부에 이관했다. 지난 5년간 시누니에서 활동한 국경없는의사회는 희망과 굳은 결의로 미래를 맞이할 준비가 된 강인한 시누니를 바라보며 활동을 마무리한다.

저는 시누니 주민들이 이렇게 복잡한 지역에서 어려움과 장애물에 직면하더라도 남은 여정을 잘 헤쳐 나갈 것이라 확신합니다. 시누니는 희망으로 가득하고 강한 회복력을 가진 공동체니까요.”_야나 베센도르프Jana Wessendorf / 국경없는의사회 시누니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에스와티니

국경없는의사회는 2007년부터 HIV 및 결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에스와티니 시셀웨니 (Shiselweni) 지역에서 활동했다. 환자와 지역사회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이 이곳 활동의 주목적이었다. 그 후 코로나19 팬데믹이 창궐하자, 국경없는의사회는 활동을 전면 개편했다. 일례로 국경없는의사회는 결핵 환자나 HIV보유자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고자 매달 처방받는 약이나 치료제를 받으러 진료소로 오는 대신 환자의 집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또한 국경없는의사회는 보다 혁신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지역사회 내 약제내성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 다른 지역사회 주민이 매일 환자의 치료 과정을 모니터링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제약이 생긴 후 이러한 모니터링 과정이 생략되고 디지털 의료 기술을 활용하게 됐다. 가령 환자가 특정 앱을 사용해 휴대폰으로 자신이 약을 복용하는 영상을 녹화하면 해당 영상이 의료시설로 자동 전송되어 의료 종사자가 영상을 보고 환자가 약을 올바르게 복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2022년 출시되었던 “포켓 클리닉”이라는 디지털 시스템으로 환자들은 태블릿 기기를 통해 자가 검사 진행 방법에 대한 교육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환자들이 더욱 편리하게 HIV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면에서 혁신적이다. 뿐만 아니라, 약제내성 결핵 환자와 고혈압 환자들에게도 더욱 편리하고 환자 친화적인 치료 방법이 개발되었다. 지난 16년 동안, 약제내성 결핵 환자는 최소 6개월간 매일 고통스러운 주사를 맞으며 무려 2년간의 결핵요법을 진행해야 했지만, 2021년부터는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될뿐더러 부작용도 현저히 적은 경구 치료제가 개발된 덕분에 치료기간이 9개월로 단축되었다. 고혈압 치료 또한 기존 치료법처럼 하루에 몇 정씩 약을 복용하는 대신 1일 한 정만 복용하면 되는 간편한 방법이 시행되었다. 이렇듯 국경없는의사회가 시셀웨니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확대하고 더욱 혁신적이고 편리한 방법을 도입하고자 노력한 덕분에 해당 지역은 유의미한 의료적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이에 국경없는의사회는 2007년부터 이어왔던 16년 간의 시셀웨니 은랑가노 (Nhlangano) 활동을 종료하며, 현지 당국과 활동 인계 과정에 들어갔다.

우리가 2007년에 시셀웨니 지역에서 활동하기 시작했을 때 HIV와 결핵 치료를 제공하는 병원은 단 세 곳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모든 진료소가 이러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곳에 왔을 때 HIV와 결핵을 둘러싼 수많은 오해가 있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이러한 질병에 대해 더 정확히 알고 있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필요한 경우 어떻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_베른하르트 케르쉬베르거Bernhard Kerschberger / 국경없는의사회 에스와티니 현장 책임자


우간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우간다 아루아(Arua) 지역에서 20년 이상 지원하던 HIV 프로그램을 2023년부로 종료했다. 1999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지 보건부와의 협력하에 항레트로바이러스제 (ARV) 무료 제공,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전문 치료, 현장 실험실 분석 등 HIV/AIDS 관리에 있어 중요한 혁신을 가져왔다. 해당 프로그램은 HIV 진단이 사회적 낙인과 많은 경우 사망에 이르던 시기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초반에 무상 치료에 대한 제한된 접근성, HIV/AIDS에 대한 광범위한 오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 궁극적으로 HIV 인식·검사·임상 결과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수년에 걸쳐 시행된 국경없는의사회의 포괄적 접근 방식은 의료서비스를 넘어 동료상담(peer counseling), 보건증진, 가정 방문 등 광범위한 심리사회적 지원으로 확장되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또한 의료 지원에 있어 탈중심화(decentralization)를 도모하며 2013년 바이러스 부하 현장 검사를 도입하여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신속한 의료 대응을 전개하기도 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아루아에서 펼친 프로그램 활동의 영향은 최근 우간다 인구 기반 HIV 영향 평가 2020-2021에서 상당히 괄목할 만한 진전으로 드러난다. 우간다 인구의 80.9%가 자신의 HIV 감염여부를 알고 있고, 감염 인구 96.1%가 ARV 치료를 받고 있으며, 92.2%가 바이러스 미검출 상태를 달성하여 면역 체계가 크게 개선되고 HIV 전염 위험이 감소했다.

33년 간 HIV 보유자로 지내다가 아루아 지역에서 국경없는의사회 HIV 프로그램에 참여해 완치된 헬렌 칸디루 (Helen Candiru)는 현재 10년 넘게 국경없는의사회 보건 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다. 2023년 8월. ©Sophie Neiman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제 해당 지역에서 HIV 프로그램 지원을 마무리하지만, 여전히 우간다에 남아 긴급 상황에 대응할 것이며 2015년부터 운영하던 카세세 (Kasese) 지역 소재 청소년 대상 전문센터에서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