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카릴의 이야기

국경없는의사회 지중해
난민ㆍ이주민
수색구조선 운영

국경없는의사회는 프랑스 해상구호단체 SOS메디테라네와 협력해 지중해에서 난민 . 이주민 수색구조선 ‘오션바이킹’을 운영하고 있다. 8월 오션바이킹에 승선해 있던 356명이 몰타에 안전하게 하선했으며, 9월 2차 운항으로 82명을 구조했다. 오션바이킹에 구조된 이들은 자국의 절망적인 상황에서 탈출하고, 리비아에서 끔찍한 학대를 당한 사람들이다. 이 이야기는 오션바이킹에 승선해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루카(Luca)가 전하는 환자의 증언이다.


카릴은 2019년 8월 12일 월요일 고무보트에 타고 있다가 구조됐다. 고무보트 튜브 하나가 터져 사람들이 물에 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구조팀을 도와 카릴과 동료들을 바다에서 끌어올렸다. 그는 그날 중앙 지중해에서 오션바이킹에 구조된 105명 중 하나였다. 우리가 수색구조선에 다시 선승한 후 그는 복부에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했다. 간단한 검사 후 원인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포탄의 파편이었다. 전쟁부상자나 분쟁 지역에서 온 환자들에게서는 수류탄이나 총알의 파편을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렇게 젊은 사람이 이 정도로 충격적인 부상을 입은 걸 보는 건 늘 힘겨운 일이다. 그는 이제 겨우 20살이다.

오션바이킹에 승선해있는 국경없는의사희 구호 활동가 루카가 지중해에서 구조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Hannah Wallace Bowman/MSF

간혹 금속이 깊게 파고들어 장기를 다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환자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이 청년의 경우, 파편이 피부에서 1.5cm 아래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그의 몸 좌측에서 심각한 통증을 일으키고 있는 파편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내가 치료하는 동안 그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바다로 나올 계획이 전혀 없었다.

그는 리비아인이고 택시 운전수였다. 몇 달 전 그는 택시로 검문소를 지났고, 무장한 사람들이 차를 세웠다. 그들은 휴대폰을 뺏어가 사진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청년이 총을 들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요즘 리비아에서 흔한 일이에요.” 청년이 설명했다. 지금 리비아는 전쟁 중이에요. 모두가 총을 가지고 다녀요. 우리는 리비아에 있는 난민과 이주민의 상황을 우려했지만, 실상은 모든 민간인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다. 올해 4월 트리폴리에서 전투가 발생해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대부분 리비아인이었다. 또 수만 명이 집을 잃었고 무차별 포격, 총격, 공습이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 이어졌다.

군인들은 청년이 민병대나 무장 단체의 일원이라며 혐의를 제기했다. 차와 돈, 가지고 있던 서류를 모두 빼앗고 감옥으로 던져버렸다. 그는 세 달 동안 구금되어 있었다. 거기서는 그를 매일 심문하고 때렸다. 청년의 몸에 있던 상처를 보고도 알 수 있었다. 포로로 잡힌 사람들은 매우 혹사당했고,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며칠을 지내기도 했다. 사람들의 고통이 심해질수록 긴장은 고조됐고, 어느 날 폭동이 일어났다.

사람들은 도망가려고 뛰기 시작했다. 그가 도망가려 했을 때 경비가 칼라슈니코프(자동 소총의 하나)로 그를 쐈다. 직격탄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그는 옆에 있던 사람들이 총을 맞고 쓰러지는걸 봤지만 그 순간엔 목숨을 걸고 달리느라 사람들이 죽은 건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피를 흘리며 달리고 달렸다.

이후 그는 안전한 곳을 찾고 싶었다. 민병대나 무장 단체에게 발각 될까 두려웠다. 청년의 어머니는 집도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고, 그는 이곳 저곳을 떠돌 수 밖에 없었다. 드디어 트리폴리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 살고 있는 사촌에게 전화해 도움을 구했다. 사촌은 본인이 “투르키나(turkina)”, “구석에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사람들이 중앙 지중해를 건너기 위한 보트에 타기 전 모이는 장소를 부르는 말이었다.

이렇게 그는 리비아를 떠나 고무 보트를 탔다. 전쟁으로 피폐해져 그가 머물 안전한 곳 하나 없는 나라를 떠나며 안도했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땠을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 한줄기에 목숨을 건 채 어두운 바다로 내몰리는 상황이 라면 나는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