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와 그리스] 난민이 겪는 고통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입니다

고통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입니다

지난 9월 그리스 모리아 난민 캠프를 전소시킨 화재가 일어난 이후, 수천 명이 아무런 보호 조치나 위생 시설도 없는 거리에서 지내야 했다. 유럽 국가들이 원조와 지원을 늘리고는 있지만, 부모가 없는 미성년자들을 제외하고는 레스보스(Lesbos) 거주민을 재배치하거나 봉쇄에 대한 접근법을 검토할 의사는 보이지 않았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에 대해 그리스와 유럽연합에 그리스 레스보스 섬 내 또 다른 난민·망명 신청자 봉쇄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멈추고, 그곳에 갇힌 사람들의 모든 고통의 고리를 끊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9월 8일 모리아 난민 캠프에서 발생한 화재를 유럽 이주 정책 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그리스 섬에서 활동하면서,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악화시키면서까지 목숨을 걸고 안전을 찾고자 이곳으로 온 수천 명의 난민과 이주민을 치료하며 유럽 이주 정책의 실제적인 영향을 목격했다. 그중에는 수천 명의 아동이 있고, 리비아에서 고문과 폭력을 당한 이들도 있다. 이들은 모리아 캠프에서 또다시 정신적 외상을 입는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이것이 ‘정신건강 긴급 위기’임을 여러 번 경고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현장에서 시간이 갈수록 더 큰 비참함, 인간의 고통, 굴욕, 외국인 혐오와 폭력의 일상을 봅니다. 이 정책을 지속한다는 것은 비인간적인 대가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인 폭력의 메커니즘을 묵인하는 것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그리스 현장 책임자 스테판 오버레이(Stephan Oberreit)

보건증진은 그리스 사모스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하고 있는 중요한 활동 중 하나이다. 보건증진가들은 난민들과 국경없는의사회 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며 난민들이 국경없는의사회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난민 캠프에 있는 사람들에게 건강, 질병 예방, 코로나19 예방 조치, 의료 서비스 등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 ©Enri CANAJ/Magnum

 

9월 8일 밤 그리스 레스보스 섬의 모리아 난민 캠프에서 화재가 발생해 캠프 전체가 불에 타고, 1만 2천 명이 대피했다. 난민들은 머물 곳이 없는 상태로 거리로 내몰렸다. ©MSF

 

67세 제이자(Jayzah)는 시리아 다마스쿠스 출신의 난민으로, 분쟁을 피해 머물던 난민 캠프에 폭탄이 떨어져 남편이 목숨을 잃었다. 가족들은 이들리브(Idlib)로 피신했지만 폭력이 지속되며 또다시 피난해야 했고, 2020년 1월 그리스 레스보스에 도착했다. 모리아 난민 캠프에 일어난 화재로 대피한 제이자의 가족은 몇 주 동안 거리에서 지내야 했다. 제이자는 당뇨를 앓고 있고, 전쟁 부상 또한 여러 번 입었다. 코로나19 고위험군이지만 그리스 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nri CANAJ/Magnum

 

국경없는의사회는 9월 8일 모리아 난민 캠프 화재로 피해를 입은 수천 명을 지원하기 위해 응급 진료소를 설치했다. 태어난 지 열흘 된 이 아기는 화재 당시 연기와 최루탄 가스를 들이마셔 계속 토했고, 텐트도 없이 거리에 방치되었다. ©MSF

 

모리아 난민 캠프를 덮친 화재 이후 하루만에 또다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며 캠프 전체가 불탔다. 난민과 망명 신청자들은 캠프에서 대피했지만 인근 마을로는 진입할 수 없었다. ©Enri CANAJ/Magnum

 

9월 모리아 난민 캠프의 난민과 이주민이 캠프를 전소시킨 화재 며칠 후, 레스보스섬의 미틸레네(Mytilene) 인근에서 봉쇄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Enri CANAJ/Magnum

 

그사이 유럽 국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을 핑계 삼아 지중해 난민 수색·구조 활동을 축소하는 한편, 리비아에서 자행되고 있는 폭력을 묵인하고 의도적인 미지원 정책을 시행해 사람들을 바다에서 익사하도록 방치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중해에서 익사의 위험에 처한 난민과 이주민을 구조하기 위해 시워치와 협력하여 난민구조선 시워치(Sea- Watch 4)를 운영하고 있다. 시워치는 21명으로 구성된 임시 자원봉사팀을 통해 선박을 운항하며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국경없는의사회는 선박 진료소 운영 등 긴급 의료 지원을 제공한다. 식량 및 생활필수품 보급 등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며, 특히 취약한 환자를 파악해 지원한다.

하지만 최근 시워치4조차 이탈리아 팔레르모(Palermo)에 몇 달째 억류되어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다시 바다로 돌아가 구조 작업을 계속할 준비된 상태로 대기하고 있으며, 다시 수색 구조 작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할 것을 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바다에서 익사하도록 방치되어서는 안 됩니다. 어느 누구도 고문과 고통을 감내하도록 강요당해서는 안 됩니다.

공중보건이라는 명목으로 지중해에서의 구명 활동을 축소하거나 방해하려 하는 유럽 국가들의 조치는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며, 정치적인 동기가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리비아 해안경비대를 통해 유럽 국경을 통제하고 아프리카에서 오는 사람들을 구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이렇듯 생명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운영국장 올리버 벤(Oliver Behn)

8월 23일과 24일, 시워치4는 지중해에서 세 번의 수색 구조 작업을 통해 200여 명을 구조했다. ©Hannah Wallace Bowman/MSF

 

8월 시워치4에 승선한 국경없는의사회 조산사 마리나(Marina)가 구조된 생존자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Hannah Wallace Bowman/MSF


8월 29일 시워치4는 수용 인원을 초과한 다른 선박을 지원하기 위해 항로를 변경했다. 145명의 생존자가 시워치4로 이동했다. ©Hannah Wallace Bowman/MSF

 

지중해 중부 해상의 고무보트에서 구조된지 일주일여 만에 시워치4 하선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과 아기가 시칠리아 해안을 바라 보고 있다. ©Hannah Wallace Bowman/MSF

 

“9월 19일부터 시워치4의 운항이 가로막혀 구조 활동을 재개하지 못하고 사실상 갇혀 있습니다. 시워치4가 억류된 이후 지중 해 중부에서는 100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수백 명이 리비아로 강제 송환됐고, 그곳에서 그들은 고문과 학대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현장 책임자 베아트리스 라우( Beatrice Lau)

 

 

8월 23일 새벽 시워치4에 승선한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수용 인원을 초과한 고무보트에서 97명을 구조했다. 이들은 리비아에서 약 30해리 떨어진 공해에서 발견되었다. ©Hannah Wallace Bowman/MSF

 

카메룬 출신의 2 3 세 무울리움 술레만(Mouliom Souleman)은 8월 23일 시워치4에 구조된 뒤 국경없는의사회 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술레만과 아내, 갓난아기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조난 당한 고무보트에 타고 있었다. 리비아 해안에서 약 31해리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이 고무보트에는 9명의 아동과 28명의 미동반 미성년자를 포함해 60명이 타고 있었다. ©Chris Grodotzki/Sea-Watch.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