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바꾼 유산기부] 국경없는의사회 정봉호 후원자의 이야기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며 칠십 평생 땀 흘려 모은 재산을 질병으로 고통 받는 세계 곳곳 환자들을 위해 사용하기로 한 정봉호 후원자. ‘유산기부’라는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정봉호 후원자는 오히려 “기부 이후 모든 일에 감사하게 됐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국경없는의사회의 첫 유언공증 유산기부자, 정봉호 후원자를 만났다.


후원자님, 어떻게 국경없는의사회에 유산기부를 결심하게 되셨나요?

기부에 대한 관심은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평소 TV에서 질병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보고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혼자애 둘 키우며 하루 하루 힘들게 살다 보니 여유가 없었어요. 생각만했지, 실행으로 옮기긴 쉽지 않더라고요.

할 줄 아는 건 힘쓰는 것 밖에 없어서, 닥치는 대로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삶에 조금 여유가 생겼고,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나도 남을 도울 수 있을 정도가 됐구나 싶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TV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나오는걸 보고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나 같은 서민도 기부할 수 있냐’고 물었는데, 환영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니 행복하고 감사했습니다. 한달음에 사무실로 찾아가 지금까지 모은 돈을 기부 하겠다고 했죠. 그리곤 유산기부 약정을 위해 변호사 사무실에서 유언 공증도 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은데, 고민은 없으셨나요?

주변에서 아깝지 않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오히려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합니다. 내 결정이 꺼져가는 생명들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보다 가치 있는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유산기부는 돈 많은 사람들이나 유명인들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 같은 서민도 할 수 있더라고요. 나도 죽기 전에 이 세상에 뭔가 남길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후원자님의 삶이 궁금합니다.

어릴 때 가정 형편이 안 좋아 학교도 힘들게 마쳤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청소부도 해봤고, 기관차 선로 관리 일도 했고, 출판사 영업도 해보고, 가방도 만들었어요.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중동 지역에서 건설 근로자로 일하기도 하고, 힘들었지만 열심히 살았습니다. 몸으로 뛰어서 번 돈이라서 기부하는데 더 보람을 느낍니다.

유산기부 이후 후원자님께 달라진 점이 있나요?

기부를 한 이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일도 더 즐겁고,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졌어요. 이전에는 기분에 따라 살고 성질도 많이 냈는데, 기부 이후엔 마음이 조금씩 달라지더라고요. 감사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세 단어를 더 자주 쓰게 됐어요. 작은 일에도 늘 감사하게 됐습니다.

후원은 생각만 하고 실천으로 옮기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번 마음 먹고 행동으로 옮기면, 정말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후원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일단 한번 해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마음이 달라지는걸 느끼실 겁니다. 제 인생은 기부 이후 달라졌어요.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후원자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내 꿈은 내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한푼 두 푼 더 모아서 세상의 꺼져가는 생명들에게 삶의 등불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주어진 자리에서 더 열심히 살아야죠.


유산기부
국경없는의사회 유산기부는 평생 일구어 놓은 꿈과 노력으로 전 세계 위기 상황에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을 살릴 수 있는 특별한 사회환원이자, 고인을 기억할 수 있는 또 다른 아름다운 유산입니다. 누구나 유산의 일부를 세상에 남겨두어 전 세계 긴급 의료지원이 필요한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유산기부는 전 재산이 아닌 재산의 일부로도 가능하며, 금액과 상관 없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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