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한 해를 돌아보면 복합적인 감정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국경없는의사회 한국사무소 팀에 합류해 한국 후원자분들의 관대함과 국경없는의사회를 향한 따뜻한 관심을 몸소 느끼고 한국인 활동가들과 사무소 직원들이 활기차게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쁘고 설레는 한 해였습니다. 한국에서 살며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으로서 보내는 매일매일은 즐겁고 보람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2023년은 “비극으로 점철된 한 해 year of tragedies”입니다. 전 세계 너무 많은 사람이 분쟁, 자연재해, 빈곤, 유행병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계획, 꿈과 희망을 잃고 말았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23년에도 여러분의 후원 덕분에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과 지역사회에 지원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지진 혹은 홍수로 피해를 본 튀르키예,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모로코뿐만 아니라 수만 명이 분쟁으로 피란해야 했던 예멘, 수단, 차드, 콩고민주공화국 등 다양한 국가를 지원했습니다. 또한 방글라데시 내 난민캠프에서 희망을 잃은 채 빈곤 속에 살고 있는 로힝야 사람들에게도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끊임없는 폭격에 시달리고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가자지구 내 병원과 임시 캠프들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전쟁이 계속되는 우크라이나에서도 고통받는 민간인들을 위해 지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이러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으려면 기본적인 안전이 보장되는 ‘인도주의적 공간’이 필요합니다. 2023년의 비극 중 하나는 분쟁 당사자들의 고의적 의료시설 공격이 늘었다는 점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반복적인 병원 대상 공격으로 무고한 이들이 목숨을 잃고 인프라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가자지구에서는 의료시설을 대상으로 한 끊임없는 폭격으로 의료진들과 환자들이 부상을 입거나 사망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가자지구 내 알 아우다 (Al Awda)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다가 사망한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사 닥터 마흐무드 아부 누자일라(Dr. Mahmoud Abu Nujaila)와 닥터 아흐마드 알 사하르 (Dr. Ahmad Al Sahar), 그리고 국경없는의사회 진단검사 전문가로 2년 넘게 활동했던 가자지구 팀원 모하메드 알 아헬(Mohammed Al Ahel)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의료시설을 향한 공격은 의료진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고, 도움이 절실한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매우 어렵게 합니다. 저의 동료이자 현 국경없는의사회 우크라이나 현장 책임자인 빈센조 포르피글리아(Vincenzo Porpiglia)는 “의료시설은 생명을 구하는 곳이지, 빼앗는 곳이 아닙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여기에 온 마음을 다해 동의하며, 여러분도 같은 생각이시리라 믿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와 마음을 함께해주시는 여러분의 후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두 안전하고 행복하고 건강한 겨울 보내시길 바랍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

엠마 캠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