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팔레스타인: 이스라엘-가자 전쟁

국경없는의사회는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을 촉구합니다

2023년 11월 말 짧은 첫 휴전이 있었지만 ‘지상에서 가장 큰 야외 감옥’으로 불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서안지구에서조차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갈등이 심화했다. 이 지역에서 인도주의에 기반한 의료 구호활동을 전개해온 국경없는의사회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활동을 조정해 나가며 주민들의 긴급 수요에 대응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가자지구의 만성적인 인도적 위기 상황이 무차별적 폭격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증언하면서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을 계속해서 촉구해왔다. 

2023년 10월 파괴된 가자지구 내 한 지역의 전경 ©Mohammed Baba

2023년 10월 7일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 영토 내에서 가했던 잔혹한 공격 이후, 공습과 폭격에 무차별하게 노출된 가자지구 전역에 걸쳐 주민들의 고통이 심화됐다. 16년간 이어진 봉쇄 조치로 이미 의료보건체계에 심각한 과부하가 걸려 있던 가자지구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주로 화상과 외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학제적 접근과 의료 지원을 계속해왔다. 가자지구 소재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수는 300명 이상이다. 그런데 10월 이후 가자지구 전역으로 전투와 폭격이 확대되면서 의료시설과 구급차들마저 공격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2023년 11월에는 2명의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사와 1명의 진단검사 담당 직원이 사망했다. 국경없는의사회 로고를 차체에 명확히 표기하고 있던 국경없는의사회의 대피 차량이 가자 시내에서 고의적인 공격을 당해 국경없는의사회 직원 가족 2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11월 20일 진료소 바깥에 주차돼 있던 국경없는의사회 차량이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파괴된 모습. 해당 차량은 11월 18일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이 남부로 대피 시도 시 사용한 차량이었다. ©MSF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보건시설이 공격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 환자들이 필요한 치료를 받기 위해 의료 차량 및 의료 인력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 모든 분쟁 당사자가 이러한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계속 천명해왔다. 그러나 지난 3개월간 현지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했으며 이러한 원칙 역시 존중되지 않았다.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은 가자지구 북부 소재 알 시파(Al Shifa), 알 아우다(Al Awda), 인도네시아(Indonesian) 병원은 물론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Khan Younis) 소재 나세르(Nasser) 병원, 중부의 알 아크사(Al Aqsa) 병원 등 몇 안 되게 남아 있는 아직은 기능하는 병원들과 기타 진료소들에서 계속해서 의료 및 지원 활동을 전개하며 많은 의료보건 시설이 직접 공격에 노출되는 모습을 목격하고 이를 증언했다. 이스라엘군은 10월 초 이후 반복적으로 가자지구 주민들을 북부에서 남부로 밀어냈다. 격렬한 폭격과 전투로 실향한 180만 명 인구는 전체 가자지구 인구의 80%에 해당한다. 약 1백만 명이 남부로 이주하도록 강요받았는데, 남부 생활 환경은 전쟁 격화 이전에도 이미 과밀한 인구로 열악한 형편이었다. 전쟁 부상자로 과부하에 걸린 남부 소재 병원과 진료소들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폭발이나 외상 환자 외래진료와 수술치료 외에 실향민과 여성 및 아동을 위한 정신건강 지원도 제공하고 있다.

2023년 10월 가자지구 내 알 시파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 ©Mohammad Masri

마지막까지 남은 이가 이 이야기를 전할 것입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우리를 기억해주세요(Whoever stays until the end will tell the story. We did what we could. Remember us).”

2023년 11월 21일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사 2명을 포함한 의사 3명 사망과 다수의 부상을 초래한 폭격 발생 후 알 아우다 병원 내부에서 찍힌 사진. 당시 사망한 국경없는의사회 의사가 보통 수술 기록용으로 쓰이던 화이트보드에 적었던 메시지가 남아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알 아우다 병원에서 2018년부터 의료 지원 활동을 시작해 성인 재건 및 아동 외상 수술을 해왔다. ©MSF

서안지구도 상황 악화

올해 초에도 국경없는의사회는 서안지구 내에서 계속되는 폭력과 실업, 빈곤이 팔레스타인계 주민들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상황을 보고한 바 있다. 가자지구 전쟁이 격화하면서 서안지구에서도 이스라엘군과 유대계 정착민들의 폭력사태가 증가하는 것이 목격됐다.

10월 27일 새벽 이스라엘군 서안지구 제닌 난민캠프 공격으로 유입된 부상자들을 병원에서 치료 중인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 ©Faris Al-Jawad/MSF

헤브론, 나블루스와 제닌에서 응급 의료 및 정신건강 지원 활동 중인 국경없는의사회는 헤브론 내 마사페르 야타(Masafer Yatta) 이동진료소 활동을 임시 중단한 상태다. 나블루스에서는 심리적 응급 처치를, 제닌에서는 응급 및 외상 치료를 제공 중인데 특히 제닌에서는 난민캠프 등에 가해진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인한 부상자 유입이 크게 늘었다. 누르 샴(Nur Shams)과 제닌 난민캠프에서 국경없는의사회는 자원봉사로 나선 구급대원들에게 구호상자를 보급하기도 했다.

11월 28일에는 국경없는의사회 국제회장인 크리스토스 크리스토우(Dr. Christos Christou)가 제닌 난민캠프와 국경없는의사회가 지원하는 칼릴 술레이만(Khalil Suleiman) 병원을 방문했다. 이때 이스라엘군이 제닌 난민캠프를 공격해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은 유입될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칼릴 술레이만 병원에서 대기했으나 역시 이스라엘군 차량에 의해 병원 진입로가 차단돼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은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알 아크사 병원 내 복도. 2023년 11월 9일. ©Mohammed Abed

10월 7일 이후, 서안지구 전역에서 의료 인력 및 시설을 겨냥한 공격은 일상이 되었고 점점 격화되고 있습니다. 의료 종사자들은 이스라엘군에 의해 자주 공격받고 있고, 구급차를 타고 부상자나 환자를 태우러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공격은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_렌조 프리케(Renzo Fricke) / 국경없는의사회 팔레스타인 현장 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